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호사다마 - 한적한 시골길에서 펑크가 나면
어제는 오랜만에 미국에서 가족끼리 라운딩을 나갔다. 아들이 우리가 미국에 간다고 하니 부리나케 예약을 해놓았다고 한다. 묶고있는 숙소가 맨하탄의 베드타운이다 보니 주변에는 가격이 착한 골프장이 별로 없었다. 라운딩하는데 대략 반나절은 소요되니 나머지 반나절 일정을 뭘로 채울까가 고민이었다.
당초 일정표 상으로는 오전에 골프치고 저녁에 뉴욕 메츠야구장에서 유현진의 활약을 응원하는 일정이었는데, 류현진은 현재 재활중이라 등판이 아예 불가능한 상태. 이에 아들은 오전에 골프장 근처에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프리미엄 아울렛, 우드버리 커먼에서 쇼핑하는 걸 제안했고 우리는 그걸 받았다.
쇼핑을 마치고 식당가에서 간단하게 점심요기로 패스트 푸드를 시켰는데, 아들이 주문한 것과 다르게 나왔다고 항의를 하고.... 먹고나서도 화가 아직 덜 풀렸는지 또 다시 항의하고, 왜 잘못 나왔는데 인정하지 않느냐며... 그걸 지켜보던 우리는 미국놈 다됐네 하고 웃었다.
쇼핑몰에서 골프장까지는 약 한시간 정도 걸리는 걸로 네비가 알려준다. 초여름이 시작되는 미국의 농촌 풍경이 무척 한가로웠다. 넓게 펼쳐진 초원지대가 나오다가 푸른 활엽수가 울창가 야트막한 산들이 한참을 달려도 끝나지 않다가 갑자기 목초지대가 차장 밖으로 전개되었다. 일단 스케일면에서 무었이던 무조건 크고, 넓고, 광활하다. 차창으로 펼쳐진 광경한 한가로운 풍경을 함께 나누며 행복한 드라이브를 즐기는데, 뒤에 앉아있던 아내가 차가 이상하다면 잠시 멈추어 보잖다.
아내의 감각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조수석쪽 뒷바퀴가 이미 바람이 없는 상태로 주저앉았다. 일단 차를 길가에 세워두면 안되어, 마침 울창한 나무들 사이에 집이 보이고 그 집으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있어 차를 그 곳에 세웠다. 한국 같으면 바로 보험회사 무료 긴급출동서비스를 요청하면 되는데 여긴 미국이지 않은가? 지나가는 차도 한참을 있어야 하고, 설사 그들이 우리의 처지를 보고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고...
일단 트렁크에서 예비타이어가 있는질 확인하는 게 급선무. 다행히 보통 타이어에 절반 폭인 예비타이어가 있었다. 필요 공구를 확인해보니 차를 들어오릴 잭키가 안보인다. 그거 없으면 타이어를 교체할 방법이 없는데... 혹시 몰라 긴급하게 SOS를 요청할 지도 몰라 휴대폰을 열어보니 신호도 잡히지 않는다. 점입가경이다.
2.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 고마운 Daniel!!
우리끼리 우왕좌왕 하고 있는데, 얼굴이 해맑게 생긴 청년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가 타이어 교체로 낑낑대고 있는 걸 구경하러 온게 아니고, 남의 집 입구에 차를 대놓고 뭘하는지 알아보려고 왔단다. 복장이 나무들은 만지는 목공차림이다. 아들이 대략적인 설명을 하고 혹시 재키가 있으면 도와달라고 하니, 환한 얼굴을 하면 Sure 하고 잽싸게 집으로 올라간다.
조금있으니 차를 고여놓을 버팀목과 재키 그리고 작업용 두툼한 장갑까지 낑낑거리며 가지고 내려오자마자 바로 차 하부에 재키를 고종하고 작업개시.. 능숙한 솜씨로 예비타이어로 교체를 마무리했다. 거의 카센타 사장님 수준의 능숙한 솜씨다.
고마움에 사례를 하니 받지 않는다. 극구 사양하여 가지고 있던 기념품을 건네니 그건 받는다. 작업이 마무리되고 우리도 제 정신으로 돌아왔다. 이름을 물으니 Daniel이라고 한다. 오늘은 휴가를 내고 집안일 하고 있다고 한다. 30대 후반의 젊은 청년에게서 우리는 곤혹스러운 상황에서 헤쳐나올 수 있는 아주 절실한 도움을 받았다. 정말 고마운 Daniel!!!!
Daniel의 도움으로 받아 다시 차를 몰았다. 골프장까지 가는데 예상 소요 시간은 30분. 티업까지 남았있는 시간도 30분이다. 일단 골프장으로 가보기로 하였다. 늦어서 칠 수 없다면 이미 결제한 그린피를 날려야 하는 배아픔이 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 아닌가?
3. 라운딩을 마치고 먹은 킹크랩이 압권..
골프장에 도착하여 바로 체크인 하니 티박스로 바로 나가란다. 내가 치는 클럽은 아들녀석 친구것이고, 아들은 선배한테 물려받은거로, 아내만 하우스 클럽이다. 골프장이 야트막한 구릉지에 조성되어선지 주변에 나물들이 울창하고, 페어웨이 언둘레이션이 조금은 있는 편이다. 페이웨이 폭도 제법 좁은 편이고. 마구 질러대는 아들은 오늘 꽤나 스트레스 받겠다 싶었다.
하긴 연습장에서 체계적인 레슨을 받지않고 야구를 하면서 익힌 배팅스타일로 후려대는 아들의 공은 여지없이 심한 훅이 나서 제대로 페어웨이를 찾아가지 못한다. 처음에 괜찮다고 하였는데, 나중엔 본인 스스로가 샷에 지고 만다.
하지만 오랜만에 야외로 나와서 함께 그린을 누비면서 시간을 나누는 그 자체가 즐거움이고 행복이었다. 아내는 마냥 즐거운 모습이다. 나도 당연히 不亦悅呼다.
라운딩을 마치고 나니 사위에 땅거미가 소리없이 내려와 땅을 가리기 시작한다. 샤워는 집에가서 하기로 하고 서둘러 킹크랩으로 유명하다는 식당으로 차를 달렸다. PUB 119, 킹크랩, 랍스터 조개구이로 뉴저지에서 소문난 맛집에 우리가 도착하였다. 실내에 들어서니 저녁 아홉인데도 대부분의 자리가 손님으로 채워져 있다. 메뉴판에 나와있는 가격도 무척이나 착하다.
셋이 배가 터지도록 먹었는데도 십만원정도 밖에 안나왔다고 아들이 결제하면서 한마디 한다. 아내는 다음에 다시 한번 오고 싶다고 한다. 사실 아내와 나는 랖스터를 먹어 본 것이 오늘 처음이다. 후포항에서 대게를 먹어본 적은 있지만 바닷가재를 먹어본 적이 없었다. 오늘 아들 덕분에 첨으로 랖스터를 먹어봤는데, 맛이 일품이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우리가 다시 랖스터 요리를 맛볼 수 있으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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