갈길 먼 물류산업 현대화
정부, 도심 5곳에 첨단물류단지 만든다지만…
나는 해외기업, 기는 국내기업
쇼핑몰 플랫폼 구축한 알리바바, 연 매출 170조…CJ는 4조 수준
'물류=택배' 선입견 깨고 플랫폼 산업으로 인식 바꿔야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 수도권 도심의 재래식 물류터미널, 공구상가, 중고자동차 거래소 등 다섯 곳을 선정해 복합 유통업무단지로 개발하기로 했다. 기존의 낙후된 시설과 공간을 재개발해 반나절 배송을 가능케 하는 동시에 드론, 물류로봇 등 첨단 신기술 연구, 정보기술(IT) 컨설팅, 창업 지원 등을 하도록 해 일자리 4만4000여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의 구상대로 물류산업이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내 물류기업들의 중장기 전략 수립과 함께 ‘물류=택배’라는 사회적 인식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권혁구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유통·물류업체인 알리바바의 연간 매출이 170조원인데, 국내 1위 택배기업인 CJ대한통운은 4조원 안팎에 불과해 알리바바가 마음만 먹으면 국내 물류기업을 인수하는 게 어렵지 않다”며 “하루하루 택배 물량 처리에만 급급한 국내 기업들이 우선 위기의식을 가져야 하고, 물류를 배달업이 아닌 ‘플랫폼산업’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물류의 개념은 수송 및 보관을 의미하지만 이제는 원자재 조달부터 생산, 판매 전 과정에 이르는 공급망 관리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물류기업도 과거에는 제조업체의 하도급 또는 협력업체였지만, 전자상거래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유통과 물류 기업 간 구분도 사라졌다. 미국 아마존, 중국 알리바바, 스웨덴 이케아 같은 기업들이 대표적인 종합쇼핑 유통물류기업이다. 물류에 유통·IT가 결합하면서 전 세계 시장 규모는 3800조원대(2013년 기준)에 이른다.
아마존의 2014년 매출은 약 80조원, 알리바바는 170조원이었다. 이미 전통적 물류강자인 DHL(32조원)과 페덱스(21조원)를 넘어선 지 오래다. 전통 물류기업들이 기업이나 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배달’에만 치중해 온 반면 아마존, 알리바바 등은 쇼핑몰 플랫폼으로 도서 음반 가구는 물론 콘텐츠까지 유통하고 있다.
1995년 인터넷 쇼핑몰에 불과했던 아마존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비결은 철저히 개인 소비자를 겨냥한 쇼핑 시스템과 물류 혁신이었다. 2005년 연회비 79달러만 내면 1년간 무제한 ‘2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아마존은 2012년 무인자동화 로봇 생산업체인 키바시스템즈를 인수했다. 키바로봇은 시간당 600개의 아이템을 분류할 수 있다. 일반적인 자동화 설비의 최대 처리량은 시간당 300여개다. 배송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미국 내 편의점 매장에 전용 보관함을 설치했고, 올해는 드론을 이용한 ‘30분 배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국내 기업들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2013년 국내 물류시장 규모는 약 90조원, 18만여개 업체 58만여명이 종사하고 있다. 총매출 90조원 중 76조원(85%)은 화물운송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물류시설 운영이나 서비스로 인한 매출은 15% 선이다. 그나마 쿠팡, 티몬 등 전자상거래업체들이 아마존을 벤치마킹해 온라인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세계은행 발표에 따르면 국내 물류 경쟁력 지수는 155개국 중 20위권 밖이다.
‘물류=택배’라는 사회적 인식 개선도 시급하다. 청년 실업률이 10%를 넘는 등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대부분의 영세한 물류업체는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한 물류업체 임원은 “물류업에는 배송 외에 기획, 영업, 네트워크, 첨단기술 연구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며 “물류를 그저 조끼 입고 땀 흘리는 택배 업무로 인식하는 청년들의 생각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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