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문화유산 이야기/22. 서울순례길

[남산한옥마을] 2. 한옥이 어떻게 지어졌을까요?

학이시습지야 2016. 9. 2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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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옥은 사람 만이 사는 공간이 아니고, 사람과 자연과 신이 함께 공존하는 공간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밖으로는 주변 지세와 어울려 있고,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담장을 가지며 내부 공간은 효과적으로 움직이는 동선과 확장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소통과 조화가 적절히 배합되어 있는 공간 구조이지요.  


1. 신과 더불어 사는 공간

  사람들은 새로 차를 사면 운전대에 명태를 달아놓고, 네바퀴에 막걸리를 부어주며 무사운행을 빌었던 적이 있습니다. 저도 회사에서 차가 나오자 동료가 막걸리를 사와 회사 앞에서 약식고사를 받아본 적이 있습니다. 성당에 나가시는 분은 신부님께 축성을 받기도 하잖아요.

  옛부터 집을 지을 때는 각 공정마다 크고 작은 고사를 지내게 되는데 정성껏 집을 지을테니 이를 받아달라는 의미겠지요. 공사 착수 전에 목재 자투리를 발로 밟아 부러트리는 퍼포먼스를 하는 모탕고사가 있고, 뼈대가 완성되고 나면 올리는 상량식이 있지요. 400여미터의 초현대식 건축물인 롯데 월드타워도 상량식을 올렸으니 예나 지금이나 그 전통은 똑같은가 봅니다.

  사실 우리 조상은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을 지켜주는 신들이 함께 거주한다고 믿었지요. 그래서 집 전체를 지켜주는 성주신이 대청에 살아있다고 믿기에 대들보 위에 명주실로 창호가 올려져 있구요, 부뚜막에는 조왕신이 살고 있다고 믿어 물을 담은 종지를 얹어놓았습니다. 측간에는 측신이 살았고, 광이나 장독대에는 업신이 살면서 음식과 곡식을 풍성하게 해준다고 믿었구요. 집터를 관장하는 터주신을 기리기 위해 장독대 항아리에 햅쌀을 담아놓고 뚜껑 위에 깔때기 짚을 올려놓았지요. 우물에는 용왕신이, 마당에는 마적대신이 집을 지켜주었다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밖으로 부터 해로운 신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내기 위해 문가에는 부적을 붙이고, 대문에는 엄나무를 달아놓았지요.


2. 자연 속에 포근히 안기어 사는 공간

  전국토 칠할이 산으로 되어 있는 자연지세다 보니 조상들은 집을 지을 때 산기슭을 유난히 좋아하였습니다.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경주 양동마을도 뒤에 산을 배경으로 남사면 기슭에 들어서 있지요. 자연을 지배하기 보다는 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하는 의지에서 비롯되었지요. 

  한국의 멋을 가장 적확하게 표현한 최순우선생께서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서 서서 표현한 자연에 순응하여 지은 부석사 절터를 두고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무량수전앞 안양문에 올라앉아 먼 산을 바라보면 산 뒤에 또 산, 그 뒤에 또 산마루, 눈길이 가는 데까지 그림보다 더 곱게 겹쳐진 능선들이 모두 이 무량수전을 향해 마련된 듯 싶어진다. 이 대자연 속에 이렇게 아늑하고도 눈 맛이 시원한 시야를 터줄 줄 아는 한국인.......석축들의 짜임새를 바라보고 있으면......자연석을 섞어서 높고 긴축을 쌓아올리는 일은 자칫 잔재주에 기울기 마련이지만, 이 부석사의 석축들을 돌아보고 있으면 이끼 낀 크고 작은 돌들의 모습이 모두 그 석축 속에서 편안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희한한 구성을 이루고 있다"

  더불어 같은 마을에도 집터가 각기 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지형에 맞게 구조를 달리 하였기 때문이지요. 하여 같은 마을에도 똑같은 구조를 가진 집이 없이 모두 다른 건물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옥이 자연 속에 들어앉아 있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한옥을 한마디로 특징지을 때 "구들과 창호'라고 하지요. 창은 자연이 집안으로 들어오는 통로입니다. 햇살이 비추어 들어오고, 바람이 창문을 통해 대청마루를 휘~ 젓고 나서 마루로 내려오지요. 툇마루에 걸터앉아 '자연 속에 집을 지으니 자연이 집안으로 살며시 들어와 있구나' 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어떨까요.


3. 사람이 사는 공간에 휴먼스케일이 담겨있네..

  몇년 전에 LA에 있는 지인의 집을 방문하여 며칠 기거한 적이 있었지요. 집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시원하게 트인 천장에 첫인상이 무척 좋았던 적이 있었지요. 우리나라의 집은 대개 천장 높이가 2미터를 약간 올라간 정도인데 그 집은 4미터는 족히 되어 보여습니다. 

  우리의 전통 한옥 중에서 거실 역할을 하는 대청마루도 그다지 높지 않지요. 서양인과 신체사이즈가 다르기도 하지만 우리의 한옥은 사계절을 가지고 있는 계절적 특성과 좌식 생활양식에 맞추어 집 구조를 결정하였습니다. 

