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19일 본사가 있는 Sweden Lend 출장 중에 저녁먹고 호텔로 돌아가는데 우연히 발견된 영화 Old Boy 포스터. 유럽을 출장다니면서 한국식당 찾아내기가 여간 여러운 것이 아닌데, 인구 이만 겨우되는 스웨덴의 시골도시에서 최민식이 주연한 올드보이가 상영되고 있는 걸 보니 무척이나 신기하고도 대견스러웠다.
2005년 5월, 본사가 있는 Sweden Lund 출장기회가 다시 주어졌다. 출장의 명목은 Integrated Supply Chain 도입을 위한 사전 교육이었다. 이번까지 해보니 유럽출장이 5번째인가보다. 그동안의 출장을 통해 파리와 로마를 다녀봤기에 이번엔 3대 야경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프라하를 꼭 한번 다녀보고 싶었다. 물론 업무출장기간동안 개인적인 여행을 하는 것이 회사의 시각에서는 비용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음을알고있다. 그러한 부담과 윤리적인 문제를 스스로 벗어던지기 위하여 업무출장과 관련된 교통비와 체재비만 회사에 청구하고 개인적인 여행시간과 코스에 대한 비용은 개인 비용으로 처리했다.
예를 들면, 이번 교육일정이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로 잡혀있어 출국은 월요일에 서울-> 파리-> 코펜하겐을 거쳐 Lund에 도착하고, 귀국은 원래대로 하면 금요일 Lund->코펜하겐->파리->서울이지만, 프라하를 주말을 이용하여 여행을 하기위해 Lund -> 프라하는 유레일 티켓을 개인적으로 구매하여 이동하고, 토요일 프라하에서 서울로 오는 항공편을 이용하여 회사에는 추가로 부담하는 항공료가 없다. 아울러 프라하에서의 체재비는 개인비용으로 지출해야기에, 민박집을 이용하고 식사는 간편식을 하였기에 자비부담을 최소화했고, 회사에는 오히려 목요일 숙박비가 절약되었다.
목요일 오전에 교육이 종료되었는데, 말뫼에서 베를린을 거쳐 프라하로 가는 야간 침대열차는 저녁 9시에 출발한다. 결국 남는 오후시간을 작년에 시간도 없고 날씨도 추워 대충 둘러본 말뫼를 다시 여행하기로 했다.
Malmo, 말뫼는 스웨덴의 남쪽 끝에 있는 인구 30만 규모의 중소 해안도시이다. 1980년대 초까지는 산업도시로서 명성을 유지하며, 지역 경제의 중추였던 조선소에 높이 128m, 무게 7560톤 규모의 초대형 크레인이 도시의 랜드마크로 하여 그 영광을 상징하였다. 하지만 조선업이 한국과 중국에 밀려 급격히 쇠락하여 조선소가 문을 닫게되고, 애물단지로 전락한 크레인은 220억에 달하는 해체, 운반 비용을 부담할 회사를 회사를 찾지못하여 방치되어 흉물스런 도시가 될 뻔했다. 2002년 현대중공업이 이를 1달러에 매입하여 한국으로 오게되고, 이 크레인은 '말뫼의 눈물'로 불리게 되었다. 그 이후 도시는 신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친환경 도시로 변모하여 가고 있다. 친환경도시로의 변모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곳이 말뫼의 명물 토로소가 있는 해안이다. 크레인 치워진 곳에 세워진 토로소는 뫼비우스띠모양으로 감아올라가는 형태의 건물인데 아파트로 쓰이고 있다.
해안 산책을 마치고 말뫼역에서 조그만 걸어가면 만나게 되는 공원 안에 있는 말뫼성(Malmohus)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번 여행 전에 말뫼에 대해서 미리 사전 정보를 조사하지않은 상태라 그냘 발길 닿는대로 걸으면서 눈에 잡히는 풍경에 내맡겼다. 성이라고 하여 특별히 설명을 잘 해놓은 것도 보이질 않고, 더구 안내판이 영어로 되어있지 않아 더욱 관심있게 보여지질 않았다. 소담스레 정돈된 정원과 해자가 있었고, 아담한 사이즈의 풍차가 눈길을 잡았다. 풍차하면 네덜란드란 고정관념에서인지 왠 풍차? 라는 의문이 자연스레 나온다.
대기업에 다닐 때는 장기연수가 이닌 단기 해외출장에는 통상 2~3명이 함께 동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지금의 회사처럼 작은 규모의 회사는 혼자 출장을 다니는 경우가 많다. 이번 여행처럼 혼자 출장을 나오면 전체적인 일정을 내가 하고픈대로 조정할 수 있고, 당일 일정도 아주 자유롭다. 다만, 혼자 다니다 보니 약간은 궁상맞은 기분도 든다. 멋드러진 경치에 탄성을 지를 수도, 함께 한 동료와 감동을 나누면서 공유할 수도 없고, 다만 속으로 경치 괜찮네!! 하는 수준에 머물곤 한다. 아무래도 혼자 다니다 보면 시간과 공간을 활용하는데는 무척 용이한 점는 부인할 수 없다.
말뫼성 입구에 박물관이 있는데 안에 들어가 볼까 하다가, 다음으로 미루고 말뫼역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열차를 기다리기로 했다. 출장 오기 전에 프라하까지 어떻게 이동해야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갈 수 있을지를 여러가지 방안으로 연구하였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코펜하겐에서 비행기로 프라하까지 가는 방법이다. 1시간 20분이면 충분한 이동시간인데 비용이 만만치 않아 대략 150,000원선이다. 다음으로 가능한 것이 유레일을 이용하는 방법인데 말뫼에서 코펜하겐, 함부르크를 거쳐 장장 20시간을 4번의 transit을 해야 도착하는 여정인데 비용은 항공보다 싸지만 투입 시간이 너무 심하다. 헌데 4월에 열심히 알아볼 때는 없던 유레일 운행시간이 5월에 새로 추가된 것을 발견하였다. 말뫼에서 스웨덴 남쪽 항구인 Trelleborg까지 이동한 열차가 여객선 안으로 선적이 되어 독일까지 바다를 건너가서 다시 육상으로 베를린까지 가는 열차편이 생긴 것이다. 이 열차편을 이용하면 시간과 비용 두마리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방법이다. 다만 이 열차편은 나중에 알았는데 5월부터 10월까지만 운행하다 보니 지난 4월에는 유레일 시간표상에 가용스케쥴로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말뫼에서 열차에 올라 예약한 침대칸에 짐을 풀고 이층 침대로 올라갔다. 아직은 잠을 청할 시간이 아니라서 그냥 누워 대략 30분 정도 지났는데 Trelleborg에 도착해 승선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부두에 접안된 여객선의 화물 선적칸에 레일이 가설되어 있고 이 레일이 부두의 레일과 연계되어 있어 말뫼에서 출발한 열차가 그대로 여객선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열차가 배안으로 완전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는지 열차 문이 열리고 승객이 자유롭게 여객선 갑판과 레져시설이 갖춰진 곳으로 갈 수 있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