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현충일, 휴일이다. 순국 선열들이 조국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던진 용기와 희생을 되새기고 추모하는 날인데, 우리는 한양도성길 순례를 하기로 했다. 지난번에 4코스 돈의문에서 창의문 구간을 다녀온 뒤 나름 의미있고 구미가 당기는 서울 트레킹이어서 서울 순례길 책을 뒤져 자료까지 준비했다. 순례길 도중에 마주하는 이름있는 건물이나 유적의 겉모습만 보고, '나 여기 다녀갔어" 하며 사진 한 장 남기고 돌아서는 주마간산식의 순례를 벗어나보자는 마음으로.
출발하기 전에 서울 순례길 책에서 오늘 가고자 계획한 코스를 다시한번 점검하고 지하철을 이용하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으로 향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출발하여 낙산공원, 혜화문, 성북동에 있는 최순우 옛집, 간송미술관, 수연산방, 심우장을 들러보고 와룡공원에서 본격적으로 성벽길을 따라 창의문까지 가는 계획을 잡았다. 제법 긴 코스여서 오전에 집을 나섰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은 동대문 운동장을 허문 자리에 3차원의 비정형 건축물과 기념관, 역사관이 들어서 있고, 디자인 박물관과 디자이너 작품은 판매하는 살림관등이 입주하여 있다. 2층 디자인 박물관에는 간송미술관에 보관하고 있는 진경산수화를 주제로 한 '간송문화전'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들어가서 전시 작품을 감사하고 싶었느나, 5월과 10월에만 간송미술관에서 전시할 때 보기로 하고 오늘은 지나치기로 하였다.
학창시절 박종세아나운서와 이호헌해설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고교야구 중계를 TV가 아니 라디오로 청취하며 열광하였던 기억이 새삼스러운 추억의 동대문 야구장 이었던 자리가 바로 이곳이다. 지금은 이미 고인이 되었거나 프로 및 아마야구팀에서 감독이나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그들이 선수로 활약한 바로 그 곳이다. 당시의 모습은 모두 사라지고 성화대와 조명탑 하나만 유적으로 그 당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서있다.
디자인 박물관을 나와 동대문운동장기념관을 거쳐 나오니 이간수문 복원현장이 나타났다. 이간수문은 남산에서 흘러내려온 물을 도성 밖으로 내보는 역할 하였다고 한다. 흥니지문으로 가는 중에 청계천을 건너가야 하는데 다리이름이 오간수교로 되어있어 여기다 오간수문이 자리하였던 곳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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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을 나와 동대문 의류단지를 지나면 제법 폼나게 서있는 흥인지문을 만나게 된다. 조선의 도성이 축성될 무렵 사대문과 사소문에 붙여진 이름이 모두 세글자로 붙여졌는데 유일하게 이 동대문만 흥인지문, 내글자로 붙여졌다. 풍수에 따르면 동쪽의 기운이 상대적으로 약해 부족한 기운을 북돋우기 위해 네글자의 성문이름을 붙였다고 전한다. 우리가 다 알고 있듯이 보물 1호로 지정되었는데, 국보로 지정되지 못한 이유가 조선말기 고종조에 새로 건축하면서 조선 건축의 전통기법이 많이 변형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헌데 성문 주의를 한바퀴 돌아보았는데 숭례문과 달리 사람이 드나드는 문이 한쪽이 옹성으로 막혀있다. 축조 당시에 사람들이 어떻게 왕래를 하였는지 궁금하다. 궁금한 것 또 한다지는 궁궐과 성문의 추녀마루에 얹혀있는 조각물은 왜 올려져 있고, 건물마다 조각물 수가 다른지.
성문을 지나 복원된 성곽이 들어서 있는 낙산공원 들머리로 들어섰다. 이대동대문병원이 목동으로 이전하고 남은 부지에 조성된 공원으로 정자와 잔디밭이 있어 흥인지문을 여유롭고 한가히 바라볼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공원 한켠 서울디자인연구소 건물 안에는 도성박물관이 새롭게 꾸며져 우리같이 한양도성 순례자들에게 도성에 대한 유래와 각 코스별로 네비처럼 화면을 준비해서 육안체험도 가능하게 해놨다. 이 곳에서 아까 가졌던 두번째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추녀마루에 올라있는 용두와 동물모양의 잡상은 화재를 막고 잡귀로 부터 건물을 보호한다는 주술적 의미를 갖고 있는데 아무 건물에나 올려놓을 수 없고 잡상의 숫자가 건물의 등급을 나타낸다. 1층부터 3층까지 도성박물관을 둘러보고 3층 출구에서 낙산공원으로 향했다.
성곽길을 따라 올라가면 낙산 꼭데기에 조성된 낙산공원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은 이화장을 들러보는 계획을 가진터라 낙산공원 못미쳐서 성곽 좌측으로 벗어나 이화장으로 향했다. 내리막으로 된 길을 내려가는 중에 셀카봉을 들고 있는 젊은이들을 많이 만났다. 개중에는 중국관광객도 여럿 만났다. 그제서야 우리가 내려가고 있는 마을이 벽화마을이란걸 알았다. 판자촌같은 이 마을에 2006년 화가 한젬마씨등 68명의 에술가가 참여한 낙산공공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곳곳에 벽화가 그려지고 산동네판자촌이 관광명소로 탈바뀜한 마을이다.
가파른 내리막길은 거의다 내려오니 이화장이 나타났다. 이화장 대문 앞에 공사자재가 길 한켠애 수북이 쌓여있고 공사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2014년 수해로 무너진 담과 집을 수리하여야 해서 금년에는 일반인 관람이 어려워보였다. 이화장은 초대대통령이자 3.15 부정선거로 촉발된 4.19혁명으로 하야하고만 이승만이 살던 집이다. 원래는 조선시대 문신의 가택이었는데 해방과 함께 귀국한 이승만이 거주한 연우로 지금은 '이승만기념관'으로 보전되고 있다. 이화장은 4.19혁명을 기념하는 민주올레길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이화장 마당에서 미리 준비해간 간식거릴 먹으면 휴식을 가진 다음, 다시 성곽길로 올라갔다. 낙산공원 동쪽에는 조선시대 실학자 이수광이 지봉유설을 저술하면서 살았던 비우당이 있고 비우당 뒤에는 紫芝洞泉이라 쓰여진 샘물이 있는데 이화장에서 낙산공원을 비껴올라가다보니 그만 지나치고 말았다. 이화장에서 낙산공원 혜화동 쪽으로 바로 비껴 올라가서 내리막 길을 조금 내려가니 대학로로 내려가는 길 밖에 없었다. 낙산공원 정상에서 성곽밖으로 나가 바깥길을 내려가야 혜화문 방면으로 쉽게 다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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