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각종 사회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외로움으로 인해 차라리 감옥에 가기 위해 범행을 벌이는 노인들이 있는가 하면, ‘노후파산(老後破産)’으로 고통받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케어살인, 노인 표류사회, 무연고노인, 고독사, 고립사, 노파 유기사회 등 각종 신조어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모두 부정적인 의미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원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1995년 총 인구의 69.5%(8726만명)에 달했던 생산가능 인구가 2013년 62%(7900만명)로 급감했다. 향후 저출산 고령화는 더욱 가속화돼 생산연령인구 비중이 2020년 59.2%, 2060년 50.9%로 축소, 고령층의 비중은 동기간 29.1%에서 39.9%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일본의 인력 수급 상황은 1992년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실업률은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은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증가에 원활히 대응하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일부 업종에서는 실제 공기 및 납기 지연, 영업시간 단축 등의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인력부족 문제는 기업간·업종간의 치열한 인력 쟁탈전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향후 경제 회복의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
고령화 시대에 진입한 일본은 로봇과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이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규제 개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지난 1월 27일 도쿄 시오도메에서 열린 ‘페퍼 월드 2016’ 전시회에서 인간형 로봇 페퍼가 그리는 미래를 소개, 소프트뱅크의 로봇 전략 및 향후 사업 추진 방향을 공개했다. 지난해 6월 판매를 시작한 로봇 페퍼는 발매와 동시에 거의 매진되는 등 인기를 누리고 있다. 소프트뱅크 측은 로봇 페퍼가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서서 로봇과 사물인터넷(IoT)의 결합 또는 로봇과 AI의 결합 형태로 사회변혁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고령화에 따른 인력 부족 문제를 페퍼가 해결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2016년부터 시작하는 제5기 과학기술 기본계획에서 AI 연구를 강화, 로봇 개발과 함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기술 기반 구축을 목표로 내걸었다. 일본 경제산업성 자료에 따르면 AI가 가져오는 변화의 본질은 디지털화된 인간사회 및 자연 현상의 다양한 관계성·법칙 등이 컴퓨팅 능력과 AI 기술 혁신으로 분석되는 것이다. 이제 산업경쟁력의 원천은 필요한 데이터를 신속하게 수집·해석·활용해 새로운 개인별 맞춤형 가치를 정확하게 제공하는 게 관건이다. 이러한 데이터의 가치사슬이 산업 경쟁력의 원천으로 부상하면서 전기전자, 자동차 등 종래의 산업을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2년마다 배로 증가하는 데이터량 및 처리성능의 향상으로 AI는 비연속적으로 기술이 발전해, 변화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가능성이 높다. 스스로 학습을 거듭해 지능을 획득하는 AI는 제품의 성능을 높일 뿐 아니라, 연구 개발 및 설계, 생산 효율성 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가능성이 높다. 도쿄대학에 따르면 AI는 현재 영상 및 이미지 인식, 이상 감지 및 장래를 예측하는 수준에서 향후 3~5년 뒤에는 가설 생성 및 고도의 시뮬레이션, 5~10년 뒤에는 번역 및 언어에 의한 지식 회득까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물류창고 업무 효율성 높여
일본의 히타치 제작소는 지난해 새롭게 개발한 AI 물류창고 관리시스템을 개발했다. 물류창고 선반에서 물품을 픽업하고 검품용 특정 상자에 넣는 집품(集品)작업의 효율성을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작업시간이 8%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업무시스템은 사전에 설계된 프로그램에 따라 동작하기 때문에 현장 업무를 재설계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현장상황 변화에 맞게 효율적인 지시를 내리기 어려웠다. 업무시스템에 축적되는 빅데이터는 수량, 시간, 상품코드 등의 수치 및 문자와 기호가 혼재된 다양한 종별 데이터로 구성된다. 이 때문에 데이터를 인공지능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업종이나 업무별로 고도의 지식을 가진 전문가에 의한 사전 분석이 필요하고, 시간도 소요됐다.
히타치가 개발한 인공지능은 계속해서 추가되는 업무데이터는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자동으로 저장되며, 업무 효율이 높아지는 업무 방법을 도출하고 작업자에게 지시를 내리는 형태다.
지시 결과에 따라 업무 효율이 향상된 경우에도 최신 업무 데이터를 인공지능에 입력하고 새로운 지식과 규정 생성에 이용하게 된다. 히타치 측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작업 순서를 1일 1회 지시함으로써 특정 선반에 작업자가 몰리는 혼잡을 방지한다. 이는 수요변동에 대응한 현장상황을 고려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의도다. 궁극적으로 인공지능을 통해 환경변화에 자동으로 대응한다는 게 히타치의 목표다.
아울러 작업자의 노력이나 개선을 인공지능이 이해하고, 업무지시에 반영하는 동작을 매일 반복함으로써 사람과 인공지능이 상호협력하고, 업무효율을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것이 히타치 측의 설명이다. 구체적으로는 과거 업무내용이나 실적 등 빅데이터 가운데 작업내용, 작업량, 날씨 등 당일 업무상황에 가까운 데이터를 스스로 선택해 해석함으로써 기상상황이나 돌발적인 수요변동에도 적절한 업무지시를 내릴 수 있다.
