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두발로 누빈 세상/32. 즐거운 소풍

[제주도 올레길따라] 올레길 6코스 소정방폭포 - 이중섭 거리를 지나 7코스 외돌개까지

학이시습지야 2017. 11. 6.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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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7일 올레길 6코스를 마무리하고 7코스 외돌개까지 

  소천지를 떠나 얼마간 걸어가니 숲속으로 난 길을 벗어나어나게 하면서 확트인 바다를 향해 서있는 제주 칼 호텔이 서있다. 우리는 나지막한 돌담을 넘어 넓게 가꾸어진 잔디밭을 가로질러 걸었다. 북쪽 도로에 접한 곳에 주차장과 호텔 입구를 만들어 놓고 바다로 뻗어내려간 넓은 마당을  잔디로 덮어놓았다. 그리고 울타리겸 나지막한 돌담을 두르고 그 옆에 투숙하고 있는 관광객들에게 산책로를 제공한다. 우리는 잔디밭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팍팍해진 다리를 풀 요량으로 휴식을 가졌다. 서귀포 시내로 가서 점심을 먹으려면 앞으로도 제법 걸어야 했다. 


  KAL호텔에서 구불구불한 큰도로를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바다로 바로 내려쏟는 정방폭포보다 아담한 소정방폭포로 가는 길에 올레 리본이 달려있다. 한여름 지나친(?) 건강을 위하여 물맞이하려고 두꺼운 비닐을 덮어쓰고 쏟아지는 폭포수 아래에서 꿋꿋하게 서있는 우리 시대 장한 어머니들을 티비에서 본 적이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건강해지고픈 간절함이야 누가 말리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부동산 투기에 빠져 미세먼지와 공해로 꽉찬 도심 한복판을 누빌텐데. 재물을 불리는 재테크보다는 건강한 마음을 바로 세우려는 노력을 하는게 더 큰 재테크요, 건강한 육신으로 즐겁게 노후를 즐길 줄 아는 진정한 부자놀이일텐데... 


  사람이 부리는 욕심은 끝이 없다. 가진 사람은 더 많이 가질려고 온갖 노력을 다한다. 곧 있으면 새 대통령이 선출되고 또다시 대통령이 지명한 정부 고위 인사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열릴 것이다. 역대 정부에서 고위급 공무원으로 지명된 자들의 청문회에서 어쩌면 그렇게 하나도 빠지지않고 탈세, 다운 계약서, 병역회피, 표절이 단골메뉴로 나오는지. 누구나 할 것 없이 소위 고위직으로 가는 사람들은 전가의 보도처럼 국민을 실망시키는 세가지 자격요건을 그리 알뜰히 갖추었는지.

  소정방폭포에서 위로 올라가다 바다를 내려다보니 해녀들이 바다 속에 떠있는 것이 보인다. 긴 숨을 참아가며 해산물을 캐내고 있는 이 분들의 고단한 삶의 현장을 눈으로 직접 바라보니 감회가 남다르다. 그들이 일하는 바다에 도시처럼 구획되어 과세되는 재산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드넓게 펼쳐진 바다 속을 잠수하여 싱싱한 먹거리를 캐내는 일상을 이마에 깊이 주름이 패일 때까지 평생토록 이어오신 분들이다. 그들에 비해서 건물을 가지고 수천만원의 임대료를 받는 도회지의 부동산 부자보다 덜 행복하다는 가설은 항상 맞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신체적 건강과 일상의 즐거움은 돈으로 모두 가질 수 없잖은가? 분명한 것은 이분들에게 있어 바다는 흘린 땀만큼 보상을 해주는 정직한 삶의 진리로 인도하는 행복한 직장이리라...


  위로 올라오니 정방폭포 입장권을 파는 넓은 공간이 있다. 우리는 정방폭포를 제끼고 올레길로 바로 길을 잡아서 나아가닌 중국풍의 건물들과 정원을 꾸며놓은 '서복전시관'이 나온다. 중국 관광객들은 이곳 제주도로 여행오면 빠지지않고 들러볼만한 곳이지만 우리에게 그다지 구미가 당기지않는다. THAAD 때문에 얼어붙은 한중관계로 인해 작년에도 그랬지만 이번 여행에도 중국관광객을 만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하루빨리 한중관계가 개선되고 상호호혜적인 무역거래가 활발해졌으면 한다. 이웃하고 있는 나라와 긴장관계를 유지하는게 결코 바람직스런 정치는 아니다. 정치인과 군사세력들은 좋아할지도 모른다. 그걸 미끼로 자기들의 존재가치를 부각시키는 재료로 사용하기 딱이니까. 친일, 친미, 수구꼴통, 종북좌파, 빨갱이를 가지고 우리 정치인들은 언제까지 우려먹으면서 자신의 정치생명을 연장하려는지.

  수구꼴통의 잣대로 보면 50평생을 나라에 해악을 끼지치 않고 서민노릇을 충실히 한 나도 빨갱이다. 외삼촌이 자진월북하여 북한에서 고위층 인사가 되어 천수를 누렸으니 빨갱이 핏줄이 흐른다고 몰아붙일 것 아닌가? 저들은 안보를 외치면서 본인은 물론 자식들까지 갖가지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병역을 회피해놓고. 더한 인간들은 자식들을 아예 해외시민권자로 만들어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이라도 일어나면 자식들 품으로 도망칠 준비까지 철저히 해놓지 않았는가? 그런 입으로 안보를 외치나? 나처럼 차라리 5년 넘게 짠밥봉사라도 하고 그런 소릴 하던지..


