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후배부부 차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달렸다. 아침부터 푹푹 찌는 더위였지만 여행을 떠나는 우리의 마음은 전혀 덥지 않고 상쾌하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티켓팅을 마치고 지하에 있는 식당으로 내려갔다. 우리가 타고 갈 LCC 기내서비스가 딱 물 한잔이다. 주스조차 주질 않는다. 하여 아무리 짧은 구간일지라도 구마모토에 내려서 호텔까지 가려면 배를 채워놓아야 한다.
LCC가 아닌 국적선이나 대형 항공기는 대부분 이륙하자마자 아무리 짧은 구간이라도 밥을 주지만 LCC는 그런 부분을 줄여서 항공요금을 낮추었으니 기내식 대신 끼니를 미리 채워놓아야 한다. 그래서 공항 지하층에 대중식당만큼 찾한 가격의 식당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4명이 2.5만원으로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수준의 식당이 준비되어 있다.
다른 사람들 보다 손쉽게 출국심사를 마치고 게이트를 찾아 자리를 잡았다. 면세점에서 장만할 꺼리도 별반 없어 음료수와 맥주를 사서 아내와 나눠마시고 기다리길 얼마지 않아 탑승 신호가 울렸다.
구마모토공항에 내리니 역시 더웠다. 렌터카 사무실로 가서 차를 빌렸다. 닛산 윙가드-해치백 스타일인데 골프백 4개 넣고도 캐리어를 두세개 얹어놓을 만큼 넉넉하다. 후배는 일본에서 여러해 살았기에 운전이 수월하지만, 나는 첨이라 낯설었다. 나중을 위해 아내의 만류에도 핸들을 잡았다. 오른쪽이 운전석에다 좌측통행이다 보니 처음엔 무척 헷깔렸다. 반대 차선으로 가기도하고, 방향지시키를 작동했는데 와이퍼가 움직이고, 우회전 신호를 어떻게 받아야 하나 등등, 하지만 후배를 믿고 달렸다.
공항에서 가까운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가성비가 좋아 선택한 호텔이었으나 역시 일본 호텔 딱 그대로였다. 낭비가 없이 공간 구획을 절묘한게 배열한, 아주 좁지만 쓰임새 있는 호텔. 대충 캐리어를 정리하고 나니 이른 저녁을 먹을 시간이다. 호텔이 위치한 곳은 구마모토와 아소 중간에 공항을 끼고 있는 오즈(大津)라는 도시로 인구 만명 정도 도시다. 1층 로비에서 주변 식당 정보를 얻어 시내를 향했다. 햇살은 뜨거웠지만 바람이 불어 그다지 푹푹 찌지는 않았다. 아소가 말고기가 유명해 첫번째 식단을 말고기로 정하고 식당까지 한참을 걸었다.
馬勝藏(Umakatsuzou)!
말고기를 이용한 다양한 메뉴에 적당한 가격이 걸려있는 오즈, 큐슈에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는 식당이다. 한여름 땡볕을 뚫고 30여분을 걸어왔는데, 주말까지 예약이 꽉차서 담주 월요일에나 겨우 예약을 걸 수 있단다. 사실 우리 부부는 식감이 예민하거나, 식탐을 가지지 않아, 여행을 다닐 때도 맛집을 반드시 챙겨서 먹어주는 예절(?)은 없지만 그래도 일본까지 왔는데 맛집 하나 정도는 다녀가 줘야 예의라 생각했는데, 그마져도 유명세에 밀려났다. 어찌됐건 배는 채워야 하니 여기까지 오던길에 플랜B로 봐놨던 "F1 이자카야(屋酒屋)"로 발길을 돌렸다.
우선 대안을 정한 식당이지만 말고기를 먹어야겠기에 말고기 사시미를 주문하였다. 아뿔싸! 겨우 여섯점 한접시에 2만원? 그래도 맛이 좋으면 아깝지 않을터. 한젓가락 집어 입에 넣고 맛을 탐닉해보는데 이게 무슨 맛이라고 해야하나? 그저 밋밋한 양념에 아무러 맛을 내지않고 맹맹한 고기 한 점? 역시 내 입은 김치찌게에 매운 고추에 단련되놔서 이런 고급 식감은 애초에 감상할 수준이 아닌가 보다. 다른 요리로 저녁을 채우고,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려 일본소주하고 회 한 접시로 아쉬운 아소의 첫 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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