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물러가고 새해가 들어서는 이 즈음엔 항상 설레인다. 어디에서 해넘이를 보내고 해맞이를 맞을지를 고민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주기적으로 일기예보상에 위성사진을 확인한다. 해안선에서 최소한 40Km밖까지 구름 한점이 없어야 오메가를 볼 수 있다. 올해는 여늬 해와 달리 평일에도 마음놓고 사진기를 들고 찾아갈 수 있는 자유인이 되었다.
2015년 12월 18일 금요일.
날씨는 낮동안 구름많음이었다가 저녁무렵엔 구름조금으로 예보되어 있었다. 저녁 해질 무렵이면 일몰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차를 몰아 안면도로 향했다. 중간에 정주영회장의 기발한 공법으로 방조제를 완공한 천수만 방조제를 지나 간월도에서 잠시 휴식을 가졌다.
하늘은 구름으로 잔뜩 찌푸려 있어선지 간월암도 갯벌이 다다른 곳에 쓸쓸히 앉아서 이따금 찾아오는 방문객을 윤기마른 얼굴로 맞이한다. 갯벌 위에는 빠져나간 썰물이 다시 밀물로 돌아올 때까지 고립되어 고기잡이배가 모로 누워 쉬고 있다.
간월암에서 안면도 꽃지 해수욕장은 30여분 정도 걸렸다. 오후 세시가 지나고 있는데 여전히 하늘은 낮게 깔린 구름으로 잔뜩 흐려있다. 이따금 한 두 방울의 비마져 뿌리기도 한다. '암만해도 오늘은 날을 잘못 잡은 거 같다' 하면서 주차장에서 차를 놓고 해변으로 내려갔다.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찬물에서 해삼, 멍게를 건져올려 도마에서 요리를 해 파시는 분들이 손을 부비며 호객을 한다.
할아비바위까지 마침 썰물 때라서 걸어 갈 수 있었다. 가는 길은 모래사장을 지나면서 울퉁불퉁 바위길이다. 금요일인데도 일행을 구성해 찾아온 방문객들 여러 그룹을 만날 수 있었다. 할미바위에서 발길을 백사장으로 돌렸다. 빠져나가고 있는 썰물을 잡아끄는지 백사장에 촉촉히 물기가 젖어있어 거울이 되어있다. 백사장까지 걷다보니 점심겸 저녁을 먹어야 할 때가 되었다. 점저를 먹으면서 날씨가 부디 변하길 빌었다. 서쪽 하늘은 구름이 많이 벗겨져 있어서 나의 희망이 결코 헛던 것이 아닐것 같았다. 주차장에 올라오다보니 사진기를 둘어멘 일행들이 버스에서 내리고 있었다. 인천에서 출사를 나온 진사들이었다. 그들을 뒤로 하고 가까운 식당으로 가 고픈 배를 채웠다. 꽃게탕 정식을 시켜먹었는데 역시나 나의 입은 고급이 아니라서 맛에 민감하지 않았다.
고픈 배를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꽃게로 채우고 다시 해변으로 나왔다. 아까 버스에서 내렸던 인천에서 오신 진사님들이 구름다리 위에서 삼각대를 세우고 뷰파인더에서 구도를 잡는데 몰입해 있다. 진사들이 많이 모여 구도를 잡고 있는 곳이 명당이리라 믿고, 나도 그들 무리에 끼여 삼각대를 세우고, 카메라를 올렸다. 할미바위로 이르는 길 옆 백사장에도 삼각대를 펼쳐놓고 있는 진사들이 띄엄띄엄 보였다.
하늘은 여전히 구름이 넓게 퍼져 있지만 서녁 하늘은 수평선 위로 맑은 하늘을 드러내고 있다. 구름 아래로 해가 모습을 들어낼 양 밝고 하얀 기운이 구름을 뚫고 뼏쳐나오고 있었다. 오후내내 해가 나오지 않을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해가 얼굴을 내밀어 여간 다행이 아니다. 표준렌즈와 망원렌즈를 교대로 바꿔가며 사진을 얻었다. 물론 수평선 아래로 몸을 서서히 감추어가는 오메가는 기대하질 않았다.
해가 지고 난 꽃지해변은 진사들마져 떠나고 나니 고요하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 마져 숨죽이고 있는 거 같다. 조용히 밀려오는 파도가 밀물에게 덮혀서 해변을 때릴 힘을 빼았기고 말았나보다.
2015년 12월 19일 토요일.
어제 저녁 꽃지에서 사진기를 접어넣고 왜목마을로 향했다. 서해안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명소 중 하나다. 왜목마을 해안은 차량 몇 대만 주차장에 서있고 여늬 날과 같이 고요한 아침을 열고 있다. 아침 일곱시 반을 넘긴 시각인데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긴 하지만 구름이 수평선 위에 두텁게 깔려 있어 구름위로 빼꼼히 얼굴을 내미는 해맞이가 될 거 같다.
아내와 선착장 위에서 사진기를 세워놓고 얘기를 나누는 사이 구름 위로 정말 조요하고 다소곳이 얼굴을 내밀고 올라오고 있었다. 구름에 연무마져 잔뜩 덮고 있어서 햇살이 기를 펴지 못한채 마치 웅크리고 올라오는 거 같다.
온전히 제 모습을 갖추는 데 몇 분 걸리지 않았다. 동해 일출을 보러 가야할 이유를 오늘 아침 분명히 알게 알게 되었다. 정말 너~~무 힘없는 해돋이였다.
그래도 일출은 일출이니 배경으로 우리 부부 기념촬영 남기고...'올 한해 무탈하게 지켜줌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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