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21일.
지난 8월 복중 더위에 힘겹게 치른 금강종주에 이어 이번엔 영산강 종주에 나섰다. 날씨도 추분을 넘어서서인지 제법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다. 딸이 기숙하고있는 투룸텔에서 새벽 다섯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나와 광주버스터미널로 자전거를 달렸다. 담양댐에서 영산강하구둑까지 130여키로를 달려야하는 오늘 코스는 광주에서 담양을 지나 금성역에서 버스를 내리는 시간부터 시작이다.
- 08:25 담양댐
금성에서 버스를 내려 국도를 조금 달리면 담양댐으로 이어지는 자전거길이 나온다. 헌대 이글은 폐타이어로 덮은 우래탄길이다. 푹산거린는 쿠션감이 자전거 주행을 방해하여 영 속도감이 나질 않는다. 다행히 담양댐 바로 아래에 서있는 인증부스까지 그리 길지않아서 금방 도착했다. 출발지점이니 기념으로 인증샷을 남기고 오던길이 아닌 국도로 출발 들머리를 잡았다. 우레탄 길이 영 내키지 않았기에.
출발한 지 20분도 안되어 메타세콰이아 인증부스에 도착했다. 80년의 봄 광주의 아픔과 상처를 그린 영화 화려한휴가가 상영되면서 부터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차량 통행을 우회시키고 사람들이 편안하고 자유롭게 걸어가면서 멋스럽게 쭉 뽑아올린 것같이 늘씬하게 길 양옆에 도열한 나무들을 감상할 수 있게 지자체가 관광상품으로 개발했다. 입구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셀카로 기념컷을 남기고 다시 종주갈에 올랐다. 담양사내를 가로질러 흐르는 영산강 줄기 양옆으로 난 종주길은 별로 힘들일 구간없이 평평하다.
- 09:40 대나무숲 인증센터엔 대나무가 없다?
담양시내를 벗어나 첨단지구에 도착하기 전에 또다시 인증부스가 서있고 쉼터가 마련되어 있는데 대나무숲 인증센터로 쓰여있다. 강 건너에 대나무 군락이 있어서 그렇게 이름을 붙였나보다. 하지만 내겐 별다른 느낌이 없다. 담양이 대나무로 유명하여 자전거 종주길에도 대나무를 알릴 인증센터나 부스를 만들려고 했는데 메타세콰이어길에이미 설치가 된 마당에 얼마가지 않아 또 만들 수가 없어서 담양읍내를 한참 지난 이곳에 만든 것같이 추정된다. 아침시간이 어느정도 시잔 시각이라 광주와 담양에서 자전거를 끌고 나와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눈에 띤다. 첨단지구를 지나면서 강가 고수부지에 조성된 체육시설 특히, 야구열풍을 대변하듯 여기저기 사회인 야구리그 경기가 진행중인 곳이 많이 보인다. 시간이 넉넉하면 두세이닝 정도를 관람하고 갔으면 했다.
- 10:50 승촌보에 이르다.
광주시내를 비껴서 흐르는 영산강을 따라 지루하게 라이딩을 하는데 보병학교인 상무대가 떠난 자리에 광주의 강남으로 불리는 상무지구로 올라가는 안내판도 보이고, 광주공항으로 가는 다리도 강위를 가로질러 지나간다. 상무지구와 송정비행장을 지난지 얼마되지 않아, 영산강에 건설된 세개의 보 가운데 하나인 승촌보에 도착했다. 날씨도 맑고 바람도 크게 불지않아 라이딩하는 데는 그만인 날씨다. 승촌보에는 많은 라이더가 무리지어 여기저기서 얘기꽃을 피우기도 하고, 준비해온 음식을 나눠먹기도 하고, 나처럼 홀로 라이더들도 그늘 한쪽에서 물을 마시며 쉬고 있기도 했다.
보는 한껏 멋을 내보려고 제법 노력을 한것 같은데 사대강 공사 자체가 여론의 뭇매를 맞다보니 괜히 안스럽게 보인다. 담양댐에서 줄곧 강 좌안을 따라 내려왔는데 여기 승촌보에소 우안으로 갈아타기 위해 보를 가로질러 건너야 한다. 영산강 물문화관과 승촌보 관리사무소가 함께 들어있는 건물 앞에는 자전거 수리소도 함께 있어, 공기압을 체크하고 다시 길을 재촉했다.
- 12:11 홍어의 거리가 있는 영산포를 지나 죽산보에 도착...
