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들의 가이드를 받으면 다시 맨하탄으로
어제의 고단함에 늦게까지 침대를 딩굴고 있던 토요일 대낮, 아들한테서 전화가 왔다. 오늘 뭐하실꺼나교? 당초 계획이 보스턴을 여행하는 거 였는데, 피곤하기도 하고 왕복 10시간이 넘는 이동시간을 투자하여 갔다오는 게 너무 무리라서 오늘은 쉬는 알로 정했었다. 그동안 아내와 둘이서 다녀본 곳이 센트럴파크와 Top of the Rock, 브루클린 다리 정도였다. 아들이 오늘은 자기가 가이드 할테니 나가자고 한다.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아들 차를 타고 맨하탄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면서 주차비가 만만치 않을까를 우려하였는데, 아들이 주말이라 맨하탄 시내라도 공짜로 주차할 곳이 많으니 걱정말란다. 사실 사무실이 비율이 월등이 높은 맨하탄은 주말에는 차가 많이 않다. 따라서 길가에 지정된 주차장은 경우에 따라 두시간 공짜 주말 하루종일 공짜 주차를 안내하는 포스트가 서있어 크게 주차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주말에 일을 하지 않는 도심지의 학교, 관공서, 공공 주차장이 주말에 특별한 배려를 하는 제도가 전혀없다. 여기에서 적용하는 유연한 제도에 대해 선진제도를 배우러 견학다니는 공무원이나 지방의원, 국회의원들은 어디에 가서 뭘 보고 다니는 걸까..
2. 클로이스터 박물관 - 중세 기독교 관련 회화와 조각 건축양식을 보유한 메트로의 분관 (The Cloister)
가장 먼저 우리를 안내한 곳은 메트로박물관 분관인 클로이스터 미술관이다. 중세시대 회화, 조각 등이 전시되어 있는 미술관으로 우선 위치가 좋았다. 허드슨강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고풍스런 건축물이 주변의 널찍한 공원을 가느리고 서있다. 미술관에 전시되었는 작품은 제대로 감상할 안목을 가지고 있지 못한 내게는 크게 와닿는 감흥은 없었다. 오히려 메트로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에 비해서 조금은 세련되지 못한 순진함이 가득 묻어있는 작품들이어서 친근함이 풍겼다.
바티칸의 피에트로 대성당 입구에 있는 미켈란젤로 대표작 피에타를 연상시키는 작품들이 이곳에도 많이 있는데, 그 구도나 묘사된 얼굴 표정, 그리고 모델들의 모습과 나이등을 감안하면서 들여다보면 구도나 작품의 세련미에서 오히려 순짐함을 맛볼 수 있다. 앙상하다 못해 피골이 상접한 예수의 모습이나 예수보다도 어려보이는 마리아의 수줍은 모습에서 비통함이 와야 하는데, 웃음마져 감돈다.
사실 우리는 학창시절에 개인적인 호기심이 없는 경우, 수업시간에 접하는 미술작품이나 견축 양식등이 시험에 나오니까 어쩔 수 없이 머리에 주입하며 배우다 보니 각각의 작품 그 자체에 대해 감상할 수 있는 나름의 안목을 키울 시간이 없다. 대학시절엔 넉넉한 시간을 쓸 수 있어 기회는 충분하지만, 이미 그런 것에 흥미를 가질 여유가 없어져버렸으니 사실 해와여행하면서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여행 버킷리스트에서 아래쪽을 차지한다.
오늘은 아들이 특별히 우리를 이곳으로 안내하였으니 열의를 가지고 각 작품마다 눈길을 주어가면서 감상하는 열의를 가졌으나 이내 한계에 부딪히고 그냥 훑어보는 수준이다. 그래도 정원을 두르고 있는 회랑이 제법 멋스러움을 자랑한다.
3. Wall St.를 거쳐 자유의 여신상으로
클로이스터에서 허드슨강변으로 따라 아래로 차를 달렸다. 강변에 조성된 자전거도로와 조깅,산책로를 따라 많은 사람들이 주말 한낮을 즐기고 있다. Century 21 쇼핑몰 인근에 차를 주차하고, 쇼핑센터에서 지난번에 왔을때 미리 조사한 여행용 캐리어를 샀다. 우드버리보다 가격이 더 싸서 오늘 구매키로 한 것이다.
쇼핑몰을 나와 함께 Wall St.로 가 유명한 증권거래소 앞에서 아들 기념사진을 한장 박아주었다. 그리고 걸음을 재촉하여 스테튼 섬으로 가는 페리 선착장에 도착하였다. 승선장 앞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었다. 맨하탄과 스태튼섬을 왕복하는 페리는 요금이 공짜다. 페리가 운항하는 경로가 자유의 여신상 앞을 지나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돈을 내는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섬까지 가는 페리보다 이걸 이용한다.
맨하탄 남쪽에 있는 스태튼섬에는 맨하탄의 베드타운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페리를 이용하여 출퇴근한다. 이들에게 편의를 봐주기위해서 요금을 받지않는데 많은 관광객들이 자유의 여신상을 보기 위해 이 페리를 이용하는 이득을 보고 있다. 물론 자유의 여신상에 올라가거나 가까이에서 모습을 보려면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섬으로 가는 페리를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하여야 한다.
스태튼 섬에서 페리를 내리자 마자 바로 승선장으로 뛰어가서 맨하탄으로 돌아가는 배에 올랐다. 긴 하루 해가 석양에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수평선 너머로 모습을 감추고 있다. 낮동안 뜨거웠던 날씨도 서늘한 기운을 동반하여 걸어다니기에 안성마춤. 돌아오는 배 안에서 멀리 조명을 받아 환하게 빛을 발하는 자유의 여신상이 석양을 등지고 서있는 모습이 다시 우리에게 다가온다.
주차장으로 와서 차를 몰아 브루클린 브릿지파크로 내려갔다. Lower Manhattan의 야경을 함께 감상하면서 아들이 알고 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였다. 브루클린 브릿지 파크에서 그동안 가족들과 수없이 사진을 찍었는데 야경을 찍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브루클린 다리와 9.11테러로 사라진 무역센터에 다시 세워진 one World Trade Center가 다시 환하게 조명을 밝히고 있는 모습이 앵글에 잡힌다.
저녁을 먹고 나서 아들이 집으로 우리를 데리고 갈 줄 알았는데, 야경 명소가 아직 더 남았다며 우리를 안내한다. 엠파이어 빌딩, 크라이슬러빌딩 그리고 UN 빌딩이 한 눈에 잡히는 Gantry Plaza Park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동안 맨하탄을 삼면에서 모두 야경을 감상하는 호사를 아들 덕분에 누리는 기쁨이 이번 여행의 백미다. 토요일 저녁인데도 맨하탄의 밤은 아직도 환하다. 바쁘게 사는 일상의 모습이 불빛 속에서 분주해 보인다. 이렇게 여행의 끝자락이 저물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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