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30일 (일)
한겨울 매서운 한파가 정점을 치닫고 있어선지 문 밖으로 얼굴조차 내밀기 싫은 날씨다. 점심을 먹고나서 거실에 앉아 폰을 들여다 보다가 문득 기상도를 확인하고 싶어졌다. 공기가 팽팽하게 긴장되는 춥고 맑은 날씨에는 해무가 나타나지 않아 수평선 너머로 가라앉는 해넘이를 잡을 확율이 높다는 사진 촬영 기사가 떠올라서다.
현재 시각의 위성사진을 보니 서해 강화도 서쪽 바다 멀리까지 구름 한 점없이 파란 색으로 뻗어있었다. 마눌에게 강화도 가자며 서둘러 장비를 챙겼다. 얼마 전에 내린 눈이 차가운 날씨 탓에 아직 완전히 녹지 않고 잔설이 도로 갓길에 남아있다. 토요일과 달리 일요일 오후 시간이라 강화도로 가는 차량은 별로 없어 강화도에 들어서 곧장 장화리로 향했다.
장화리가 가까워지자 도로에 장화리 해넘이 축제를 알리는 안내 프랑카드가 곳곳에 걸려있다. 장화리 마을에서 준비해논 간이 천막에서 간단한 음식을 시켜먹고 해가 넘어가길 기다렸다. 해넘이 축제와 장화리 주민들의 코스푸레에 출사나온 진사님들이 제방 위로 올라가 자리를 잡기 시작하였다. 흥겨운 농악과 고기잡이 연출을 끝나고 해가 수평선에 점점 가까워지자 앵글을 잡고 조리개와 촛점을 맞추느라 옆사람과 대화마져 끊기고 조용하다.
뷰화인더를 통해 바다 위에 떠있는 잠수함 섬 위로 떨어질 석양을 잡는 것으로 구도를 맞추고 기다리며 다시 하늘을 살피니 오늘은 확실히 오여사를 만날 수 있을꺼라는 확신이 섰다.
아뿔사! 해가 섬 가까이로 내려앉으면서 어디서 나타났는지 수평선 위로 갑자기 구름띠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다. 분명 위성사진에는 40키로 먼 바다까지 구름 한 점 없었는데...
결국 수평선 아래로 스스륵 빠져들어가는 해넘이는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 할 수 밖에..
2012년 12월 31일.
장화리에서의 아쉬움을 가지고 귀가하다가, 이 참에 동해로 바로 가서 일출을 맞자고 하니 마눌도 흔쾌히 OK다. 새해 첫 해돋이는 1월1일에 맞아야 제 맛이지만, 날씨도 구름이 많다는 예보에다가 1일날은 전국 일출명소는 사람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어 제대로 된 사진을 담아오기가 쉽지 않아, 우리 가족 해맞이를 하루 앞당기자고 하고 동해안 정동진으로 출발했다.
비록 1월1일이 아님에도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해가 솟아오를려면 시간이 좀 남아있어 바다로 출항준비를 마친 듯이 서있는 범선을 구도에 넣고 해가 떠오를 위치를 예상해보았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바다 위에는 엷은 구름띠가 길고 가늘게 드러누워 있다.
성난 파도가 사납게 부딪치는 바다위로 새해가 구름을 제끼고 환한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차라리 구름이 없는 거 보다도 얇은 조각구름이 햇살을 받아 함께 빛을 반사하는 것이 더 운치있어 보인다. 일렁이는 파도가 포말을 몰아 맹렬히 백사장으로 달려오는 위로 햇살이 함께 달려와 부셔진다. 올 한해도 우리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소망하는 것이 모두 성취되길 빌어본다.
그리고 인증샷이 빠지면 서운하지.. 마눌과 함께 태양을 업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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