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라운딩을 위해 첫번째 라운딩한 골프장으로 향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병목구간의 지체도 훨씬 덜하다. 첫날엔 티업시간에 맞추느라 조마조마 했는데, 오늘은 일찍 출발한 탓도 있지만 차가 덜 밀려 40여분이나 남은 시각에 도착했다. 미리 예약을 하지않고 어제 저녁에 부킹해서 가격이 좀 세다, 11,000엔.
그래도 11만원에 주말 라운딩이면 한국과 중국에 비해 가격이 아주 착하다. 채비를 하고 나오니 지금 나가도 된다고 한다. 여전히 날씨는 우리를 반기듯 맑고 시원하다.
삼나무 사이로 조성된 넓고 편편한 페어웨이를 향해 힘차게 드라이버를 날리며 첫 홀의 문을 열었다. 첫날 이미 한바퀴 돌아본 코스라 눈에 익었을 뿐 아니라, 그 날의 공략과 실패한 기억까지 생생해 오늘은 첫날보다 성적이 좋겠지 하며 한 홀, 한 홀 지나오는데 여전히 스코어는 그닥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더블 파를 기록하기도 하고, 어이없는 티샷 실수도 하며 전반홀을 마쳤다. 그래도 한 번 다녀본 코스라서 성적이 조금 좋아졌다.
점심을 먹고 오후 라운딩을 시작해 두홀을 지나는데 갑자기 세찬 빗줄기가 라운딩을 괴롭힌다. 그나마 다행인 건 카트가 페어웨이까지 들어갈 수 있으니 우산을 들고 다니는 것보단 수월하였다. 아내는 한국에서 칠 때보다 훨씬 맘 편하게 할 수 있어 무척 마음에 든다고 한다. 아직까지 초급 수준이라 되도록 많이 쳐야하는 입장에서 공이 제대로 나아가질 않아 캐디언니 눈치를 봐야하거나 공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우리나라 여건보다 나은건 사실이다.
더욱더 고무적인 것은 어제 라운딩에서 자력으로 버디까지 낚았으니 그 기분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파5에서 드라이버와 우드로 투온을 해서 8미터 이글 찬스를 만들었는데, 퍼터를 떠난 볼이 아깝게 홀 컵을 살짝 스치고 지나가 버려 버디에 만족해야했다. 설겆이 능력만 갖추면 나보다 훨씬 나은 성적을 낼 나의 호적수다.
하긴 작년에 이번에 함께하고 있는 후배부부와 360도CC에서 라운딩을 했는데, 이글을 잡았다. 난 수없이(? 아내보다 약간 많은) 많은 라운딩을 하였건만 이글 한번 낚지 못하였는데...
이글을 잡았지만 캐디가 김을 빼버리는 바람에 아쉬웠다. 360도CC는 페어웨이 언둘레이션이 무척 심한 곳으로 기억하는데 오르막 파5에서 드라이버 뻥샷에 이어 두번의 우드로 그린을 공략하였다. 오르막이라 그린이 제대로 보이지않아 캐디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세번째 우드샷을 날렸다. 캐디의 나이스 샷 소리를 들으면 모두 그린으로 올라섰는데, 볼이 그린 위에 하나도 없다. 캐디는 아내의 세번째 샷이 분명 그린을 향해 잘 날아왔다며 그린 주변을 샅샅이 찾고 있는 사이, 후배는 그린 뒤에서 어프로치 한 것이 오케이 거리라 홀 아웃 한다며 퍼터로 홀 인하는데 그 안에 아내의 공이 앉아 있었다. 참 어의없는 이글!
빗줄기가 사라지고 다시 햇살이 비추며 우리는 즐겁게 라운딩을 이어갔다. 18번 홀에서 모자와 장갑을 벗고 3일간의 라운딩에 만족하며 기쁨의 악수를 나누었다. 클럽하우스에서 시원하게 몸을 닦고 나와 다음 행선지를 물색하였다. 어디가 좋을지?? 날씨도 바람은 좀 있지만 쾌청하고 그냥 호텔로 돌아가기엔 아쉬운 오후다.
우리는 차를 몰라 쿠로카와(黑川) 온천마을로 방향을 잡았다. 쿠로카와는 일본에서 대표적인 온천마을로 유명세를 가지고 있다. 쿠로카와로 가는 길에 아소분지를 다시 한번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길 옆에 나있다. 저 멀리 보이는 도시 뒤에 있는 산자락에 거뭇거뭇한 삼나무 숲 속에 우리가 그동안 즐겼던 골프장이 있다. 우리가 서있는 이 전망대 아래까지 넓게 펼쳐진 분지는 거의 왠만한 평야지대 만큼 광활하다.
한시간여를 차를 모니 드디어 쿠로카와 온천마을에 도착했다. 이 곳은 일종의 온천 연합회를 구성하여 1,600엔짜리 입장권을 사면 세군데 온천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어느 곳이나. 마패처럼 생긴 입장권에 온천을 이용할 때마다 도장을 찍어준다. 한여름인데도 일본 전통 유카다를 입고 다니면서 온천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우리는 더운 여름에 온천은 그다지 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 마을을 한바퀴 돌았다.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온천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고요하고 정감어린 마을이다. 금년 겨울엔 이곳으로 온천여행을 오면 딱이다 싶다.
쿠로가와에서 저녁을 먹기엔 아직도 배가 덜 고파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한시간 가량을 달려 오즈시내로 들어서는데 후배가 회전초밥집을 권한다. 우리야 선택지가 전혀 없어 바로 콜로 답하고 회전초밥집에 차를 세웠다. 빨간 접시 100엔, 파란접시 200엔 그리고 맥주와 디저트로 네사람이 배부르게 먹고 나왔다.
내일 우리는 사가공항에서 한국으로 돌아가지만 후배부부는 담주 수요일까지 구마모토에서 여행을 이어간다. 참 여유롭게 인생을 즐기는 후배부부의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내년 여름에도 아내와 난 어김없이 이곳 아소에서 여름 휴가를 보낼 것이다. 그때는 보다 경제적인 계획을 통해 "알쓸신골"을 누릴 수 있을 거 같다. 알차게 계획을 만들어 쓸데없는데 지출하지 않으면서 신나게 골프를 치는 여행..
이번 여행을 통해 보다 구체적이고 짜임새 있으면서 알차게 플랜을 만들 수 있을거 같다. 항공권 조기구매, 입출국 시간 조정, 루트 개선, 그리고 골프장 조기 예약. 마지막으로 렌터카 비용 절감까지.......
빨리 내년도 일정계획을 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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