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두 해를 더하면 얼추 이십 년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화인로지스틱 사장님 내외 초대를 받아, 속초에 있는 켄싱턴 설악비치 리조트에서 편안하고 여유로운 丙申年 새해를 맞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다사다난 했던 2015년을 빨리 보내픈 마음을 아는지 집에서 속초까지 이어지는 길이 하나도 막히지 않고 뻥 뚫려있는 바람에 시원스레 달려갔다. 탁트인 푸른 바다와 백사장을 한바퀴 돌아 저녁 식사장소로 향하는데, 석양이 대청과 중청 이마에 2015년 마지막 남은 햇살을 떨어뜨리면서 미시령 고개를 넘어가고 있다.
아내와 내게 2015년은 살아온 인생과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서 가장 기막힌 변곡점이 되는 해가 되고 말았다. 새상에서 하염없이 올라가야만 할 목표만 있는 줄 알고 살아오던 우리에게, 내려가는 길이 있음을 알려준 해였다.
동명항에서 희귀하고 맛있는 자연산 회에 걸죽한 매운탕으로 푸짐한 저녁상을 받았다. 아내는 언제부터인가 회를 먹고나면 으례 탈이 나곤 했다. 회와 해물 밑반찬 이외는 입에 댈만한 요리가 하나도 없어 내심 걱정을 했는데 차려진 회는 물론 해삼이며 오징어에 젓가락을 서슴없이 내밀고 있다. 저러다 또 탈이 나면 어쩌나 싶었는데 워낙 싱싱한 횟감이다 보니 그다음 날까지 전혀 탈이 나지 않았다. 그동안 탈이 난 원인이 싱싱하지 않아서였나??
정말 배 안에 더는 밀어넣을 곳이 없을 정도로 과식을 하고 리조트로 돌아오니 자정에 2016을 맞이할 요량으로 캠프파이어와 불꽃축제를 리조트에서 준비하였다.
리조트에 돌아와 과일, 치즈를 곁들인 와인을 나누며 사장님 내외와 함께 이야기 꽃을 나누는 사이 어느덧 2016년을 맞는 카운트 다운을 시작하였다. 리조트 옥상에서 캠프파이어에 점화용 심지에 불을 지피고 있다.
드디어 2016년을 맞이하는 카운트 다운과 함께 옥상에서 줄을 타고 내려온 점화 불꽃이 장작 속으로 힘차게 내려왔다.
또 한 해가 밝았습니다. 지긋지긋했던 2015년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순간이다.
너덧시간의 짧은 숙면에서 일어나 병신년 새해 첫 해돋이를 맞이할 차례다. 푸르스름하게 여명이 밝아올 무렵부터 베란다를 내다보면서 연신 스마트폰 날씨어플이 제공하는 날씨 위성사진을 살폈다. 속초 앞바다와 먼바다에 구름이 있는지 확인하였다. 육지애서 대략 40여키로 밖까지 구름대가 없으면 새해 첫 해돋이에서 오메가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새해맞이 해돋이 여행을 떠나기 전 일주일 전부터 매일매일 닐씨예보를 확인하는 버릇이 있다. 일출을 볼 수 없는 기상여건이면 미리 괜찮은 날에 당겨서 해넘이와 해맞이를 한다. 단 새해가 지나는 일출여행은 가지 않았다.
금년 일출 여행도 주간예보상으론 새해 첫날이 구름 많음인 반면, 지난달 27일은 구름 한 점 없는 맑음으로 예보됐었다.
하여 이른 일출을 보기로 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멋진 일출을 연출하는 강양항 명선도로 일출 여행을 떠나기로 했었다. 막상 출발 당일이 되니 장거리 운전이 부담이 되어 꽤가 나버렸다.
강양항은 울산에서 부산 방면으로 더 내려가야 나오는 아주 작은 멸치잡이 항구다. 서울에서 가려면 차가 밀리지 않아도 4시간은 족히 잡아야 한다.
