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두발로 누빈 세상/32. 즐거운 소풍

[제주 올레길따라] 여행은 순간순간 선택의 연속이다 - 올레 1코스를 걷다.

학이시습지야 2016. 12. 8.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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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28일 월요일..... 


계양역은 김포공항보다 주차요금이 절반!!

  네번째 제주도 여행입니다. 이번 여행은 여늬 방문과 달리 단순한 일정으로 잡았죠. 한라산 등정과 올레길 걷기로 한정하였습니다. 이전까지 제주도에 이름난 곳을 대부분 다녀왔으니 이번부터는 제주도 풍광을 즐기는 컨셉으로 하자는 제안에 아내도 흔쾌히 동의하였죠. 그래서 짐도 캐리어 대신 배낭으로 꾸렸고, 렌터카는 예약하지 않았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키로 하고,


  LCC 저가항공이 생기면서 제주도로 가는 항공편 요금이 왠만한 육지의 고속버스 요금만도 못하다보니 우리에겐 더없이 좋았죠. 제주항공을 이용하다보니 두사람 왕복요금이 십만원짜리 수표 한장으로 충분하네요.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를 가격이 더 싼 아침 06:30분걸로 하다보니 집에서 김포까지 대중교통이 없어 고민이 생겼습니다. 비행기값 아끼려다 주차비 폭탄을 맞게 되었죠. 아무리 송파 집에서 대중 교통편을 이용하려해도 답이 좀처럼 나오지 않아 어쩔수 없이 차를 가지고 가기로 하였습니다. 공항 주차장은 하루 만원인데, 그럴바엔 차라리 조금 더 주더라도 아침 7시대 출발편을 택하는게 나을 수도 있었죠. 헌데 인터넷을 검색하다보니 계양역 주차장 요금이 공항요금의 절반이라네요. 더구나 새벽시간엔 주차전쟁도 없고... 새벽공기를 가르며 약간의 과속을 하며 40분만에 계양역에 도착해 차를 주차하고, 부리나카 김포공항행 전철에 올랐습니다.


  공항에 도착해 보니 월요일 아침 이른 시각인데도 여행객들로 북적이네요. 얼마나 많은지 공항검색대를 거치는데 한참을 대기해야할 정도로. 보따리를 싸면서 등산 스틱과 카메라 삼각대를 기내로 가지고 들어갈 수 있는지 여간 궁금하지 않았죠. 미리 전화로 물어볼때는 기내 반입규격만 맞으면 된다고 하는 원론적인 답변을 들었지만, 자칫 이런 물건들이 흉기가 될 수 있다고 거절될 수도 있어서 조마조마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거리낌 없이 가져가는지라 우리도 무사통과..  



 여행은 항상 최악의 상황을 피하다보면 최상이 기다린다..

  오늘 일정은 제주공항에 내리자마자 바로 택시를 타고 성판악으로 달려가는 것이죠, 한라산을 오르기 위해. 하지만 제주공항에 다다를 무렵 기내 창으로 내려다 보니 온통 구름으로 덮여있네요. 청사 밖으로 나오니 기온도 제법 쌀쌀하고. 이런 날씨에 한라산을 올라본들 땀을 쏟는 훈련, 그 이상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게 없네요. 더구나 온갖 짐들이 꽉 들어찬 묵직한 배낭을 메고 9시간 가까이를 올라갈 엄두에다, 진달래대피소에 12:00까지 통과하여야 하는 압박감마져 감내하여야만 했죠.


  청사 안에서 조급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폰으로 날씨를 검색하니 오후부터 날씨가 개이면서 내일은 아주 맑다는 예보네요. 우리는 바로 일정을 바꾸어 오늘은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가벼운 차림으로 올레 1코스를 걷기로 하였죠. 청사 내에 있는 올레안내 사무국 들러 올레 패스포트를 구매하였습니다. 


  내게는 패스포트가 3개가 있죠. 하나는 해외로 나갈때 꼭 필요한 여권(passport)가 있고, 3년 전에 구매하여 아직 마무리를 짓지 못한 자전거 국토종주 패스포트, 그리고 조금 전에 구매한 올레 패스포트가 그것들입니다. 자전거와 제주올레길 패스포트는 유효기한이 없지만 칸을 다 채우면 메달을 준다고 하네요. 자전거 국토종주는 상주에서 부산까지 낙동강 구간과 제주도 구간이 아직 남아있고, 올레는 오늘부터 새로 시작하는 길입니다.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 올레길 3코스를 돌아보고, 내년에 다시 와서 절반을 돌아보고 내후년에 올레길 종주를 마치려고 합니다, 이번에 걸어보고 그 속에서 우리를 잡아당기는 유혹이 있으면....


드디어 올레길 대장정의 첫발을 내딛다. 올레 1코스 시흥초등학교 ~ 광치기 해변

  공항에서 95번 버스에 올라 시외버스터미널로 넘어가 710번 시외버스로 성산에 도착하였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간단한 먹거리를 작은배낭에 챙겨 길을 나섰습니다. 올레 1코스 출발지인 시흥초등학교까지 도보로 4.3km, 한시간 가량 걸어야 하네요. 하늘은 낮게 드리웠던 구름이 많이 엷어지더니 어느새 파란 하늘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바닷가에 연한 도로와 마을길을 걷다보니 올레길 출발지에 도착하였지요. 

