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일에 걸쳐 인하대학교 물류전문대학원 민정웅교수가 저술한 '예측불허의 시대 글로벌 기업들의 생존전략기 - 미친SCM이 성공한다'를 탐독하였다. 세계적으로 탁월한 경영노하우를 바탕으로 성공한 기업 10곳을 선정하여, SCM 관점에서 바라본 성공요인을 제법 알기쉽게 설명해 놓은 SCM 해설서다. 그동안 읽어왔던 책들은 공급사슬관리(Supply Chain Management, SCM)에 대해 이론적인 정의를 내리고,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기법들을 때로는 자세하게, 때로는 간단하게 정리한 내용이었다. 이번에 접한 이 책은 이론에 집중하여 기업이 택할 수 있는 기법이나 프로세스를 제시하기 보다는 초우량기업의 반열에 오른 기업들을 선정하여 성공한 비법 이면에 살아있는 SCM을 어떻게 채택하였는지를 사례를 들어 설명하였고, SCM이 성공한 기업들에게 어떠한 가치와 이익을 가져다 주었는지를 알기쉽게 풀어내었다.
저자가 서문 첫머리에서 말한 것처럼 "SCM이란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에 나 스스로도 콕 집어 알기쉽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고 입안에서 뱅뱅돌았다. 처음 직장에 들어와 자재관리를 시작으로 직장에서 경력이 쌓이면서 직무 범위가 확대되어 자재관리와 생산관리가 추가되고 구매관리까지 확대되었다. 이 당시만 해도(1980~1990년대) 우리나라 어느 기업도 SCM이란 직무와 부서명을 도입한 곳이 없었다. 1990년대 말엽 다국적 제약사의 Logistics부서 책임자로 자리를 옮기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00년대 초반에 공급관리(Supply Chain)이라는 용어가 신문지상에 새로운 경영기법으로 소개되기 시작했다. 그 즈음 스웨덴 본사의 조직도 상에 Global Supply (Supply Chain과 같은 역할이었는데 부서의 이름을 이렇게 붙였다) 라는 부서명이 등장하고 자회사인 우리 회사도 Global Supply 부서가 만들어졌다. SCM 부서가 생기고 본사 차원에서 외부 Consultant를 영입하여 Integrated Supply Chain(통합공급사슬) project를 전개하기 시작하였다. 이처럼 본사 차원에서 시작한 초창기 SCM은 프로젝트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부서명과 Supply Chain이라는 용어가 입에 낯설지 않게 다가오게 되었다. 여기서 그 당시에 우리가 도입한 ISC 프로젝트를 좀 더 풀어보자.
본사차원에서 설정한 프로젝트 목표는 재고수준을 ITO 4.3회에서 4.8회로 회전율을 높여 재고자산에 묻혀있는 비용을 감축하는 것이었다. 이를 하위레벨로 전개하여 한국에 부여된 목표가 표와 같았다.
성 과 지 표 |
성 과 기 준 |
목 표 |
현수준 |
1. Customer Service Level(CSL) |
Number of on-time delivery / no of total delivery |
95.0% |
기준없슴 |
2. Inventory Turnover (ITO) |
Number of annual sold / the ending stock |
5.1 |
4.5 |
3. Sales Forecast Deviation (SFD) |
Actual forecast deviation / Forecated q'ty in (M-1) |
8.0% |
기준없슴. |
첨부한 자료는 그 당시 본사에서 방한한 컨설턴트가 SCM을 교육시키기 위해 준비한 교육자료다. 들여다보면 Supply Chain 이론이라기 보다는 재고관리 이론에 더 가깝다. 하지만 당시의 경영진은 Inventory Management라는 용어보다는 최신 경영기법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SCM을 차용하여 프로젝트의 목표를 보다 자극적으로 포장하려고 하지않았나 싶다.
