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복궁을 가기전에 국립고궁박물관을 먼저 들러야 하는 이유
우리가 연휴나 여름 휴가에 휴양지가 아닌 해외 유명 도시로 여행을 하게 될 경우, 필시 그 나라가 자랑하는 역사나 예술 작품을 전시해 놓은 박물관을 여행코스에 넣게되지요. 특히 여행사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따라 갈 경우에는 필수관광코스가 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있는 역사유적지나 명승지에 있는 박물관을 일부러 찾아 가보는 경우는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면 그다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이미 학교에서 배운 것이라 그다지 신비롭지도, 신기하지도 않을 거라는 선입견이 작용하여서일까요? 저 스스로도 그래왔으니까요.
하지만 우리 것이라서 오는 '다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을 잠시 내려놓고, 한걸음 더 깊이 들어가보자는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경복궁이나 창덕궁과 같은 조선시대 궁궐을 방문하기 전에 고궁박물관을 먼저 들어가보면 어떨까요?
고궁박물관은 찬란했던 500년 조선왕조와 대한제국의 궁궐 유물들을 전문적으로 수집, 전시하는 문화재청 소속 박물관입니다. 지하철 3호선에서 나와 안내표지를 따라가면 쉽게 찾아갈 수 있지요. 지하철역 지하 1층에 '不老門' 을 통과해보는 것도 잊지말고요.
국립고궁박물관은 원래 대한제국 순종 때인 1908년 9월 창경궁 내에 제실박물관으로 개관하여 1909년 11월 일반인에게 공개하였습니다. 1910년 8월 한일강제병합으로 이왕가(李王家)박물관으로 격하된 뒤, 1938년 4월 덕수궁 석조전 옆에 세워진 신관으로 옮겨지면서 이왕가미술관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해방이 되고나서 1946년 3월 덕수궁미술관으로 그 이름이 바뀌었다가 1969년 5월 국립미술관과 통합되고 맙니다. 1992년 궁중유물전시관으로 다시 확대개편되고 난 뒤, 2005년 3월 국립고궁박물관이라는 지금의 명칭을 비로소 가지게 되었습니다. 2007년 11월 현재와 같이 3개층 12개 전시실로 확장하여 전관을 일반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지요.
지하 1층에는 왕실의 회화실, 궁중의 음악실, 왕실의 행차실, 천문과 과학II, 기획전시실II 가 있고, 지상1층에는 왕실의 의례실, 대한제국과 황실, 전문과 과학실I이 있습니다. 지상 2층에는 조선의 국왕실, 조선의 궁궐실, 왕실의 생활실, 기회전시실I이 있으며 총 12실에 950여점의 왕실 유물들이 전시되어 우리를 반기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저와 함께 전시실을 차례로 둘러보면서 잠시 시계를 거꾸로 돌려 조선왕실의 권위와 모습, 생활상을 상상해 보실까요?
2. (조선의 국왕실) : 왕은 이나라의 지존, 그에 합당한 권위와 위엄을 갖추어야..
제1전시실인 조선의 국왕실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어좌와 일월오봉도가 우리를 맞이합니다. 조선왕조의 통치이념인 성리학에서 왕은 ‘하늘의 명[天命]을 받은 초월적 존재’로 정의되었지요. 왕은 즉위부터 사후에 이르기까지 각종 상징물 속에 둘러싸여 의례를 행하면서 지존의 권위와 위엄을 표현하였으며 통치의 정통성을 확보하였습니다.
어좌 : 옥좌, 보좌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신하들의 하례를 받거나 신하들과 정사를 논의하는 정전과 편전에는 왕이 앉는 어좌가 있습니다.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붉은 색으로 칠해져 있고, 등받이 양 옆엔 금박한 용의 형상이 이어져 있습니다. 여기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어좌는 전주 경기전에 있는 태조 이성계 어진에 그려져 있는 어좌를 참조로 복원한 것입니다.
일월오봉도 : 어좌 뒤에는 일월오봉도가 펼쳐져 있습니다. 왕이 참석하는 각종 연회에도 일월오봉도가 늘 함께 합니다. 결국 왕이 잠깐이라도 머무는 곳에는 항상 펼쳐져 있어 왕권을 상징하는 병풍인 셈이지요. 병풍에는 우리의 강토를 대표하는 다섯 명산 위에 해와 달이 대칭하여 떠 있고, 봉우리 사이에는 소나무와 폭포수가 또한 좌우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영원성을 상징하는 해, 달, 소나무, 다섯 봉우리, 폭포, 파도가 다섯가지 색채를 사용하여 보색과 대비를 선명하게 채색하여 이미지를 명확하게 하였습니다.
