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화와 SCM사이의 사라진 연결고리
앞 장에서 SCM의 본질과 정체에 대한 의구심을 풀어줄 단서로 글로벌화를 꼽았다. 글로벌화의 진화 과정은 '제품'에서 '생산방식'으로 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고 있으며 기업문화를 만들어내는 핵심가치가 글로벌화의 미래를 결정짓는 성공요인으로 보았다. 그러면 글로벌화와 기업의 핵심가치 사이에 SCM은 어떠한 의미와 관계를 가지고 있는가?
SCM을 핵심가치라는 측면에서 정의하려면 이제까지 SCM을 바라본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SCM이 공급사슬상의 제반 문제점, 즉 재고과잉이나 부족 그에 따른 비용상승과 서비스 하락등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받아들인다면 이런 제반 문제들은 이미 해결이 되어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앞에서 열거한 문제들은 많은 기업에게 현재진행형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SCM이 진화를 하면서 생성된 기법이나 프로세스를 통해서 괄목할 만한 발전과 성장을 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보다 궁극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글로벌화된 환경 속에서 SCM을 정의하고 본질에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문제를 바라보는 핵심가치로서의 SCM
SCM을 문제해결기법이 아닌 상위 개념으로서의 메타관점에서 접근한 연구가 있다. 모우릿슨(Mouritsen)은 논문에서 SCM을 사회적 가설개념 구조로 봐야 한다고 했다. 가설개념 구조란 현실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염두로 문제의 원인에 가설을 붙이고 그에 대한 결과를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SCM을 가설 개념구조로 본다면, SCM이 공급사슬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이 아니고, 공급사슬 위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문제와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설명해야 하는지와 같은 인식의 문제로 본다는 것이다. 결국 글로벌화가 세상을 바라보는 핵심가치를 변화시키고, 이것이 다시 공급사슬을 바라보는 '핵심가치'로서의 SCM을 만들게 되었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그렇다면 핵심가치로서의 SCM이 추구하는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지를 알아내야 한다.
제임스와트의 증기기관 발명에서 촉발된 산업혁명은 가내수공업에서 공업생산의 전기를 마련해 주었다. 천연동력에서 필요할 때면 어느때나 활용할 수 있는 동력을 통해 기계의 힘을 통한 공업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1913년 헨리 포드가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조립생산은 보다 저렴한 제품을 생산하는 대량생산을 촉진하였고 인류에게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주었다. 이렇게 공업생산에서 대량생산 사회로 전이된 패러다임은 1990년 들어서면서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과 함께 인터넷 시대로 넘어오면서 일대 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즉, 앞의 공업생산과 대량생산에서 생산방식의 속성과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의 생산방식의 패러다임은 전혀 다르다. 이전의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기업 경영의 지향점이 바뀌었다.
증기기관, 컨베이어벨트,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기법, TQM, JIT, MRP, TPS 등은 생산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을 가져왔고, 기업에게는 상대적으로 이익을 증대시켜주었다. 하지만 인터넷이 등장한 것은 생산성 향상보다는 이전보다 훨씬 폭넓고 다양한 정보를 소비자가 손쉽게 얻을 수 있고, 또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인터넷 시대에 기업은 이전보다 훨씬 까다롭고 현명해진 고객에게 내부적인 효율화를 통해 값이 싼 제품을 만들어내기 보다는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전달하는 것이 더욱 더 중요하게 되었다.
샘 팔미사노가 말한 '제품' 자체가 아닌 '생산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의미이다.
SCM은 '기업 생태계 전체를 바라보는 것이 옳다'라는 핵심가치이다.
생산방식의 패러다임 변화는 생산자 혹은 소비자 어느 한 부분에 촛점을 두는 데서 벗어나, 기업활동을 둘러싼 수많은 공급업체, 생산업체, 유통업체, 고객등의 이해관계자들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서로 다른 목표와 제약조건을 모두 고려하여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SCM의 본질은 구체적인 문제 해결 기법이 아닌 "공급사슬을 둘러싼 전체환경을 바라보는 것이 옳다" 는 핵심가치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정의에는 다음 두가지 명제를 내포하고 있다.
1) SCM은 공급사슬과 관련한 우리 행동의 판단 대상이 아닌 판단 기준이다. 따라서 공급사슬을 관리하는데 있어 획일적인 정답은 없다.
2) SCM은 특정한 산업별 상황에 따른 구체적인 문제해결 기법이 아니다. 따라서 산업별 특성을 가진 SCM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SCM에 의해 그 산업이 정의된다.
- 출처 : 민정웅교수 저. 미친 SCM이 성공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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