강 우안을 따라 달리다 보면 자전거전용도로로 가다가 다시 국도와 함께 달리기도 하며 한국전력이 이전하게 되어있는 나주시가 나온다. 나주시를 조금 지나면 황포돛대가 강 위에 떠있는 홍어로 유명한 영산포가 나온다. 함께하는 동행이 있으면 막걸리에 홍어삼합 한접시 먹고가면 힘이 절로 날텐데... 식탐이 별로 없어 여행하면서 보고 사진찍는데 더 집중할 수 있어 좋지만, 굳이 말하자면 콕 찍어서 먹고 싶은 걸 말할 때 홍어삼합을 자주 선택한다. 말로는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을정도로 음식맛을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홍어삼합은 정말 좋아한다. 죽산보는 나주를 벗어나 한 20분만 가면 나오는 영산강 두번째 보인데 특별한 매력을 가지고 있지않은 그저 그런 보 수준이다. 죽산보를 지나 강 좌안을 따라 내려가다보면 나주 영상테마 파크를 만나게 되는데 드라마 주몽, 태왕사신기, 이산의 촬영장소로 사용되었고, 지금은 고구려 체험장소로 일반인을 불러모으고 있단다.
- 13:30 한반도모양 느러지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 무안느러지전망대.
한반를 흐르는 강의 성격을 구분할 때 유속이 느리고 많은 구비를 가지고있는 곡류천으로 분류하는데, 경북 예천의 회룡포, 안동의 하회처럼 물굽이가 마을을 휘감고 흐르는 지형을 가지고 있는 무안의 느러지는 그 모습이 마치 한반도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무안느러지전망대는 자전거길이 강 옆을 벗어나 야트막한 야산을 넘어가는 정상에 지어져 있었다. 전망대는 3층 구조로 지어져 있었다. 오후로 접어들면서 9월 하순이지만 여름날씨 끝자락의 위세를 업고 제법 더위를 느낄 정도로 후끈거린다. 한반도 모양의 느러지를 폰을 최대한 높은 위치에 찍어보겠다고 두손을 높이 쳐들고 몇 컷 찍어보았는데, 별로 느낌이 오질 않는다. 옆에 사진은 광주 내려가는 비행기에서 찍은 것이다.
전망대부터는 몽탄대교까지 급한 내리막길이다. 몽탄대교를 건너니 음료수를 아이스박스에 팔고 있어 하나 사먹었다. 영산포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자전거길 옆으로 음료수 하나 사먹을 가게나 편의점조차 없었다. 몽탄대교는 제법 영산강의 넓이가 하류에 이르렀음을 알 정도로 꽤 넓고 길다.
- 15:00 영산강하구둑에 도착하니 인증센터가 없다!!
이번 종주를 하기 알마 전부터 허리가 좀 아팠었다. 오늘 아침 집에서 나와 광주시 터미널을 갈때도 허리, 특히 꼬리뼈 있는 곳이 많이 불편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평소의 아침처럼 한 10여분 자전거를 달리다보면 불편한 느낌이 사라지던 증상과는 달리 오늘 아침엔 그 불편한 느낌이 지속되었다. 더구나 다섯시간 가까이 지속한 라이딩이 허리에 무리를 주었는지 허리에 많은 통증이 느껴진다. 강 옆으로 난 자전거도로는 일반국도와 많이 떨어져 있고, 어차피 한시간 정도만 더 달리면 영산강 하구둑에 이르고, 종주도 마무리지을 수 있다는 욕심에 참고 라이딩을 이어나갔다.
허리도 아프고, 점심도 건너뛴 상태라 몸도 많이 지쳐선지 자주 휴식을 가지면서 라이딩을 이어나갔다. 특히 망월리에 이르러 영산강 제일경이라는 영산강 하류부터는 강한 맞바람이 목포쪽에서 불어와 더 힘든 라이딩이 되었다. 저 앞에 영산강 하구둑이 빤히 보이는데도 거리를 좀체로 줄여나갈 수가 없었다.
허리통증, 배고픔과 맞바람을 이겨가며 결국 영산강하구둑에 도착했다. 영산강하구둑 황포돛대인증센터라고 종주수첩에 나타나있는데, 부스만 있다. 결국 종주인증을 다음으로 미루고 광주로 올라가는 버스를 타러 목포버스터미널을 앱을 이용하여 찾아갔다. 아픈허리가 자전거에 올라타는 것도 힘겹게 만든다.
참으로 어렵고 힘든 종주를 경험했다. 그리고 보름뒤 지독한 육체적 고통과 비싼 경제적 댓가를 함께 치르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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