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 두기'는 감염병 전파 방지를 위한 가장 전통적이며 오래된 비의료적 방역 방법이다.
성서와 같은 고대 문서에는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 사회적 공간에서의 이동을 줄여 방역을 했던 기록들이 남아 있다. 1918년 미국에서 독감이 유행했을 때, 세인트루이스에서는 학교를 휴교하고, 공적 모임을 금지하는 정책을 취하여 인근 필라델피아보다 감염자와 사망자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특히 독감이나 홍역,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와 같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직접적인 접촉이나 물건을 매개로 한 간접 접촉 및 공기를 통해 병원체가 감염되는 호흡기 전염병에서 높은 방역 효과를 보인다. 그러나 뇌염이나 말라리아와 같은 곤충 및 동물 매개 감염병이나 장티푸스·이질·콜레라와 같은 수인성 감염병에서는 방역 효과가 약하다. 이 경우에는 방제 활동이나 상하수도 시설 개선 등이 더 주효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호흡기 전염병의 집단 방역에 큰 효과가 있으나, 이를 위해 사회적 접촉을 줄이고 집에 오래 있다 보면 많은 사람의 심리 상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스트레스나 불안, 우울증, 공황 같은 심리적 질환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장기화될 경우. 사회 저변을 이루는 소비 활동이 침체되면서 소상공인들의 사업에 지장을 주게 되며, 이러한 경기 침체가 누적될 경우에는 실업자가 발생하는 등 경기 불황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난 2월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되어온 호흡기 감염병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 2020년 3월 6일 정부에서 권장, 전사회적 운동으로 시행되었으며,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잠시 멈춤' 등의 캠페인으로 확산되었다. 4월 19일 정부에서는 그동안 진행해왔던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5월 5일까지 연장했으며, 다만 종교시설 등 일부에 대해서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것을 전제로 운영중단 강력권고를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집단감염이 일어났거나 집단감염 위험이 크다고 분류되어 운영중단이 권고되었던 종교·유흥·실내체육시설·학원 등 4대 집단시설에 대하여'운영제한 권고로 지침을 변경했다. 다만, 해당 시설을 운영할 때는 출입 전·후 발열체크, 사람들 간 간격 유지, 공용물품 사용 금지, 환기 등 '방역지침'을 반드시 준수하도록 했다.
다행이라고 하여야 할까? 소위 선진국이라는 미국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코로나바이러스-19확진 판정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환자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더욱이 이로 인한 사망자수도 상상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방역당국의 차분하면서 치밀한 대응과 이에 부응하는 국민들의 자발적인 동참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이번 사태를 안정시키는 나라가 되었다. 다소 혼란스럽다고 할 수 있는 와중에 총선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치러내었다. 대한민국 국민 한사람으로서 이처럼 자긍심을 가슴에 뿌듯하게 담아본 게 언제였을까?
4월 30일부터 5월 5일까지 황금 연휴기간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니었다면, 인천공항은 출국하려는 여행객들로 초만원을 이루었을지도 모른다. 여행사들도 작년부터 준비한 여행 상품이 매진사례를 불러왔을텐데 반대로 이들 회사는 심각한 경영위기에 봉착해 있다.
작년 연말에 나는 아내와 함께 이탈리아를 일주하는 여행계획을 준비하였다. 5월초 연휴기간 동안 아내와 함께 이탈리아 주요 관광지를 돌아보는 계획을 세우고 항공권, 숙소 등을 미리 예약하였으나 지난 3월말 하는 수 없이 모두 취소하고 말았다.
그리고 조심스레 제주도로 목적지를 전환하기로 마음먹었다. 코로나 확산추세가 꺾이지 않았다면 엄두도 내질 않았을테지만 정부를 신뢰하고 방역당국을 믿고 과감히 항공권을 예약하고, 숙소마저 질러버렸다. 중단된 올레길 순례를 올해는 더 이상 미루고 싶지 않아서다. 2017년 5월에 성산에서 시작한 올레길 순례를 그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가질 못하였다. 이번에는 모슬포에서 제주시를 지나 조천까지 이어갈 예정이다.
가능하면 사람들이 모이는 관광지는 철저히 회피하고, 오로지 아내와 함께 생활방역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제주도 올레길을 이어 걸어가볼 예정이다. 이미 마스크는 충분히 준비하였고, 식사도 하루에 한끼만 한적한 식당을 이용하여 보려한다. 출발 전부터 이미 난 방역 생활화에 몸살이 날 지경이다. 이 또한 우리에게 귀중하고 소중한 추억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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