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19일 화요일
오늘은 쿄토에서 여정을 마무리하고 고베로 넘어간다.
어제 쿄토를 여행한 피로를 일본 전통 유카타복장으로 갈아입고 노천온천을 즐겼다. 쿄토에 인접한 시가현에 회사 현지공장이 있는 관계로 한 두 차례 출장을 왔을 때는 일본이 자랑하는 전통 여관에서 묶는 기회를 잡은 적이 있다.
일본에 숙박을 할 때 가능하면 전통여관을 선택하려고 한다. 전통여관의 숙박비는 호텔과 크게 차이가 난다. 호텔은 여늬 나라에서 제공하는 조식과 다르지만 전통여관의 아침식사와는 수준이 크게 다르다. 일본의 보통 호텔은 아침식사가 뷔페 스타일이 아닌 화식(밥과 미소에 몇가지 정해진 반찬이 나온다)이나 콘티넨탈 조식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전통여관에서 받는 아침식사는 다르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유카다를 입고 노천온천에서 간단한 샤워겸 온천을 하고 방으로 들어오면, 나까이상(仲居, 여관에서 서빙하는 사람)이 방을 깔끔하게 치우고 한가운데 밥상을 차려놓는다. 손님이 들어올 시간에 맞춰서 밥과 미소(맑은 된장국)가 따뜻한 상태로 올려놓고 방을 나간다. 나까이상은 우리가 식사를 마칠 때까지 방문을 조금 열어놓고 손님이 식사를 하면서 부족한 것이 무엇이고 어느 반찬을 좋아했는지 관찰한다. 밥이나 미소가 부족하다 싶으면 문을 열고 들어와 상 밑에 놓아둔 찬합에서 더 퍼준다. 물론 반찬은 여관 인근에서 나는 토산품으로 요리되어 올라온다. 마치 어린아이가 집에 돌아와 먹고 자는데 편안함을 가져볼 수 있게끔하는 수준의 서비스가 몸에 배어있어 어색함이 없다.
늦은 아침을 먹고 쿄토에서 고베가는 교통편을 정하느라 시간을 보내는 바람에, 겨울의 짧은 해는 서산에 거쳐질 무렵 우리는 숙소로 예약한 아리마온천에 도착했다.
아리마(有馬)온천은 도고(道後,시코쿠에 있다), 시라하마(白浜, 오사카 남부 와카야마현에 위치)와 함께 3대 전통 온천으로 손꼽힌다. 토요토미가 자주 와서 온천을 줄겼다고 하여 그 이름이 더 알려진 곳으로 특히, 유황과 철분이 많은 황토색의 온천물이 피로회복을 물론, 피부병에 좋기로 유명하다. 아리마온천은 고베에서 전철로 거의 한시간을 내륙을 계곡으로 난 길로 들어와야 한다.
여관에 짐을 풀고 이내 고베 시내로 다시 나갔다. 1995년 고베 대지진으로 기간시설은 물론 도심지 한복판이 폐허가 되다시피 무너져 내렸는데, 10여년이 지난 오늘 와보니 그때 그 모습은 보이질 않고 활기찬 도시의 모습으로 재건되어 있다. 개항 120주년을 기념해 조성한 메리겐 파크로 가 포트타워를 배경으로 고베의 저녁 시간을 즐겼다. 밤이 되니 사람도 거의 없고, 겨울에도 온화하다는 고베날씨가 제법 매섭다. 파크에서 전철역으로 이어진 도로변 상가도 거의 문을 닫고 철시하는 분위기다. 역시 겨울 여행은 시간과 날씨와의 적당한 타협이 없으면 밤만 길어지고 만다. 숙소로 돌아와 맑은 흙탕물빛을 띤 노천온천에서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아내는 방에서 노천온천까지 가는데 너무 춥다고 싫다고 한다. 앞으로 더 자주 일본 여행을 가져봐야 제대로 즐길 줄 알려나???
2007년 2월 20일 수요일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귀국 항공편은 오후 늦은 시각이다. 오늘은 오사카로 넘어가 오사카성을 관람하고 시내에서 백화점 쇼핑을 하고 간사이로 가는 일정이다.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여관을 나섰다. 오사카 난바역 무인라커에 캐리어를 맡기고 오사카성으로 향했다. 넓게 조성된 공원 한가운데 우뚝 서있어 전철역에서 한참을 걸어야만 도착할 수 있다.
오사카성은 토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 건립되었고, 천수각으로 올라가다 보면 그의 일대기가 미니어쳐와 동영상으로 제작되어 일반인에게 제공된다. 한때 우리나라의 비즈니스계에서 가장 많이 읽혔던 소설 '대망'이 있다. 소설에 나오는 세 주인공의 부침이 삼국지 만큼이나 비즈니스 세계에서 판세를 읽고, 결정을 내릴 때 유용한 지혜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망에 나오는 세 주인공은 선이 굵은 리더인 오다 노부나가, 천민의 신분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오다의 시종출신 토요토미 히데요시, 그리고 최후의 승리자 토쿠카와 이예야스다. 세사람 중에서 일본의 천하를 통일한 토요토미가 결국 성웅 이순신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자신의 생을 마감한 일본의 영웅이다. 가 성공의 발판을 마련한 전기는 겨울에 오다의 신발을 가슴에 품고 있다가 오다가 일어나 신을 신을 때 따뜻하게 덮혀놓은 것인데 이 이야기도 천수각을 올라가다 보면 볼 수 있다.
천수각은 그가 죽은 뒤 불에 타버렸는데 여러차례 중건을 해왔는데, 지금의 모습은 1930년대에 재건한 모습이다. 천수각 맨 위에 올라서면 오사카 시내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오사카성을 내려와 경내를 둘러보는데 많은 관람객의 시선을 잡아끄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젊은 청년 셋이 자신들이 만든 개그를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연을 하고 있었다. 일본어로 하는 개그라서 우리는 알아듣지 못했는데, 익살스런 모습과 그들이 내뱉는 말에 모여든 학생들이 배꼽을 잡고 웃는다. 아직까지 개그는 어린 학생들과 코드가 맞는 가보다. 제법 연기력이 있는 걸까?
오사카성을 마지막으로 3박4일간의 일본 킨키 중심, 쿄토-고베-오사카 여행을 마무리했다. 사실 렌트카를 빌리면 고대 일본의 기틀을 만든어서 국가의 골격을 세웠다고 칭송받는 쇼오토쿠태자의 스승의 발자취가 서려있는 호류우지(法隆寺)를 찾아갈 수 있는다. 담징은 고구려 승려이면서 바로 쇼오토쿠태자의 스승이다. 호류우지는 나라에서 오사카 중간 지점에서 나라쪽으로 가까이 있다. 쿄토와 나라에서 벗어난 지역에 있어서 일부러 찾아가려면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한다. 사쿠라가 만발한 봄날에 시간을 만들어 다시 일본 여행을 가져보기로 하면서 여행을 마무리했다. 호류우지는 다음번 여행여정에 반드시 집어넣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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