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日新又日新/91. 나에게 부친 편지

우리 나이로 57번째 생일이다.

학이시습지야 2015. 9. 1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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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이 우리나이로 쉰 일곱번째 맞는 생일이다. 어제 저녁 자정이 넘자마자 아이들이 '아빠 생신 축하한다'는 카톡 문자가 날아왔다. 아내가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한 수고로 생일상이 소박하지만 정성스럽게 차려졌다. 생일상 단골 메뉴인 미역국에 소고기가 듬뿍 담겨있고, 갈비찜, 버섯무침, 야채와 과일이 들어간 샐러드 그리고 특별히 담근 김치까지 상 위에 올려져 있다. 그리고 셀 수 없을 만큼(?)의 초가 꽂혀진 생일 케이크까지.

아직 생일상의 마무리 밥이 안올라 왔다... 

꽂혀진 초가 너무 많아!!! 

메모에 들어있는 Heart 숫자가 57개라네?? 

인증 샷을 위해 기념촬영! 



 

 

 

 

 

 

 

 

 

 

 

 

 

 

 

 

  정성스레 차려주는 생일상은 기쁜 마음으로 받아야 마땅하다. 나와 엇비슷하게 직장 생활 기간을 하고 있는 아내가 수고로운 상차림 마련하는 대신에 외식으로 해주었으면 하는 미안한 마음이 늘 마음 한 켠에 있다. 직장 생활하랴, 아이들 뒷바라지에 집안 살림을 왠만한 전업 주부 저리가라 할 정도로 똑뿌러지게 하는 아내에게 고맙다. 늘 잠이 부족한 생활인데도 남편 생일이라고 새벽에 몰래 일어나 부엌에서 야단(?)이다. 행여 음식 장만 소리에 내가 잠에서 깰까봐 방문을 꼭 닫아 소리를 듣지 못하게 해놓고...

 

  하지만 나는 이런 고마운 아내에게 조금만 불만이 있으면 화를 내고 짜증을 부려왔다. 때로는 아이들에게까지 화살을 돌려가면서 집안 분위기를 가라앉히도 했다. 사실 우리 사이에 트러블이 없을 때는 더 없이 좋은 사이지만, 둘 사이에 사소한 트러블이 생기기만 하면 그걸 원만하게 풀어내지 못하고 냉랭한 관계를 만들곤 했다. 속 좁은 남편을 만나 마음 속이 카맣게 타들어 갔고, 생일상이고 뭐고 하고 싶지 않을텐데 아내는 다르다, 나하고는...

 

  아내가 고생한 덕분에 아이들은 이제 어엇한 성인으로 장성하여 제 앞가림을 할 정도로 훌륭하게 자라 주었다. 부모를 향한 따스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늘 남보다 부족한 뒷바라지인데도 불평이나 불만보다는 감사하는 마음을 간직하고 자신의 진로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아끼지 않는 우리집의 보배로 자라주었다.

 

  인생을 사는 데 기능도 필요하지만 남을 위한 따스한 인성과 나를 향한 끊임없는 노력의 채찍이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은 바로 이렇게 자라주어서 한없이 기쁘고 자랑스럽다. 그리고 아내에게 고맙다.

 

  오늘 아침 생일상을 받아보면서 새삼 철이 조금 더 들었나 보다... 사랑한다, 효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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