  올레길과 전혀 어울리지않는 생뚱맞은 생각을 하면서 걷다보니 우리는 어느덧 서귀포 시내로 들어서 '작가의 산책길'로 들어서고 있다. 이 길 끄트머리는 불우한 화가의 대명사 이중섭미술관이 있다. 그리고 전복요리가 들어있는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는 대우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한 십리정도 되는 길을 걸어올라가니 정말로 끄트머리쯤에 사거리가 나오고 이중섭 미술관이 나온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배가 고파 우리는 이내 식당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점심시간이 지나선지 식당은 붐비지않고 너무 한적하다.



  늦은 점심을 먹다본니 과식을 했나보다. 빵빵해진 배를 안고 제법 경사가 있는 이중섭거리를 다시 돌아보았다. 천재화가였으면서 이중섭은 왜그토록 힘겹고 고단한 삶을 살았을까? 그가 남긴 불후의 명작들은 그당시에는 왜 큐레이터의 관심과 시선을 끌어당기지 못하고 버려져 있었을까. 가장 안타까운 것은 화구가 없어 담배 속지에 그림을 그렸고 그것이 나중에 경매에서 엄청나 금액에 낙찰된 것을 보고 신은 왜 그리 심술맞은지 모르겠다는 앙탈마져 부려본다. 천재적 재능을 부여해 세상에 내려보냈으면 그들이 마음껏 작품을 남길 수 있는 여건까지 함께 만들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우리같은 장삼이사들은 그들이 남긴 명작을 별다른 어려움없이 마음껏 감상하고 즐길 수 있었을텐데. 명작은 고난 속에서 탄생해서일까?


  서귀포올레사무실에 마련된 6코스 종점에서 스탬프를 찍고 이제 7코스를 시작했다. 올레길 7코스는 10코스와 함께 가장 멋진 올레길로 이름이 나있다. 우리가 묶고 있는 숙소아래 법환리 해변도 올레길 7코스이다. 서귀포를 벗어날 즈음 커다란 공원이 나타나고 공원 반대쪽 꼭대기에 변시지화백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변시지화백은 제주도의 색깔과 말 바람 그리고 파도를 거친 필치로 그려 많은 작품을 남겼다. 원래 변시지화백은 해방후 일본 화단에서 약관의 나이부터 대단한 명성을 떨친 분이다. 안정된 작품활동을 펼칠 수 있는 일본을 떠나 이곳 제주도에 정착해 제주화를 그리는 데 혼신을 쏟았다. 하지만 당시 화단의 이단아로 찍혀 이 분 역시 평탄한 작품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된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 5.3사태같은 아픔을 보듬고 있는 제주도의 거친 풍광을 화폭 속에 담아내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의 뛰어난 작품 세계에 감동한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은 그의 작품 두 점을 10년간 상설 전시하기로 하였단다. 비록 내 눈으로 들어오는 그의 작품에서 난 아무 것도 얻을 수가 없었다. 작품을 감상하는 트레이닝도 받지 못했을 뿐더러 , 개인적인 노력도 쏟질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다.   


  변시지미술관을 나와 다시 올레길 위에 섰다. 해가 많이 기운 시간이라 발걸음을 재촉해야 밝은 시간에 7코스 하이라이트인 돔배낭길을 걸을 수 있다. 삼매봉을 크게 한바퀴 돌아 내려오니 외돌개가 우리를 반긴다. 바다 속에서 분출한 용암이 굳어진 높이 20여미터의 화산암 기둥으로 많은 여행객을 불러 모은다. 오늘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있긴 해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시간을 지체하면서 외돌개를 감상하였다. 그리고 절벽위로 울창한 상록수 숲길 사이로 올레길은 이어졌다. 바다로 눈을 돌리면 새섬, 문섬, 그리고 우리 숙소에서 가깝게 보이는 범섬이 보이고 푸른 바다가 수평선 멀리까지 펼쳐져 절경을 이룬다. 이 길 옆에 멋드러지게 집을 지어놓고 사시는 분들은 하루종일 절벽아래에서 조알대는 파도 소리를 공짜로 들을 수 있을텐데. 시 한 수가 절로 나오겠다. 주변이 점점 어두워져 온다. 늦은 점심을 먹었지만 많이 걸어선지 배도 고파온다. 아직 숙소까지 꽤 먼 길인데...


  그리고 절벽위로 울창한 상록수 숲길 사이로 올레길은 이어졌다. 바다로 눈을 돌리면 새섬, 문섬, 그리고 우리 숙소에서 가깝게 보이는 범섬이 보이고 푸른 바다가 수평선 멀리까지 펼쳐져 절경을 이룬다. 이 길 옆에 멋드러지게 집을 지어놓고 사시는 분들은 하루종일 절벽아래에서 조알대는 파도 소리를 공짜로 들을 수 있을텐데. 시 한 수가 절로 나오겠다. 주변이 점점 어두워져 온다. 늦은 점심을 먹었지만 많이 걸어선지 배도 고파온다. 아직 숙소까지 꽤 먼 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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