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26일 화요일 무더운 날씨 탓에 잠을 설친 끝에 일찍 일어나 등대섬으로..
밤새도록 벽에 달린 선풍기를 틀어놓고 자는데 깊이 잠을 이루기엔 한계가 있었다. 어둠이 걷혀갈 쯤 되자 더 이상 누워있는 게 무의미해 카메라를 챙겨 등대섬으로 향했다. 포구를 내려다 보는 데 구름이 바다 위에 수면까지 내려앉아 있는지 부두가 보이질 않는다. 산등성로 난 길에는 안개가 없어 걸어가는 데에는 문제가 없지만, 이 정도 시계와 날씨라면 등대섬이 보이지 않을거 같다. 등대섬 전망대에 올라서니 등대섬 절반이 잠겨있다. 구름이 섬을 지웠다, 가렸다를 반복하더니 이윽고 따가운 햇살이 힘을 더하면서 구름이 황망히 사라졌다.
아침 햇살을 받은 쿠크다스 섬은 따스한 숨결을 드러내 주었다. 저 하얀 등대섬을 더 이쁘게 눈에 담아보려면 가을에 한번 더 와야겠다. 파란 하늘과 바다에 살포기 안겨있는 쿠크다스섬과 하얀 등대가 적절히 배색되는 시기는 가을이리라.
원래는 아침에 함께 등대섬을 한번 더 여행하고 통영으로 갈 요량으로 저구항 티켓을 11:10분 걸로 예약하였다. 하지만 더위에 지쳐버린 아내와 딸아이는 빨리 이 섬을 벗어나는 게 꿈인거 같다. 저구항에 전화하니 아홉시에 떠나는 첫 배에 이미 발권한 티켓을 들고 타면 된다고 한다.
짐을 정리하여 선착장에 내려오니 아침 일찍 물질을 다녀오신 해녀 할머니가 수확을 정리하고 있었다. 성게, 소라, 고등, 해삼, 멍게등등.. 제법 먹음직스런 먹거리로 바깥어른과 함께 손님 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일부 승객은 벌써 가격을 흥정하고 있었다. 문어 두마리를 가지고 흥정이 제법 길어지다 결국 배 출항시간 때문에 결렬되고 말았다. 원하는 가격에 사지 못한 승객은 내내 갑판에서 아쉬어 한다. 배가 섬을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아 비가 쏟아져 들어왔다. 비가 계속오면 오늘 여행은 방콕이 되고마는데...
2016년 7월 26일 오후는 통영에서 미륵산, 동피랑벽화마을 그리고 박경리문학관을 둘러보기로
다행히 저구항에 도착할 즈음, 비는 그쳤다. 소나기였나보다. 차를 몰아 통영으로 향했다. 점심시간이 다되어 오기도 하고 허전하게 아침을 먹어선지 배가 고팠다. 오래 전 거제도 여행을 왔을 때 먹었던 성게비빔밥이 생각나 거제 포로수용소 길을 잡았다. 성게비빔밥으로 명성이 자자한 식당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메뉴에 나와있는 성게비빔밥 가격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비싸 하나만 시키고 나머진 다른 걸로 주문해서 아침겸 점심을 해결했다.
통영으로 건너와 제일 먼저 미륵산 케이블카를 찾았다. 하늘은 여전히 구름으로 덮여있고 후덕지근한 날씨는 바람 한점 없다.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 정상에 내리니 시원한 바람이 우리를 반긴다. 발아래 통영항이 깊이 패여있는 포구를 따라 앉아있다. 잠시 발아래를 관람하고 미륵산 전망대로 올라갔다. 10분 정도 걸어서 올라오는데 다시 땀이 비오듯 한다. 전망대에 당도해 시원스레 펼쳐진 한산도와 한려수도를 조망하고 팠는데, 시커먼 구름이 서쪽 하늘부터 덮어오고 있다. 구름이 높지 않아선지 통영항은 여전히 햇볕을 받고 있지만 우리가 있는 전망대에는 해가 구름 속으로 숨어있다.
420여년 전, 내려다 보이는 한산도 앞바다에서는 이순신과 왜적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왜구의 침탈로 나라를 잃을지도 모를 백척간두의 전세를 한 번에 뒤집은 한산대첩. 일본은 전쟁을 장기전으로 가져갔고, 강토 여기저기에서 벌어지는 소강전으로 백성들만 한없는 고초를 겪은 7년간의 임진왜란은 이순신이라는 걸출한 영웅을 배출하였고, 임금은 백성을 버리고 도망가는 어리석은 군주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조정은 전쟁중임에도 권력투쟁에 함몰되어 있는 모습은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만약 일본이 한양을 선정복하는 속도전 전략이 아닌 부산에서 부터 차곡차곡 점령지를 넓혀가는 전략을 구사하여 후방 군비 보급로를 제대로 가동시켰다면 역사는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미륵산을 내려와 박경리선생 문학관을 찾아 잠시 더위를 식힌 다음, 예약한 호텔로 향했다. 인터넷에 여름 성수긴데도 가격이 너무 싸길래 예약했는데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무늬만 호텔이고 내용은 여인숙 수준이 아닐까? 하는... 워낙 소매물도 숙소로 인해 충격을 받아서. 호텔은 리모델링 중인데 객실은 깨끗하고 시원하였다. 다행이다 싶어 땀에 젓은 몸을 개운하게 씻어내고, 이른 저녁을 먹으러 물회집을 찾았다.
저녁을 먹고 가까이 있는 동피랑 벽화마을을 찾았다. 동피랑 벽화마을에서 시작한 판자촌의 문화거리 조성은 전국으로 퍼져나가 부산, 서울 등에서 비슷한 마을이 만들어져 사람들이 모여든다. 하지만 엄연히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삶에 터전이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그들이 생활하는 데 적잖은 피해가 있나보다.
한 화가의 아이디어로 조성된 벽화마을은 이제 엄연한 문화의 거리로 그 모습이 완전히 바뀌었다.
출렁다리도 건너가보고
이보게 친구! 인생은 뭘 하기에 너무 짧아, 소란피고 싸울 시간이 없다네...
희망을 가지고 미래를 향해 훨훨 날아보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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