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 오랜만에 고교동창 몇이서 부부동반으로 남양주 운길산역 인근에 있는 친구 별장에서 송년회를 가졌다. 저녁 6시부터 시작한 송년회는 각자가 준비한 음식으로 오랜맘의 회포를 풀며 이야기를 나누고, 마지막으로 노래방까지 가서 푸지게 놀았다. 친구들은 그 집에서 자고 나는 아내와 함께 내년을 기약하고 동해로 출발했다. 세벽 세시반 가량 되었을 시각이다.
조안에서 춘천가는 고속도로에 올라 홍천을 거쳐 인제쯤가니 도저히 졸려서 운전을 할 수가 없어서 인제 분기점의 휴게소에서 잠시 눈을 부쳤다. 대략 40분 정도 눈을 붙이고 나니 졸리움은 좀 덜했다. 목적지가 공현진해수욕장이므로 미시령이 아니고 진부령고개를 넘어야 한다.고성읍내를 지날즈음 서서히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공현진에 도착하니 해수욕장에 연해있는 도로에는 벌써 차들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채워져 있다. 이번에 공현진을 일출장소로 정한 것은 바다에서 덩그러니 해만 떠오르는 모습 보다는 떠오르는 해를 받쳐줄 조연역할을 할 군함바위같은 죽도가 있어서고,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몰려드는 인파가 상대적으로 적은 곳이기 때문이다. 날씨가 겨울치곤 그렇게 춥지않아서인지 해가 떠오르려면 아직 한시간 이상 남았는데도 해변에 제법 인파가 몰려있다. 도로위로 진사들을 태운 버스도 들어온다.
나도 카메라를 준비하여 해안으로 나갔다. 아내는 아직 잠이 취해 있어 깨우지 않았다. 카메라를 들고 포인트가 될만한 곳을 찾는데 미리 와있는 프로(?) 진사분들이 대포(제법 값이 나가는 망원렌즈)를 장착하고 좋은 자리를 선점해버려서 약간 비켜선 지점에 자리를 잡았다. 공현진에서의 포인트는 바위와 바위 사이에 해가 올라오는 곳을 잡을 수 있는 지점이다. 트라이포트(사람들은 삼각대라 한다)를를 세우고 경제적인 망원렌즈가 장착된 카메라를 얹었다. 조리개와 촛점을 맞추고 해가 떠오르길 기다렸다. 오늘처럼 일출을 찍으러 올때마다 지름신의 압박이 일시적으로 작용한다. 대부분의 진사들이 가지고 있는 대구경 망원렌즈를 구비하고픈 욕심이 솟구친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진을 찍는 내공이 빈약한데 굳이 고급기종의 렌즈는 시기상조라고 지름신을 억누르고 일출촬영 요령을 다시한번 되뇌여본다. 아내도 자리를 털고 밖으로 나왔다. 해가 솟아오를 시간이 가까워졌다.
일부 진사는 수평선 위로 구름이 두껍게 드리운 걸 보더니 오늘은 글렀다고 장비를 거두어 철수한다. 아마도 오메가를 기대하고 왔는데 구름도 있고 옅은 해무도 덮여있어 실망했나 보다. 한편으로 내공이 상당한 분들이구나 싶어 장비를 보니 장비 하나하나가 고급 기종에 손때가 잔뜩 묻어있다. 나도 언젠가는 저 분들과 함께 출사를 나갈 정도로 내공을 쌓아야 하는데.... 하고 있는데 서서히 구름 상단이 불에 타는 것같이 하얗게 달아오른다. 오늘 서있는 위치가 당초에 원했던 구도를 얻기엔 좀 부족한 위치라는 걸 이내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해가 떠오르는 위치가 오른쪽 바위 위였다. 두 바위 사이에 떠오르는 해를 잡아야 하는데.구름이 하얗게 타들어가듯 하더니 해가 뽀죽히 모습을 드러내다. 셔터 리모코에 손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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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와 조리개를 연신 바꾸어 가며 떠오르는 해에 다양한 노출과 앵글을 구사하여 여러컷을 담고 나니 어느덧 해는 제모습을 온전히 땅위에서 해맞이를 하는 사람들에게 드러냈다. 참으로 짧은 시간인데 나는 참 바쁘게 머리와 눈과 손을 때로는 합작으로, 때로는 따로따로 놀려댔던 시간이다. 남들은 소원을 비는데 나는 순전히 해를 담아보겠다는 목표로 해맞이를 한다. 물론 새해 소원은 이미 작년 마지막 주에 2015 Bucket List에 정리를 하였다. 오늘 이 순간에 충실하기 위해서.. 짧은 일출 출사가 마무리되고 아내와 함께 인증샷을 남기고 서울로 서둘러 길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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