  패스포트에 출발을 알리는 스탬프를 찍고 걸음도 가볍게 우리는 올레길 순례를 드디어 시작하였습니다. 올레길을 개척하면서 어디를 출발지로 삼을지 결정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포인트였을 것입니다. 올레길을 개척한 서명숙이사장의 저서에 올레길 출발지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죠. 기억되는 것은, 성산이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경계이면서 해가 떠오르는 동쪽이어서 시흥초를 출발지로 하였다고 합니다. 서울로 가면 다시 읽어봐야 겠네요.

 


올레 1코스의 명물 말미오름과 알오름

  출발지에서 20분 정도 걸어가면 올레길 1코스 안내소가 나오는데 오늘은 월요일이라 휴무라네요. 우리가 올레길을 걷기 시작할 때 우연히 동행한 젊은 커플이 있었죠. 그 커플이 올레 패스포트 구매방법을 물러 이곳 안내소를 알려주었는데, 휴무라 구매하지 못하였죠. 안내소 왼쪽으로 돌아 올라가면 말미오름길이 나옵니다. 높지않은 밋밋한 경사를 조금  올라가니 드디어 멋진 제주도의 풍광이 내려다 보이네요, 더구나 하늘마져 푸르름을 더해서. 

  올레길을 안내하는 간세 (제주올레의 상징인 조랑말의 이름입니다. 느릿느릿한 게으름뱅이라는 뜻인 제주어) 표지 등 너머로 성산일출봉이 떠있고,

 

  구멍이 듬성듬성난 돌담을 이웃하고 있는 밭에는 아직도 각종 채소가 자라고 있네요, 내륙의 밭에는 이미 서리가 내려 무우며 배추가 이미 주부들 손을 거쳐 김치내장고 속에서 양념과 발효를 시작하였는데.. 밭모양이 경지정리를 하지않아선지 네모반듯한 육지의 농경지와 달리 여기는 다양한 도형을 그리고 있습니다. 사진 속처럼 우리나라 지도 모양을 가진 밭도 있구요.       

  말미오름에서 내리막길을 좀 걷다가 다시 오름길로 가는 중간에 제법 멋드러진 평원이 나옵니다. 이곳에 올레길을 알려주는 간세와 리본표지, 방향표지를 전시되듯이 서있죠. 바람이 많은 제주를 알리듯 바람에 춤을 추는 억새가 제주로 날아온 우리를 반기듯 일렁이네요.

 

    

  알오름 정상에 오르면 제주도에서 가장 멋드러진 풍광에 압도됩니다. 흰구름이 듬성이는 파란하늘 저 끝자락에 연해있는 쪽빛
바다와 그 옆으로 우도와 일출봉이 앉아있고 섭지코지가 아스라히 손에 잡히는 이 모습도 멋드러집니다. 거기에 옹기종기 들어앉은 마을이며 그 마을을 두르고 있는 싱싱한 녹색 밭들이 싱싱함을 더하네요. 오늘 이 장면 하나를 만끽하는 우리는 제주도에 온 값을 한꺼번에 보상 받는 것같네요.


  알오름을 내려와 종달리마을로 들어섰습니다. 길가에 이어져있는 밭에는 무우, 배추, 당근, 대파, 골파 등이 자라고 있는데, 더러는 잡초가 반이고 채소가 반인 곳도 자주 눈에 띄네요. 여기도 일손이 부족해서 재대로 채마밭을 건사할 수 없나봅니다. 옛날에 하교길에 배가 고파 길섶에서 자라고 있는 무우를 뽑아먹던 기억이 떠올라 자꾸 뽑아먹고 싶은 욕구가 오르네요. 종달리 마을을 벗어나니 해안도로 옆으로 난 올레길을 걷게 됩니다. 제법 걸었는지 다리가 점점 팍팍해져옴을 느낄 정도입니다. 종달리 해안도로 정중앙(?)에 있는 목화휴게소에서 중간기점 스탬프를 찍고 기념으로 한치 한마리 구워서 함께 씹으며 걸었습니다. 


종달리 해변을 따라 걷다보면 다양한 빛깔의 바다와 마주하게 됩니다. 푸른 빛 하나로는 도저히 표현이 되지 않는 맑은 빛깔을 연출하는 제주바다 모습에 다시한번 제주에 빠지게 됩니다. 오늘도 제법 걸었는데 몸이 느끼는 피로 보다는 상쾌함이 더 깊게 다가옵니다. 해가 많이 기울어 서쪽 하늘에 서서히 붉은 기운이 번져가기 시작합니다. 오늘 일정도 대충 마무리를 해야할 시간이 다가오네요. 



성산일출봉 아래에 있는 숙소에 도착할 무렵 드디어 한라산 자락 위로 하루가 저물어 가네요. 좀처럼 만나보기 힘든 해넘이까지 우리에게 제주는 선물하네요. 오늘 아침에는 낮게 드리운 구름에 한껏 실망으로 시작한 하루였는데 이처럼 아름다운 풍광과 드물게 다가오는 해넘이까 만난 오늘은 정말 축복받은 여행의 으로 손색이 없네요.


 올레1코스는 시흥초등학교에서 광치기해변까지지만 날이 저물어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모레 2코스를 가려면 어차피 숙소인 산토리니게스트하우스가 있는 일출봉 아래에서 광치기 해변을 가야하기에 중도포기가 아닌 합리적인 타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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