  여름 한낮 뒷산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바람이 대청마루를 훑고 햇볕이 쨍쨍한 마당으로 빨려들어가는 물리적 이치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대청은 지붕아래 서까래가 그대로 노출되어 천장이 한층 높지요. 하지만 겨울에 구들에 짚힌 불길이 방안을 오래도록 따스한 기운으로 남아있게 하기 위해 천장이 낮게 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계절의 이치에 맞는 높이를 정한 한옥은 마당에서 부터 대청을 지나 방안에 들어서기 까지. 그리고 방안에 눞거나 안앉아있을 때도 필요한 구조물의 크기와 높이는 사람이 더 크지도 않고 더 작지도 않은 동작으로 움직이고 쉬는데 딱 알맞게 짜여져 있습니다. 즉, 휴먼스케일로 만들어 지었지요. 오르내림과 꺾임이 많은 한옥 구조 특성상 사람의 신체크기에 맞추어진 치수, 이름하여 휴먼 스케일이라 합니다.

  마당에서 올라서는 계단 높이. 계단에서 신발을 벗어놓는 디딤돌의 크기와 높이. 디딤돌을 딛고 올라서는 툇마루의 높이. 잠시 쉬면서 담소를 나눌 때 걸터앉는 쪽마루의 높이. 방으로 들어설 때 잠시 고개를 숙여야 하는 문의 높이. 방안에 앉아 밖에 물끄러미 내려다 보기 위해 팔을 괴고 있는 머름대의 높이. 그리고 넓지도 좁지도 않은 마당.

  꺾임과 오르내림이 많은 구조로 현대인이 한옥을 기피하는 주 원인이 되기도하지만 역설적으로, 생활하면서 자신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점검할 수 있는 과학적인 구조인 셈이죠. 마당에서 게단을 지나 툇마루로 올라서면서 무릎과 관절, 숨이 가쁜지를 알 수 있고, 방안으로 들어서면서 목과 허리는 안녕하신지 등등... 


  특히 머름대는 휴먼스케일과 함께 과학적인 이치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머름대는 창과 문을 구분하는 기준이 됩니다. 머름대가 있으면 창이요, 없으면 문이 되었습니다. 머름대는 밖에서 들어오는 찬공기를 막아주고 밖으로 나가는 온기를 차단하는 역할을 하지요. 팔을 괴고 밖으로 내다보는 팔걸이가 되기도 하고, 여름에 옷차림을 헤치고 누워잘 때 몸을 숨기는 병풍노릇까지 합니다.  


4. 자연과 이웃과 소통하는 공간          

  집은 자연과 사회로 부터 사람을 보호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지요. 그리고 집은 가족과 이웃사이에서, 때로는 구분하여 닫혀져 있기도 하고 때로는 열려져 있기도 합니다.

 

  한옥의 마당은 텅비어 있습니다. 하지만 마당은 한옥에서 아주 중요한 곳이지요. 농부에게는 타작을 하고, 어부에게는 그물을 손질하는 등 생산활동을 하는 공간이면서 집안에 잔치가 있으면 동네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는 화합의 공간이 되기도니다. 특히 한여름엔 멍석을 깔고 가족과 함께 한여름밤에 별을 보며 엣이야기를 듣는 자연학습장이자 가족간의 소통의 장이 됩니다.


  집을 나누는 담장은 어깨높이가 제격입니다. 담장을 지나는 이웃사람과 안부를 묻고, 혹시 지나던 사람이 집안에 변고가 있는지 들여다 볼 수도 있습니다. 어깨 높이의 담장은 연인들 사이에 정분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요, 이웃과 떡을 넘겨주고 넘겨받는 인정이 오가는 통로인 셈이지요. 건천궁에 있는 장안당 대청에 서서 담장 너머로 하얀 눈을 이고 고즈넉히 서있는 향원정을 바라보노라면 담장 높이가 왜 어깨를 넘지 않아야 하는 지를 짐작할 수 있지요.

  담장도 집을 지을 때의 재질과 구조에 따라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벽돌을 구워서 쌓은 벽돌담, 시골에 있는 집들은 진흙과 지푸라기를 썰어넣어 쌓아올리는  토담이 있는가 하면, 대궐같은 양반집엔 사랑채와 안채를 나누는 내외담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문 옆에 붙어있어 하인들이 기거하거나 가마가 보관되어 있는 행랑채가 담장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돌이 많은 산간지방이나 제주도에는 돌담으로 집과 밭을 두르고 있고 때로는 대나무나 갈대, 싸리로 엮어 만든 바자울타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담장의 압권은 경복궁 자경전의 꽃담입니다. 담장에 그림을 새겨 넣거나 만수무강을 비는 글자를 새겨넣은 담으로 지체놓은 양반집 담장에도 꽃담이 있었다고 합니다.

  벽체에 방화나 단열을 위해 구운벽돌을 덧대어 쌓아올린 것을 화방벽이라고 하는 데 처마밑까지 쌓아올리면 온담이고, 반만 화방벽으로 올리고 그 위에 창을 내면 반담이라고 부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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