태조임금 금보 : 어보는 국가와 왕권을 상징하는 예물로 왕, 왕비, 왕세자, 왕세자빈 등 왕실의 도장을 통칭합니다. 도장에는 받는 이의 덕을 기리는 뜻을 담은 존호가 새겨져 있는데, 왕이나 왕비의 생시 혹은 사후에 그 덕을 기리고 찬양하기 위한 것으로 중요한 국가의례 중 하나였지요. 어보에는 왕비나 세자, 세자빈 등의 책봉명, 존호, 묘호등도 새겨집니다. 재질에 따라 금보, 옥보라도 불렀지요. 어보와 함께, 어책도 함께 제작되어 올려지게 됩니다. 전시된 어보는 1683년 숙종이 태조의 '정의광덕' 시호를 추가로 올리면서 제작된 어보입니다. 그리고 정조가 83세에 효손인 정조에게 내린 어보도 사진과 같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3. (조선의 국왕실) : 문화유산으로 남아있는 왕에 대한 모든 기록
조선은 왕을 정점으로 집권화된 왕조사회로 왕은 입법·사법·행정 등을 망라하여 한 나라를 통치하는 무한한 책임과 권한을 지녔으며, 왕의 삶은 바로 왕조의 역사와 직결됩니다. 이에 따라 국왕의 공식일정과 행사뿐만 아니라 일상생활까지 모두 기록으로 남게됩니다.
이러한 기록유물로는 어린세자의 성균관 입학의식을 비롯해, 왕실의 족보를 정리한 선원록, 역대 왕의 업적을 정리하여 후왕에게 가르침을 줄 국조보감, 그리고 태조부터 철종에 이르기 까지 왕들의 행적을 정리한 조선왕조실록입니다. 아울러 역대 임금의 어진이 선원전에 모셔져 있었으나 모두 소실되고 지금은 태조, 영조, 철종, 고종. 순종의 어진만이 전해지고 있지요.
왕세자 입학도 : 1817년 순조의 세자였던 효명세자가 8살에 성균관에 입학하는 의식을 의궤로 남겨놓은 기록입니다. 세자는 원래 세자시강원에서 교육을 받지만 조선시대 최고의 교육기관인 성균관 입학식을 하나의 의례로 거행하였습니다. 전체 6장면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출궁의 - 작헌의 - 왕복의 - 수폐의 - 입학의 - 수하의)
선원록 : 왕실의 족보로서 왕과 친인척의 계보를 기록해 놓았지요. 왕조 초기에 왕위계승 분쟁을 막고자 적통 후손만이 왕위를 이을 수 있는 족보체계를 마련하였지요. 왕실의 직계 조상만 다룬 선원록과 적자를 기록한 종친록, 종녀와 서얼까지 기록한 유부록이 있습니다.
국조보감 : 조선시대 역대 왕의 업적 가운데 후대 왕들이 본받을 만한 정치를 추려서 모은 것입니다. 실록은 후왕이라도 열람할 수 없어서 국조보감을 통해 선왕이 남긴 정치 교훈을 얻고 실제 통치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편찬하였지요. 세종 때에 시도하였으나 결국 세조 4년에 선왕의 업적을 편찬하였지요. 이후 숙종, 영조, 정조, 헌종 대에 집중적으로 편찬하였으며, 1909년 순종 3년에 헌종과 철종의 국조보감이 완성되어 총 90권 28책으로 완성하였지요. 편찬이 끝나면 신주, 어보, 어책과 함께 종묘에 봉안됩니다.
조선왕조실록 : 제1대 태조부터 25대 철종에 이르기까지 역대 왕들의 행적을 편년체로 기록한 책으로 총 1,700여권에 달하는 방대한 기록유물이지요. 왕이 승하하면 역사 편찬기관인 춘추관에서 임시기구인 실록청을 설치하여 사관이 기록해둔 사초와 각종 자료를 모아 실록을 편찬합니다. 편찬된 실록은 중앙과 지방의 사고에 각각 봉안하였지요.
어진 : 어진은 이미 삼국 및 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제작되어 왔습니다. 어진 제작은 도사(圖寫)·추사(追寫)·모사(模寫)의 3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도사란 군왕이 생존해 있을 때 그 수용을 바라보면서 그리는 경우에 일컫는 말입니다. 추사란 왕의 생존시에 그리지 못하고 승하한 뒤에 그 수용을 그리는 경우로서 흡사하게 그리는 것이 가장 어렵다 하지요. 조선시대의 몇몇 군왕이나 왕세자의 초상화는 이 방식으로 그려졌습니다. 현재 남아서 전해지고 있는 어진은 태조, 영조, 철종, 고종의 어진뿐이고 나머지는 소실되고 말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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