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MAT Asia’는 매년 개최되는 아시아 태평양지역 최대 규모의 국제물류전시회로, 중국 상해에 위치한 신국제전람중심(New World Expo Center)에서 10월 27일부터 30일까지 4일 간 진행되었다. 전년에 이어 약 60%의 관람객이 유럽, 중동, 일본, 한국 등 중국 외 지역에서 방문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국제전시회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해나가고 있다.
이번 행사는 CeMAT Asia 외에도 PTC Asia, Cold Chain Asia, Heavy Machinery Asia 등을 비롯한 총 6개의 대형 산업박람회가 동시 개최됨에 따라 기간 중 약 7만 여명의 국내외 관람객이 참관하였으며, CeMAT Asia의 전시장 규모만도 47,000㎡에 이르고 총 470여개 기업이 참여한 대규모 행사로 마무리되었다.
이와 더불어 물류 현안과 미래 물류환경의 변화를 주제로 한 20여개 세미나 세션(Innovation Salon), 유관 컨퍼런스도 동시 개최되는 등 물류관련 최신 이론과 트렌드를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참관객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전시회는 총 4개의 홀에서 ‘Forklift’, ‘System Integration/SmartRack’, ‘Convey/AGV’, ‘Logistics Robot/Packing’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특히 올해 전시장에는 ‘Robot(AGV) Pavilion’이라는 물류로봇 전용 전시구역이 별도 마련되어 AGV, 로봇팔, 피킹로봇 등 다양한 물류로봇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이번 전시회의 주인공은 ‘로보틱스(Robotics)’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실제 제1홀 전시장인 ‘Forklift Section’조차도 전시장 입구 좌우측 전면을 무인지게차가 장식할 만큼 로보틱스 기반의 ‘무인자동화’ 키워드가 전시 분위기를 주도하였다.
참관 당일 비로 인한 궂은 날씨 탓인지 전시회장 외부는 다소 고즈넉한 풍경이었다. 그러나 전시장에 들어선 순간 내부를 꽉 채운, 마치 궂은 날씨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한 어마어마한 인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인구가 많은 국가라지만 물류전시회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물류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러움과 씁쓸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교차하는 만감을 뒤로 하고 먼저 전시장의 전반적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한 바퀴 둘러보았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자동화설비와 로봇 등 첨단기술 기반의 물류솔루션이 많은 부스를 점령하고 있었으며 그 부스의 대부분이 중국 로컬기업의 부스였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비단 부스의 개수뿐만이 아니었다. 필자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든 것은 바로 로컬기업의 성숙된 기술수준이었다. 한 예로, 과거에 비해 소형고속화된 AS/RS는 전시용 설치장비만 봤을 때는 글로벌 리딩기업의 그것과 차이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당 수준의 작동성능을 보이고 있었으며, 팔렛타이저로 사용되는 중국산 6축 로봇팔도 아주 원활하게 작동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볼 수 있었다.
전시용 시스템이라 실제 성능에 비해 과장된 부분이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1~2년 사이에 급속한 기술발전이 이루어졌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보관·하역 관련 자동화솔루션 대거 선보여
이번 전시회 참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자동화랙, 고속소터, 자동화창고시스템 등 창고 내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에 대한 자동화솔루션이 대거 소개되어 많은 인기를 끌었다는 점이다.
물류컨설팅 관계로 최근 2~3년 간 중국 여러 지역을 다니며 현지 물류운영 현황을 수차례 진단하면서 느꼈던 점이 ‘중국은 광활한 영토와 대리상 중심의 유통체계로 인해 창고가 크고 재고회전 주기가 길어 보관효율이나 피킹속도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라는 것이었는데, 이번 전시회의 분위기는 이와 다르게 고단랙으로 구성된 자동화창고와 고속소터 등에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창고업(Warehousing) 위주로의 전시 분위기 변화는 현재 이커머스 중심으로 발 빠르게 성장하는 내수시장과 이를 지원 가능한 고도의 물류체계에 대한 수요 급증이라는 중국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 했다. 이미 알리바바(Tmall, Taobao), 텐센트(JD.com) 등이 수년 내 중국 전역 당일배송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운송부문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관·피킹’ 부분의 초고속화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배송 리드타임의 단축을 위해서는 향후 도심 내 물류센터 운영이 확대되어야할 것이고, 이 경우 보관효율 극대화는 지상과제가 될 것이다.
다양한 물류로봇에 관심 집중
서두에도 언급하였듯이 이번 전시회는 특히 물류로봇에 대한 전시가 성황을 이루었다. 형태면에서 보면 물류작업용 로봇팔, 경량 로봇팔, AGV, 모바일플랫폼 응용형 운반기기 등 다양한 제품들이 소개되었다.
그 가운데에서도 모든 참관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 익숙한 모습의 로봇이 하나 있었는데 <사진 1>의 AGV가 바로 그것이다. 이 AGV는 KSEC(조선분야 설비·운반장비 제작업체)사의 제품으로, 아마존의 KIVA와 유사한 외모로 눈길을 끌었다.
AGV 상부장치를 통해 선반을 들어 올리고 바닥에 새겨진 바코드마커를 따라 이동하는 등 실제 작동방식도 KIVA와 유사한 로봇으로, 2016년 말에 상용화 예정이라고 한다. 과연 물류로봇업계에서도 샤오미와 같은 기업이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물류의 미래상을 보여주는 이러한 물류로봇들은 기존 물류작업의 무인화·자동화를 통한 효율 제고에 더하여 고난도 정밀작업에 대한 수행가능성을 높여줌으로써 물류업체로 하여금 경조립, 특수포장 등과 같은 부가가치물류(Value Added Service, VAS) 사업기회를 확대해줌으로써 물류사업의 밸류 체인(Value Chain) 확장에도 많은 이점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우리나라도 한국형 KIVA 개발 프로젝트 등 다양한 물류로봇 개발을 진행 중이긴 하나 중국의 발전 양상을 볼 때 한층 더 속도를 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한 투자 확대와 정책 지원이 시급해 보인다.
물류기기 위주의 전시회인 만큼 드론, 무인트럭 등 필드배송관련 첨단기술이나 3PL 등 전문물류기업들의 최신 물류솔루션과 서비스 오퍼링 등은 찾아볼 수 없어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현존 최고 수준의 물류시스템을 한자리에서 마주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내년 전시회에서는 우리나라의 역량있는 많은 물류기업들을 전시 주체로 마주하길 기대해본다.
이번 참관을 통해 글로벌 물류산업이 IT기반 고도화 시대를 지나 이제는 바야흐로 로보틱스 기반의 첨단산업화라는 격변의 시기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했으며, 중국 물류산업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추어 가고 있다는 점에 일면 위협도 느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물류산업의 첨단화 추세에 발맞추어 물류현장을 필두로 자동화기반 작업고도화에 더욱 많은 투자와 선도적인 도입 노력이 필요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자동화시스템 발전에 비해 뒤쳐진 중국의 물류운영프로세스부분에 착안하여 우리의 강점인 ‘운영노하우’가 녹아있는 특화된 서비스 오퍼링을 개발하여 공략한다면 중국시장 공략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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