다만, 원재료 수급에서 부터 고객에게 제품을 운송하는 단계까지 프로세스를 프로젝트가 도입되기 전에 각 국가별, 기능별로 전개하는 것에서 중앙통제방식으로 일대 전환시킨 것은 현재의 SCM 개념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즉, 신장투석용 기계를 이전 프로세스에서는 각 나라의 구매부서에서 6개월 선행 발주를 하면 생산공장에 있는 생산관리부서가 각국의 발주수량을 모두 취합하여 생산계획을 수립하여 제조부서에 생산지시를 내리고, 생산이 완료되면 이를 발주한 국가로 운송하는 프로세스였다. 이럴 경우 발주한 수량보다 많이 생산하거나, 발주한 수량보다 더 많이 팔리게 되면 공급자인 생산공장에도 영향을 받고, 발주한 국가에서도 수량부족을 겪게된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였다.
하지만 ISC 프로젝트팀이 제시한 개념은 새롭게 도입한 i2 라는 Forecast용 S/W 패키지를 이용하여 매월 정해진 일자(샛째중 금요일)에 이동 18개월 판매계획을 입력하면, 본사의 기계담당 GSCP(Global Supply Chain Planner)가 그 다음주 화요일에 이동 6개월 수요예측 수량 대비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현재고 + 운송중인 미착재고를 감안하여 출하예정수량을 산정하여 한국의 발주담당자에게 i2를 통해서 보여준다. 한국의 발주담당자는 MKT과 시장상황의 돌발변수를 감안하여 GSCP가 i2에 올려놓은 발송수량을 받아들이거나 조정하여 OK하면 그대로 운송한다. 또한 제품의 생산기지가 유럽 각지에 흩어져 있어 이를 한곳에 모을 수 있도록 중앙 물류센터(DC)를 이미 건립하여 운영중이므로 GSCP는 DC에 제품 출고를 지시하면 된다. 생산계획단계에서는 GSCP와 Global MKT manager가 이동 6개월 생산물량을 확정하고 그에 대한 소요자재를 확보한다.
결국 분권화된 수요예측, 생산 및 재고관리 통제를 중앙집중화하므로서 재고과잉과 재고부족으로 인한 기회손실을 막음으로서 비용을 줄이고, 판매를 확대하는 두마리를 취하는 효과를 얻고자 했다. 이를 한 장의 프로세스로 그려놓은 것이 아래의 그림이다.
사실 그당시에 접해본 SCM의 초보개념들을 아직도 SCM의 전부인 것처럼 인식하고 거기에 안주해온 내게, 이번에 만난 책은 새롭게 SCM에 대한 개념을 가지게 되었다. 하나의 경영기법으로서의 SCM에서 기업의 생태계와 가치사슬에 연계하여 SCM을 풀어내고 그 개념을 현존하는 우량기업에 대입하여 SCM이 어떻게 기업의 가치을 끌어올렸나를 증명한 사례를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이는 그동안 내가 안주해있던 SCM에 대한 패러다임을 과감히 벗어던지는 계기가 되었다. 다만 기업 경영자가 아니고 일선 실무자의 위치에서 이 책을 읽고 당장 회사에 적용하는 것은 쉬어보이진 않았다. 이론서가 아니고 SCM을 통한 기업의 성공사례에 가깝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책을 통해서 공부를 하고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은 강의를 통해서 얻는 것보다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책은 2D로 지식을 얻고, 강의를 통하면 3D로 얻게 되는 효과가 있다. 강의실에서 지식을 얻을 경우, 강사의 설명을 통해 시각적인 면과 청각적인 면이 동시에 작용하고 이해가 안되면 질문이을 통해 이를 해소 할 수도 있다. 또한 동료와의 토론으로 하나의 개념으로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책을 읽고나서 덮어버리지 않고 책에서 얻은 지식과 이론을 먼저 발췌 요약 해보고, 나아가 내 나름대로 해석하여 보고자 한다. 하지만 발췌 요약하는 작업도 일종의 글쓰기에 속한다. 지식소매상 유시민이 출간한 '글쓰기 특강'을 그래서 이 책을 읽고나서 바로 찾아본 책이다. 유시민이 알려준 대로 우선 발췌 요약해보고, 요약한 내용을 소리내어 읽어보면서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면 SCM이 입에 제대로 붙지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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