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국가가 국민입니다." 영화 변호인에서 민주주의를 정의하는 명대사다. 한 시간 20분짜리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한다면 바로 이 대사 한마디일 것이다.
- 왜 SCM은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을까?
엘리베이터 피치(Elevator peach)라는 말이 있다.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고 있는 짧은 시간 내에 의사결정권자를 신속하고 간단하게 설득시킬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상대방이 묻는 질문에 답하거나 털어놓은 고충을 듣고 더 짧고 명료하게 상대방의 막힌 속을 시원하게 뚫어줄 수 있는 해법을 내려주는 기술을 흔히 요즘 유행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이라고 하고, 좀더 종교적인 수행자들 사이에는 '선문답'이라고도 한다.
쾌도난마식의 정곡을 찌르는 한마디로 SCM을 설명한다면???
미국의 SCM전문가협회 CSCMP(Council of Supply Chain Management Professionals)가 2004년에 협회지에서 내린 정의에 따르면,
"SCM은 소싱, 구매, 생산,물류관리 등과 관련된 모든 기획기능과 관리기능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또한 공급자, 3자물류기업, 고객등과 같은 채널파트너와의 핵심적 협업과 조정기능도 포합하고 있다. 본질적으로 SCM은 공급사슬내 모든 기업들의 공급관리와 수요관리를 통합한다."
2001년 미국테네시 주립대학의 존 멘쳐(John Mentzer)교수의 논문에 기술된 정의는
"SCM에 있어 Supply Chain이란, 제품의 서비스, 자금, 그리고 정보의 쌍방향 흐름이 생산지에서 소비자로 이어지는 과정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조직의 집합체를 일컽는다. 여기서 Supply Chain을 관리하는 것이 SCM이다"
이 정의에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정보, 제품, 재무라는 세가지 흐름에 입각하여 SCM을 정의하려고 한 점이다. 사실 정보의 흐름, 제품의 흐름, 자금의 흐름이라는 3가지 흐름을 처음으로 언급한 사람은 멘쳐교수보다 40년 전인 1958년 MIT의 제이 포레스터(Jay Forrester) 교수가 산업역학(Industrial Dynamics)를 정의하는 과정에서 이 세가지 흐름을 포함하여 기업내 존재하는 다양한 흐름을 가지고 의사결정의 역학관계를 정리하였다.
이러한 세가지 흐름의 관점에서 SCM을 정의할 수 있다고 하면, 거꾸로 이 세가지 흐름을 제대로 관리하면 SCM을 성공적으로 운영한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한때 세계 1위의 PC업체였던 델컴퓨터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자. 재고가 없는 주문자 생산방식(Build-to-Order)를 채택하여 제품의 흐름을 단순화했고, 인터넷에 의한 고객주문과 부품공급업체와의 원활한 정보공유로 2시간 간격으로 자재공급하는 JIT을 실행하여 판매한 제품은 고객에게 인도되기 전에 이미 결제가 이루어짐에 따라 마이너스 현금흐름(Cash-To-Cash Cycle)을 자랑하였다. 이처럼 앞에서 정의한 SCM을 완벽하게 구현한 델컴퓨터가 2007년 업계 선두자리를 내주고 급기야 2013년 자진상장폐지의 길로 접어든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결과적으로 SCM을 제대로 구현하였는데도 실패한 경우를 보면 앞서 정의한 세가지 흐름에 기반한 SCM정의가 올바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정을 할 수 밖에 없다. 도대체 SCM은 무엇일까? 왜 이렇게 SCM의 개념이 애매할까? 그 이유부터 찾아가보자. 우선 SCM이라는 개념에 앞서 활용되었던 물류(Logistics)와 SCM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실무자들 사이에서 이 두가지 개념에 다양한 견해차이가 있다. 혹자는 SCM을 물류의 상위 개념으로 보기도 하고, 또 다른 이들은 물류를 SCM보다 광의의 개념으로 보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아예 SCM을 물류의 연장선상에서 내용은 그대로이고 이름만 바뀐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처럼 SCM의 개념이 아직 명확하게 정착되지 못한 데에는 몇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 SCM이 젊다. 아담스미스의 국부론이 출간된 1776년을 기원으로 하는 경제학은 그동안 여러 학파들에 의해 치열한 공방을 거치면서 운영방식에 차이는 있을지언정 경제학의 정의에 대한 논쟁은 이미 졸업을 하였다. 경제학이 250년의 역사를 가진 데에 반해 SCM은 1982년 케이트 올리버가 파이넨셜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사용한 것을 기점으로 잡아도 겨우 30여년의 나이에 불과하니 아직 개념 정의가 자리잡기엔 경제학에 비하면 아직 멀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SCM의 모습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주요 영역과 이슈들을 변화시키면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1960년대에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수요예측, 재고관리, 창고, 운송 등이 1980년대로 넘어오면서 자재관리(Material Management)와 물적유통(Physical Distribution)의 양대 분야로 통합되었다. 1990년대를 거치면서 물류(Logistics)라는 단일분야로 각각 통합된 이후,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함께 마케팅 및 전략적 계획 기능이 추가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결국 SCM은 진화가 완료된 학문이 아니고, 현재진행형인 학문이다.
셋째, SCM이 관여하고 있는 영역의 폭이 상당히 넓어서 기업 내부의 다른 기능들과 경계를 나누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에 인문학 열풍이 불고 지식 통합을 일컽는 통섭(Consilience)이라는 단어가 회자되고 있다. 요즘 기업에서 협업(Collaboration) 이 유행하고 있다. 각각의 기능들이 교차하면서 협력하고 작용하는 이 협업이 최근의 기업에서는 일반화되어 있다. 따라서 SCM도 독자적으로 한 곳에 머물러 기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고 기업내 여러 영역들을 넘나들면서 작용하고 있다. 정부 부처별 물류업무를 살펴봐도 알수 있다. 공항, 항만, 도로 등의 물류 인프라는 국토해양부가 관장하고, 제조기업과 유통기업의 물류활동은 통산자원부가 관여하고, 농산물유통은 농림축산부가, 수출입통관은 관세청이 담당하고 있다. 이렇게 여러 부처에 걸쳐 있으니 RFID도입에서도 각 부처가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SCM은 여러 영역에 걸쳐 때로는 독립적으로 때로는 Corss-Function으로 운영되고 있어 경제학처럼 명확히 영역을 구별지을 수 없다.
이처럼 SCM은 짧은 역사 속에서 계속적으로 진화를 거듭하며 영역과 경계를 구분하기 힘든 포괄적인 범위 내의 흐름을 다루어 왔기 때문에 용어가 탄생한 이후 30년 동안 한마디로 딱 꼬집어 정의하기 힘든 애매한 개념으로 살아왔다.
- 출처 : 민정웅저 미친SCM이 성공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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