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日新又日新/91. 나에게 부친 편지

Turning Point - 전환점.

학이시습지야 2015. 7. 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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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1일.  올해의 딱 절반이 지나갔다.

 

  힘차게 솟아오르는 새해를 바라보면서 다짐했던 약속들을 올해의 버킷리스트에 담아, 실천해보자고 마음을 다잡은 지도 딱 절반이 지났다. 버킷리스트를 펼쳐보니 후회 반, 실망 반, 그리고 덤으로 희망 반이라는 자평을 하게 된다. 절반이나 남아있는 2015년, 이제라도 덤으로 얻은 희망섞인 자평에 후회로 천착되지 않게 스스로를 다잡아 궁행하자!

 

1998년 7월 1일. 오늘로 부터 딱 17년전 그 날이다.

  사무실에 덩그러니 나 혼자 남아 있었다.

  군복무를 마치고 사회에 첫발을 디딜 수 있도록 내게 기회를 주었던 회사가 IMF구제금융 여파로 사업구조조정 계획을 수립하였다.회사는 성장성과 수익성을 없다는 이유를 들어 내가 속해있던 사업부를 철수하고 관련 임직원 모두는 회사를 떠나야 한다고 했다. 철수계획은 1997년 12월에 결정되고 위로금 6개월분을 퇴직금에 얹어주면서 1998년 2월부터 단계적으로 직원들을 내보냈다.   

  사업은 철수하였으나 잔여자산 처분과 A/S용 자재수급관리를 위하여 본사 기획에 1명, 공장에 1명을 선임하여 관련 업무를 맡도록 했다. 공장에서 생산관리를 맡다보니 공장 잔류인원으로 선정되어 그동안 함께 일해왔던 동료들이 떠난 빈 사무실에 혼자 출근한 첫날이 바로 17년전 오늘이다. 그날부터 기실 매일매일 처리하여야 할 업무가 별로 없어서 하루종일 천리안과 노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회사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는 것도 귀찮아 거의 굶다시피 하며 두어 달을 보냈다.

 

  그 당시 회사 규모가 우리사업부의 10배가 되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끝나고 나면 혹시 내게 새로운 보직이 주어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 속에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보름이 가고 한 달이 가고... 혼자서 사무실에 앉아 그냥 흘려 보내는 날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막연한 기대의 두께도 점점 엷어져갔다. 

  우리가 세칭 베이비붐 1세대라 나라의 경제규모가 두자리수로 성장을 지속하던 시기에 취업을 하였기에 대규모 인원이 입사하였다. 우리들이 관리자로 진급을 할 시기에 IMF가 닥치고 경제가 가라앉으면서 중간관리자 적체가 인사관리의 골칫거리가 되고 말았다. 결국 다른 사업부에 내가 다리를 뻗고 누울 자리는 없어보였다. 취업문이 꽁꽁 얼어버린 경기 속에서 새로운 직장을 얻어야 했다. 이제 초등학교를 다니는 두 아이를 위해서라도 나만의 욕심은 버리고 가족이 함께 안정된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해야할 책무가 있었다.

 

2015년 7월 1일.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의 본사로 부터 책상에 놓아둘 깃발을 나눠받았다. "첫번째 날" 이라는 메모와 함께.

  2012년 12월 내가 택한 두번째 직장이 지금다니는 회사에 매각처분할 것을 발표하였고, 2013년 9월에 자산양수도가 본사차원에서 마무리되면서 자연스레 나의 두번째 직장은 무대에서 사라졌다. 다니던 회사를 매입한 회사는 다시 회사를 둘로 쪼개었는데, 쪼개진 두 회사로 새출발하는 첫날이라고 깃발과 메모를 나눠준 것이다. 우리 직원들은 아무 감흥이 없는데 본사만 흥이 나는갑다. 

  그리고 오늘까지 구조조정으로 다니던 첫 직장을 떠난지 17년이 되어가는 날이다. 역으로 새롭게 찾은 직장에서 17년째 다니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원래 다니던 회사가 흡수되면서 자연스레 내가 맡고있는 업무도 흡수되고...

 

   17년 전의 내 처지와 왜 이리 닮아있을까.. 그리고 나는 어떤 선택을 하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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