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먹고 아소 골프장으로 출발했다.
이번 여행 컨셉은 아소에서 피서를 겸한 세차례 라운딩에 더해 주변 경치를 돌아보는 데 두었다. 그래서 18홀만 돌고 남는 시간은 아소산의 명물 쿠사센리(草千里), 나카다케(中岳) 그리고 구마모토성등을 돌아보기로 한 일정. 재작년 지진으로 아소로 가는 57번 국도가 아직 복구되지 않아 우회로를 따라 가야하는데, 이 길이 외길이어서 병목현상이 심하다. 자칫 8:40분 티업시간에 도착할 수 없을 수도 있을 만큼 차가 밀린다. 20여키로 남짓한 거리를 50여분 가까이 걸려 클럽하우스에 도착했다. 바삐 움직여 카드가 기다리고 있는 곳에 나가니 진행을 맡은 분이 지금 바로 나가면 된다고 한다.
아츠마루 아소아까미즈 골프장(あつまる阿蘇赤水GC)!
36홀 규모를 갖춘 아소산자락 기슭에 조성된 골프장이다. 우리는 동코스로 나갔다. 우리가 묶고 있는 오즈는 이른 시간인데도 후끈한 날씬데 이곳은 서늘한 기운마져 감돌 정도로 날씨가 좋다. 일단 클럽으로 준비운동을 하고 티박스에 올라 기념사진을 박았다. 날씨도 쾌청하고 멀리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가을날씨 흉내를 내며 우리를 반긴다.
내가 중국이나 동남아골프장보다 일본 골프장을 선호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후배부부도 아마 이 점에 동의할 지도 모른다. 우선 비용이 저렴하다. 그린피+카트비+제세금을 합쳐도 주중엔 5천엔~8천엔 정도면 어디든지 예약헤서 칠 수 있다. 물론 명문골프장은 예외. 더구나 캐디가 없다. 캐디를 부르면 거의 할머니가 올 정도로 캐디가 드물다. 이벤트 기간에 예약하면 1.5라운드(27홀)에 점심까지 포함하더라도 5천엔~8천엔이면 즐길 수 있다. 재작년에 일본 쿄토인근 시가현에서 라운딩을 하는데 일인당 팔만원정도 내고 즐겼던 적도 있다. 또한 부부 단둘이서 오붓하게 칠 수 있는 "투섬"플레이도 가능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캐디도 없고, 뒤에서 좆아오는 팀도 없어 여유롭게 공을 치는 넉넉함이 좋다. 그리고 넉넉한 페어웨이에 오비티가 극도로 적다.
9홀을 돌았는데 옷에 땀이 젓지도 않을 정도로 시원한 아소!
전반 홀을 돌고 클럽하우스로 들어오면서 잠시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첫홀 티업으로 시작된 작은 공과 좁은 홀과의 전쟁으로 주변을 여유롭게 돌아볼 만큼 여유가 없다. 아직도 골프 초보 티를 면하질 못해서다. 클럽하우스로 들어오기 위해 신발을 터는데 티셔츠에 땀이 하나도 배어있질 않다. 날씨가 이정도로 서늘한가?
칼데라 분지라지만 왠만한 평원만큼 넓고 사방이 닫혀있어 무척 더울줄 알았는데 기온이 대략 27도 전후다. 호텔이 있는 오즈는 32도를 육박하는 날씬데. 홀과 홀을 나누는 삼나무가 마치 이등변 삼각형처럼 질서정연하게 서있어 햇볕을 가릴 수 있고, 카트로 페어웨이를 가로질러 공이 있는 곳까지 갈 수 있으니 한여름 골프를 즐기기에 더없이 훌륭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전장이 너~무 길어(3,300야드) 왠만큼 잘쳐도 미들아이언이나 우드를 잡아야 하는 홀이 많다.
진정한 자기실력을 가늠하려면 일본에 와서 쳐봐야!!
우리나라는 스코어카드를 캐디가 적어준다. 그러다 보니 초보들이 플레이할 때면 캐디가 적당히 스코어를 조정해서 주는 서비스마져 하는 경우가 있다. 아울러 일반화되어 버린 '첫 홀은 전부 파' 혹은 마지막 홀은 '파로 적을께요' 라는 묵시적인 약속? 그러다 보니 본인이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헷깔릴 때도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캐디가 없고, 더블파(다마네기 둘)도 없다. 스코어카드를 각자가 가지고 본인 것과 동반자 것을 모두 적는다. 몇년 전에 일본회사 SCM부문까지 맡아서 일을 할 때 일본 부서장과 골프를 친 적이 있다. 라운딩을 시작하기 전에 어느 정도 치냐고 하니 110타라고 아무 거리낌없이 자기 수준을 얘기한다. 우리는 백타를 넘으면 "백돌이"라고 퉁치고 마는데...
이따금 파3에서 헤저드-벙커-벙커-쓰리펏 하며 8개 쳤다고 스코아카드에 6이 아니고 8로 적는 걸 본 적이 있다. 사실 이렇게 냉정하게 자기가 가지고 있는 실력을 알고 그에 맞는 플레이를 통해 조금씩 점수를 개선해나가는 게 어떨까. 프로가 아닌 담에야 스코아가지고 돈벌이도 아닌데, 굳이 남들과 비교하며 돈 버리고 스트레스마져 받을 만큼 한심한 운동(?)이 골프이고 보면 참 이해 안되는 운동을 우리가 하고 있다.
라운딩을 마치니 갑자기 소나기가 퍼붓는다!
분지지형에 아소산의 나카다케는 아직도 살아있는 활화산이라 뜨거운 수증기를 내뿜으며 날씨를 변화무쌍케한다. 라운딩을 마치고 우리는 쿠사센리- 아소산 중턱의 넓은 평원을 올라가보기로 했다. 아소산으로 가는 길이 여러 갈래지만 거의 대부분이 재작년 지진으로 붕괴되어 아직도 복구 중이라 통행이 안된는 길이 많다. 차에 장착된 네비를 따라 가보니 가는 곳마다 막혀있는 길을 안내하고 있다. 여러차례 헤매고 나서 제대로 된 길을 잡고 올라 가는 데 이번에 날씨가 심술이다. 검은 구름이 앞을 가로막고 있어 오늘 일정을 마무리하고 호텔로 길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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