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World Tour/43. AMERICA

[Yosemiti국립공원] 5. 아들과 함께 하는 다섯번째 미국여행 - 아침이슬 속의 Yosemiti Valley

학이시습지야 2016. 6. 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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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unnel View 에서 맞은 일출

  추위에 덜덜 떨며 숙소에 내려와 마트에서 사온 스테이크와 라면을 끓여 포식을 하고 이내 잠이 들어선지 새벽에 눈이 뜨였다. 시계를 보니 갓 두시를 넘긴 시각이다. 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오니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휘영청 둥근 달이 맞은편 산등성이를 환하게 비추고 있다. 오늘 일정을 어떻게 해야하나 생각을 하다가 문득 일출시간을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요세미티에서 일출을 담아보고 싶은 욕구가 솟아올랐다. 다시 방으로 들어오니 아내도 시차적응에 실패하여 눈을 뜨고 있다. 한국에 있으면 스마폰으로 시간을 때울 수 있지만 여기는 인터넷도 안되고 그렇다고 책을 읽을 수도 없었다. 잠을 청해도 머리만 더욱 더 또렸해졌다.

  결국 아들도 깨고 말았다. 아들에게 물으니 해뜨는 시각이 05:15이란다. 가능하면 가져온 옷을 두툼하게 입고 식구들 모두 Tunnel View Point로 올라갔다. 올라가면서 우리만 있을줄 알았는데 오산이었다. 벌써 한무리의 진사(사진동호회?)들이 값비싼 트라이포드(삼각대라고 하면 싼티나서 진사들은 트라이포트라고 부른다)를 펼쳐놓고 망원대포를 장착한 사진기를 위에 얹어놓고 있다. 자세히 보니 중국에서 온 관광객들이다.

  재작년 유타주에 있는 앤텔로프캐년을 갔을 때도 느켰지만 종종 사진의 명소에서 마주치는 중국인에 대한 내 선입견이 많이 틀렸다는 인식을 오늘 또다시 절감한다. 사진을 찍기위해 내가 만난 중국인들은 폼이 아니고 제대로 찍어보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난다. 일단 구성품에서 시작하여 구도를 잡거나 연속셔터를 누르는 그들의 동작 하나하나가 왠지 프로냄새가 난다. 앤텔로프캐년은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번은 가보고싶어하는 명소이다. 일반 입장료에 비해 4배나 비싼 포토그래퍼 타임에 총 8명이 동행하였는데 서양인 한 분과 나를 제외하고 모두 중국인이었다. 그 중에서 카메라 본체에 랩핑을 하고 온 사람들도 모두 중국인이었다.

 캐년 안에는 미세한 모래가루가 많이 날리기 때문에 분진 틈입을 막기 위해 사진잡지에서는 이곳을 방문할 때 랩핑을 권장하고 있었다. 그 정도로 그들은 상당한 프로수준이었다. 물론 그들이 담은 사진을 본 적은 없다. 하지만 그 정도로 수준의 준비를 한 진사라면 꽤 수준높은 작품이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 


  아들의 오보로 한참을 떨었다. 해는 거의 여섯시가 다 되어서야 El Capitan 옆으로 불쑥 튀어나왔다. 렌즈를 제대로 닦질 않아선지 플레어가 많이 퍼졌다. 하지만 차고 상쾌한 요세미티 아침공기를 깊이 들마시며 해돋이를 맞이하였다. 오늘 아침처럼 우리가족에게 항상 밝고 힘찬 일상이 늘 함께 하길 빌어본다.    


2. 인적이 뜸한 Yosemiti Valley 선경에 취하다.

   고목이 서있던 요세미티 폭포 앞 초원에서 해맞이를 하고 있는 바위들을 앵글에 담았다. 삼단으로 쏟아져 내리고 있는 폭포는 아침에도 쉬지않고 물을 쏟아내고 있다. 아침은 참 좋은 거 같다. 사람들이 없어서 북적이지 않아 좋고, 햇살이 강하지 않아 분부심이 없어서 좋고, 햇살 사이로 습기를 머금은 잎새가 더없이 파래서 좋다. 무엇보다도 폐 깊숙이 들이마시는 맛있는 공기가 좋다. 어둠이 천천이 물러간 자리에 도란도란 햇살이 내려와 속삭이는 모습이 정말 좋다.


  요세미티폭포로 다시 내려갔다. 사람으로 넘쳐나던 폭포 입구에 우리만 있다. 아내는 춥다고 차안에 있고 아들과 난 카메라를 들쳐메고 어제 사진을 찍었던 자리에 다시 섰다. 아침부터 우리 둘은 다시 장난스런 유희에 빠졌다.  




3. 우연히 만난 신선의 세계

  차를 몰아 숙소로 향하던 중 초원 안에 늪지에 반영으로 잠겨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급히 차를 세우고 장비를 챙겨 내렸다. 물안개가 겯혀간 자리에 기이한 모습을 한 봉우리가 호수면에 드러누워 있는 모습이다. 차를 돌려 Mirror Lake로 향하고픈 욕망이 불끈하다가도 지난번 방문때 새벽에 이미 가보았기에 이내 사그러들었다. 차라리 Mirror lake 보다 여기가 더 멋진 광경을 보여주고 있다. 

 여러 각도로 셔터를 눌러보았다. 사람 욕심이 한이 없다. 아무리 구도를 바꾸어 보아도 수면에 비친 반영과 땅위의 모습이 한 프레임에 들어오질 않는다. 아침 햇살을 온 몸으로 맞이하는 암벽 봉우리가 물에 잠겨있는 모습을 선사한 오늘 아침이 무척 고맙고 또 고맙다. 요세미티를 떠나는 우리에게 공원은 커다란 선물을 안겨주었다.   



  마트에서 사온 식자재를 털어 아침을 먹고 샌프란시스코로 출발하였다. 어제는 그토록 잔뜩 흐린 날씨에 기온마져 뚝 떨어져 사람을 힘들게 하더니만 우리가 떠나는 오늘 아침은 푸르다는 어휘가 무색할 정도로 파~란 하늘에 햇살마져 다사롭다. 일요일 오후라서 샌프란시스코 시내로 들어갈 즈음엔 차가 많이 막힐 거 같다. 하지만 지금은 도로도 뻥 뚫려있고, 날씨도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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