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두발로 누빈 세상/32. 즐거운 소풍

[제주도 올레길따라] 올레길 6코스 쇠소깍에서 소천지까지

학이시습지야 2017. 11. 6. 18:46
반응형

2017년 5월 6일 맑은 날씨 속에 쇠소깍에서 서귀포 올레까지

  날씨는 맑고 따사로왔지만 미세먼지 농도가 무척 짙다. 오늘은 돌아가신 아버님이 가끔 입고 다니시던 개량한복 여름사리로 입성을 갖추고 집을 나섰다. 쇠소깍 인근 정류장에서 버스에 내려 이내 올레길로 길을 잡았다. 쇠소깍은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명소로 소가 누워있는 모양을 한 물웅덩이 끝자락을 의미한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만들어낸 쇠소깍의 깊은 물에는 손으로 줄을 당겨 이동하는 교통수단인 '테우'가 떠있다. 수량이 풍부할 때는 이 테우를 타고 대략 한시간 남짓 유람할 수도 있다.


   바다로 흐르는 냇가 옆으로 난 제방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니 사람들로 북적인다. 쇠소깍에 다다른 것이다. 오늘은 마을 축제가 있는지 지역주민과 관광객 그리고 때로 놓치지않고 좌판을 벌려 호객을 하는 상인들까지 어울려 북새통을 이루었다. 축제 테마가 아직 시작하기 전이라 우리는 그곳을 빠져나와 잘 가꿔져 있는 올레길을 걸었다. 차량이 통행하는 해안길섶에 올레길을 덧대어 놓아서 걷는 길이 지루할 정도다. 



  걷는 길이 지루해질 즈음 기암으로 이루어진 쉼터가 나왔다. 서귀포 앞바다가 점점 가까워오고 있음을 섶섬과 문섬이 알려주고 있다. 바다에 인접한 도로 옆으로 게우지코지와 생이돌이 있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본다. 전망대 아래 바위 섶에 나란히 앉아 준비해온 계란과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겼다.


  게우지코지에서 휴식을 마치고 다시 올레길 위에 올라섰다. 여전히 길섶에는 다양한 조각과 조형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꽃들을 정성스레 가꾸어놓아 올레꾼들의 고단을 풀러주고 있다. 자그마한 길모퉁이를 돌아서니 바다를 벗어나 마을 한가운데로 난 길이 나온다. 길 양쪽 밭에는 무우와 당근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고 나무 아래 그늘에 동네 어른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여전히 길은 바다와 함께 나란히 달리고 있고 섶섬을 기준점 삼아 길을 이어갔다.  





  시원한 녹음을 드리운 한적한 시골동리를 관통하는 길이 넓은 U자 모양을 하고 있어 아내를 앞으로 보내고 사진을 한장 얻었다. 마치 도깨비길을 걷고 있는 착각을 느끼께할 듯한 길이다. 동리를 관통한 길을 벗어나니 이내 해안도로로 이어진다. 길섶에는 예쁘게 꾸며진 화단에 원추리만큼이나 붉은 꽃들이 우리를 응원하듯 바람이 한들거리고, 어느 찻집 입구에는 화산암을 곱게 다듬고 눈을 나타내는 흠집을 살짝 내어 나란히 세워놓았다. 올레길을 걷는 꾼들이 잠시 쉬어가라는 손짓이다. 우리는 아까 휴식을 가졌기에 그냥 지나쳐 서귀포를 향해 지친 발걸음을 옮겼다. 


  잘 닦여진 포장도로가 사라지고 나뭇가지가 치렁대는 산길로 접어들었다. 옆으로 그다지 높아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작은 절벽길이 이어져 있다. 제법 햇살이 뜨거운데 다행히 해를 가리워주는 키가 제법 큰 나무들이 있어 직사광선을 피할 뿐더러 더위마져 식혀준다. 길이 거친 대신에 시원한 그늘과 바람을 대신하여 제공하는 자연의 순리는 항상 부족한 것이 있으면 지나친 것으로 보충한다. 올레 리본을 놓치지 않기 위해 행여 외진길이라도 리본이 보이질 않으면 눈을 크게 뜨고 찾아다니기 바빴다. 그러다가 간세라도 만나면 어찌 그리 반가운지... 


  얼마를 갔을까... 소천지를 알리는 입간판이 서있다. 아래쪽 바다로 눈길을 보내니 바닷가에 사방으로 화산암이 둘러져 있고 안에는 물리 갇혀져 있어 흡사 백두산을 바다로 옮겨놓은 모습이다. 용암이 흐르다가 바닷물을 만나 급격히 식어 구멍이 숭숭나고 파도가 부셔져 포말이 들락날락 하며 돌을 훑어내어 날카롭게 선 바위군상들이 늘어서 있다. 펄펄 끓어 넘치던 용암이 차가운 바닷물에 속절없이 굳어버린 모양을 보니 마치 자연의 먹이사슬같다. 서슬이 퍼렀게 기를 세우고 모든 걸 집어삼킬듯이 밀려오던 용암도 바닷물에 힘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주저앉은 모습 아닌가. 잘 나갈때 위기를 생각하라는 거안사위(居安思危)를 문득 생각케 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