항구 앞에 삐죽 돌아 앉아있는 명선도 왼쪽으로 해가 떠오르고, 추운 날 차가운 바다에서 일어나는 물안개 속으로 붉은 햇살이 물들어 버리면 가히 환상적인 일출이 저절로 작품이 되는 진사들이 꼽은 일출명소 1번지다.
어쨋든 강양항을 포기한 다음 날부터 날씨를 확인하니 새해 첫날은 다행히 동해안이 구름없이 맑음이다. 이제는 장소 문제만 정하면 되었다. 정동진은 벌써 세번을 다녀왔고, 추암은 너무 식상하였다. 작년에 다녀온 공현진을 2016년 일출 여행지로 정하고 어떻게 갈까 고민하는 데 켄싱턴 리조트 기회를 내민 손을 잡을 수 있었다.
해는 아직 올라오지 않았지만 밖은 이미 훤히 밝았다. 멀리 수평선 위로 연무가 짙게 채워져 있는 것일까, 회색빛 바닷물결이 끝나는 곳애서 하늘이 시작되는 경계선이 거무티티한 색상에 묻혀있다. 오메가를 영접할 수 있는 조건이 안되는 구나 하고 지래 포기하고 연무띠 위로 해가 올라오기만 기다렸다.
해변가 모래사장과 야트막한 바위 위에 해맞이하러 나온 사람으로 빽빽하다. 손에는 저마다 휴대폰을 들고, 이따금 담요까지 두른 처자도 보였다. 우리가 묶는 숙소가 4 층이다 보니 이전의 일출여행보다 더 넓은 바다를 화각에 담을 수 있어 좋았다.
베란다에 삼각대와 망원렌즈 세팅을 마무리하고 방위각 119도를 나침반으로 확인하는 사이 수평선 위로 선홍빛으로 물든 유리 조각이 삐져나오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 하는 순간 '오늘 대박을 맞겠구나'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면서 눈과 손이 갑작스레 부지런을 떨기 시작했다. 붉은 기운이 차가운 바다 속에서 거침없이 솟아오르고 있다.
4층 위에서 내려다 보면서 해맞이를 하다보니 일렁이는 파도가 망원렌즈에 아래를 흩드리지 않아서 좋다. 색 온도를 5800K로 맞추고 앵글을 고정하고 적당한 인터벌로 계속 렌즈에 담아보았다.
해를 가까이 당겨서 찍는게 주 작업이지만, 중간중간에 세로로 찍기도 하고 해를 멀리 보내놓고 찍기도 한다. 이렇게 정신없이 렌즈에 떠오르는 해를 담다 보면 어느덧 해는 수평선에 잠시나마 깔아놓은 자신의 꼬리를 거두어 긴 하루의 여행길에 나선다.
수평선에 작은 구멍을 내고 올라오기 시작해 온전한 모습을 갖추기까지 대략 4분 정도 시간이 흐른다. 4분 동안 노출과 초점을 바꾸기도 하고, 구도를 바꾸고 색온도에 변화를 주고, 측광 위치를 바꾸기도 하다보면 참으로 바쁘다. 하루 24 시간 중에서 가장 바쁘고 긴박하게 사용되는 4분 동안의 축제인 셈이다.
해돋이 모습을 잡느라 솟아오르는 해에 새해 소망을 빌어보는 기복과 기원의 시간은 아예 없다. 해가 솟아오르는 시간은 오롯이 사진에 집착하고, 사진을 내려받아 이렇게 정리하면서 한 해를 다짐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리고 내려받은 사진 중에서 가장 잘 나온 사진을 다시 폰에 옮겨, 함께 정을 나눌 지인들에게 새해 인사를 담아 보낸다.
이렇게 정리하다 보니 해돋이 사진 찍는데 사설이 꽤나 길어졌다.
병신년 올해는 이미 계획하고 목표한 바를 모두 이룰 수 있는 끈기와 지혜를 빌어본다.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무탈하게 지내길 빌어본다.
새해에도 변함없이 나를 아는 모든 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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