물류창고용 로봇 보급화 조짐
물류현장의 업무를 돕는 창고용 로봇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의 페치 로보틱스(Fetch Robotics)와 하베스트 오토메이션(Harvest Automation)의 피킹 지원용 로봇은 카메라 등 각종 센서 장비를 통해 스스로 공간을 인식하고 장애물을 회피하며, 배송 예정 상품의 수납 및 운반을 대행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로보틱스는 사람을 따라다니면서 상품의 수납 및 운반을 대행하는 피킹 지원 로봇 ‘프레이트(freight)’를 2015년 4월부터 대당 2만5000달러에 판매 중이다. 특히 작업자에 대한 실시간 위치추적 등 텔레매틱스 서비스도 병행해 고객사의 효율적인 창고 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오토메이션은 상품의 수납 및 운반을 담당하되, 작업자와 별개로 움직이는 피킹 지원용 로봇 ‘TM-100’을 2016년부터 대당 1만5000달러에 판매한다. 이 로봇은 주문이 들어온 상품의 선반에 작업자보다 먼저 도착해 전용 수거함을 배치하고, 상품이 담긴 수거함을 해당 주문과 관련된 다음 장소로 옮기는 역할을 맡는다.
한편 양사는 고객사 선점 전략의 일환으로 로봇 판매와 렌탈 서비스를 병행한다는 전략이다. 로보틱스는 자사 로봇을 시간당 4달러 선에서 대여할 예정이며, 6개월 렌탈 비용은 로봇 구매 비용과 비슷하다. 따라서 로봇의 실효성을 확인한 기업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오토메이션은 시간당 1.4달러(월 1000달러)로 금액을 낮춰, 렌탈 서비스 자체로도 다수의 고객사를 유치할 전망이다.
CJ대한통운 한국형 ‘키바’ 구상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6년 노인인구 비율이 전체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2060년이 되면 노인인구 비율이 40%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 72.9%(3704만명)을 정점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물류기업들도 물류현장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고민하는 처지다. 종합물류기업 CJ대한통운은 이러한 변화에 가장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달 17일 경기도 광주에서 ‘택배 메가허브터미널’ 기공식 행사를 열었다. 이 터미널은 지상 4층, 지하 2층 2개동에 30만㎡(약 9만평) 규모로 축구장 40개 넓이와 맞먹는 규모로 지어진다. 이는 아시아 최대 규모다.
CJ대한통운은 로봇,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융복합기술이 적용된 최첨단 택배 메가허브터미널을 통해 택배기사의 하루 2회전 이상 배송, 시간지정 배송 등이 가능한 구조를 구축함으로써 국민편익을 증진하고, 나아가 제조 및 유통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CJ대한통운은 현재 산학연 공동으로 아마존의 ‘키바’를 벤치마킹한 로봇을 개발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시범운영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핵심은 창고 내 업무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현재 데이터와 알고리즘 분석 수준을 넘어, 리얼타임 체계까지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있다. 기존 자동화 시설과 함께 증강현실, 피킹 로봇 배치 등을 통해 이를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근력 로봇에 대한 도입까지 고려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당장 내년부터 키바와 같은 형태의 ‘운송로봇’을 물류현장에 접목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물류는 다양한 형태의 사이즈를 동시에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판단기술, 인공지능이 접목되어야 한다”며 “현재 운송로봇의 골격은 나왔고, 이를 현장에 접목하면 원가절감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단 내년부터 기존 물류센터에 운송로봇을 접목해 테스트를 거친 후, 2018년 완공되는 광주 ‘택배 메가허브터미널’에 각종 첨단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로봇 제조업체인 마로로봇 테크에서 개발한 ‘M3’는 QR코드 인식을 통한 경로 주행 기술을 개발했다. M3 로봇은 이송 대상의 탑재 상태를 자동 인식해 리프트 동작 후 탑재된 물건을 들어올려 이송하는 방식이다. 고속 QR코드 인식 기술을 이용한 로봇의 위치 및 방향 정보를 활용할 수 있으며, 로봇이 정확한 경로 주행과 위치 인식이 가능하다. 특히 지정 경로 주행이 아닌 사용자 지정 경로 주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간 제약이 최소화되어 다양한 공간에서 사용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와이에스썸텍(YS-THERMTECH) 한국대리점이 선보인 AIV(Automated Intelligent Vehicle) 모바일 로봇은 자신의 경로 계획을 수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설치환경의 변동이나 추가 작업 없이 자율 주행이 가능하며, 주행 시 장애물과 충돌 방지 기능, 실시간 위치파악, 주행제어 등이 가능하다. 전·후방 초음파 시스템, 수직방향 감지용 측면 라이다(LIDAR) 등 안전기능도 구비돼 있다. 특히 최대 100대까지 군집업무 수행이 가능하다.
한편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집계한 2014년 로봇산업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로봇업체는 2013년 402개사에서 2014년 499개사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매출액과 생산도 각각 2조8540억원, 2조6467억원으로 늘어나는 양상이다. 그러나 로봇업체 중 46.1%는 자금조달의 어려움으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또 57.9%의 업체는 로봇산업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기술개발 분야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초기투자 비용의 부담’을 꼽았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로봇에 대한 수요는 향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로봇산업 육성에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 박찬석, SCM 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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