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잠실에서 인천공항 가는 다양한 루트
드디어 아들과 함께할 미국 여행 시작이다. 아내도 나처럼 회사를 그만두고 자유인 신분으로 떠나는 첫번째 여행이라선지 숙면을 해치고 말았다. 설레임도 있지만 마땅히 에너지를 소진할 일자리가 없다보니 숙면을 갖는 것이 여간 쉽지 않다. 결국은 반 강제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어제 밤에 꾸려놓은 캐리어를 끌고 집을 나섰다. 따가운 해가 정수리를 내리쏘는 한낮의 더위를 피해 도심공항터미널로 가는 시내버스에 올랐다. 짐을 부치고 출국수속을 마치자 마자 삼성역으로 달렸다.
잠실에서 인천공항을 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회사를 다닐 때는 인천공항에서 집이나 회사에 이르는 비용을 고스란히 회사에 청구할 수 있지만 개인 여행을 하는 우리 처지에는 경제적인 이득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잠실에서 천호동에 가까이 있는 우리집을 기준으로 하여 비용을 산정해보면 천차만별이다.
1) KAL 공항버스 + 택시 = 잠실롯데호텔 + 강동구청 = (16,000 + 4,500) x 2 = 41,000원
2) 도심터미널 리무진 + 시내버스 = 삼성동도심터미널 + 시내버스 = (16,000 + 1,250) X 2 = 34,500원
3) 강동구청 -> 삼성동공항터미널 -> 서울역 ->공항철도 = 4,520 x 2 = 9,040원
어차피 오늘 하루는 공항가는 일정밖에 없으니 시간적으로 쫒길 일도 없다. 30분 정도 더 소요되는 시간과 갈아타는 불편함만 감수한다면 외국에서 넉넉하게 한끼니를 때울 수 있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도심공항에서 짐 부치고 여유롭게 공항철도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물론 백여만원이 훨씬 넘는 비용을 지불하고 출발하는 해외여행에 그깟 몇만원을 가지고 궁상을 떠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가랑비에 속옷 젖는 것이 소비 누적아니던가...
2.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2년만에 아들과 조우...
활주로를 차고 오른 비행기가 낮게 깔린 옅은 구름을 뚫고 이내 상공으로 치솟았다. 사실 구름인 줄 알았는데 미세먼지층이었다.쇳가루가 하늘에 띠모양을 하고 서울과 인천 상공에 길게 늘어져 있다. 이전에는 중국에서 날아오는 황사가 우리나라의 하늘을 누렇게 만들었는데, 요즘은 미세먼지가 자욱하게 끼인 날에는 집 앞에 공사중인 잠실 롯데타워가 희미하게 보일 정도로 심각하다. 어린 시절 푸르른 신록을 더욱 푸르게 받쳐주던 파란 하늘이 이제는 동화 속에서나 그려질 정도로 우리가 하루하루 지내는 대기는 심각한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다.
이런 잡념 속에 눈을 창 밖에 던져놓고 있는데, 벌써 비행기는 한반도 육지 동쪽을 벗어나고 있다. 강릉 시가지에 연해있는 경포대 해변으로 일정한 간격으로 하얀 포말이 달려간다. 인천공항에서 샌프란시스코 공항까지 대략 10시간정도 비행을 할 예정이라는 안내멘트와 함께 기내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기내 VOD를 틀고 영화를 검색하였다. 제법 괜찮은 영화가 있다. 기내식을 먹고 영화를 보다가 깜빡 잠에 떨어졌다가 깼다. 대략 한시간정도 단잠을 잔거 같은데 이후로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창밖에 Golden Gate Bridge와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의 빌딩들이 시야에 들어오면서 우리가 탄 비행기는 곧 공항에 착륙한다는 멘트가 나왔다. 아, 다왔구나..
비행기에서 내려 계류통로를 지나는데 차가운 공기가 몸을 휘감는다. 바람도 제법 부는거 같다. 입국심사 대기줄에 서서 기다리다 보니 재작년 워싱턴 공항에서 두시간 가까이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입국 심사대가 제법 많이 열려있어 그다지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 듯 싶다. 기내에서 착륙하기 전에 유심칩을 갈아끼워놓고 휴대폰 전원을 켰다. 미국에서 사용할 번호를 받아야 한다. 전원을 켜고 조금 있으니 내게 할당된 번호가 떴다. Newark공항에서 오늘 새벽에 이곳으로 날아온 아들에게 전화를 하니 아들도 조금 전에 비행기가 내렸다고 한다.
비자를 가지고 올 경우엔 최대 6개월까지 체류기간을 부여하는데 ESTA를 가져오니 정확히 90일 체류를 허용한다. 별걸 다 물어본다. 왜 왔느냐? 여행 왔다고 하니 돈은 얼마를 가지고 왔느냐? 어디 어디를 돌아볼 예정이냐?? 전에 비해 질문이 웃긴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캐리어를 찾으러 가니 벌써 캐리어가 컨베이어 위에서 돌아다니고 있다. 공항 옆에 있는 렌트카 회사에서 이년만에 다시 아들을 안아볼 수 있었다. 나보다 훨씬 세련되어 나타났다.
3. Yosemiti 가는 길이 참으로 멀다.
차를 인수하여 공항을 빠져나왔다. 아들은 국내선을 탔기 때문에 기내식을 먹지 못해 새벽부터 오후 1시가 넘은 지금까지 공복이다. 인근 마트에 가서 아들의 요기꺼리와 오늘부터 이틀동안 묶게될 숙소에서 해먹을 식자재를 샀다. 숙소에서 취사가 가능하다고 나와 있었다. 미국에 왔으니 소고기 미트를 실컷 먹어보자고 많이 샀다. 간식거리로 라면도 사고...
아들이 살고 있는 뉴욕(정확히 뉴저지)으로 바로 가지않고 Yosemiti로 온 것은 아들이 여길 전부터 오고싶었는데 혼자오면 궁상스럽다고 같이 오자해서 결정된 것이다. 아내와 난 4년전에 이미 다녀간 곳이지만 그때는 거의 당일치기로 다녀가서 아쉬웠기에 흔쾌히 아들과 함께 다시 방문하는 것이다. 시내를 빠져나오는데 아들이 교통상황을 검색하고는 교통체증이 제법 심하다고 한다. 아들 폰에 있는 맵(우리나라로 치면 T-맵)이 안내하는 길로 따라가지만 영 더디게 간다. 막히지 않고 가면 4시간이면 넉넉한 거린데 4시간을 달렸는데도 요세미티가 나올 기미는 안보이고 넓디넓은 평원만 눈 앞에 펼쳐진다.
해가 떨어지고 사방이 어두워질 무렵에 겨우 호텔에 도착했다. 여섯시간이 넘게 걸린거 같다. 대충 짐을 옮기고 아들과 아내가 저녁 준비를 한다. 맥주와 스테이크를 곁들인 햇반으로 두둑히 허기진 배를 채웠다. 산속 깊은 곳에 차리한 호텔은 Yosemiti 국립공원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강점에 기대어 그 흔한 Continental breakfast나 wifi 서비스도 안된다. 전화기가 먹통이다. 통신수신도 안되는 지역이다. 시차 때문에 잠을 이루지는 못할지라도 일단 자리를 잡고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