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日新又日新/94. 독서편력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발췌 2

학이시습지야 2015. 8. 8.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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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못난 글 피하는 법

  • 못난 글은 다 비슷하지만 후륭한 글은 저마다 이유가 다르다. 독자의 공감을 얻고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 잘 쓴 글이다. 많은 지식과 멋진 어휘, 화려한 문장을 자랑하다고 해서 훌륭한 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독자가 편하게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는 것이 기본이다. 글을 잘 쓰려면 무엇보다도 잘못 쓴 글을 알아보는 감각을 길러야 한다.
  • 우리말 바로쓰기. 못난 글을 쓰지 않으려면 흉한 문장을 알아보는 감각과 면역력이 있어야 한다. 좋은 책을 많이 읽으면 못난 글과 나쁜 문장에 대한 면역력이 저절로 생긴다. 이러한 면역력을 갖게 하는 '백신'같은 책이 있다. 이오덕 선생의 '우리말 바로쓰기'이다. 이 책은 우리말글에 들어와 문제를 일으키는 중국글자말, 일본말, 서양말을 낱낱이 짚어주고, 물리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 중국 글자말 오남용. 우리말에는 한자 단어가 많아서 어느 정도 쓰지 않을 도리는 없다. 하지만 한자말을 써야 유식하고 품위있는 사람으로 보인다는 착각에 남용하면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한자말을 모두 우리 토박이 말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다.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다. 언어에는 옳고 그름을 가리는 철칙이 있는 게 아니다. 많은 사람이 즐겨쓰면 그것이 표준이 된다. 말과 글은 자기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수단이다. 이 목적을 잘 이룰 수 있도록 쓴 글이 훌륭한 글이다.
  • 일본말과 서양말 오염을 피하려면 일본말 토씨와 피동형 문장을 조심해야 한다. 일본말처럼 토씨를 쓰면 글이 늘어지고 운율이 죽으며 문장의 힘이 빠진다. 읽기도 나쁘고 듣기도 좋지않다. 우리말엔 드문 피동형 문장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피동문을 써야 명확하게 뜻을 전달할 때에만 써야 하는데 타동사도 아닌 자동사까지 억지로 피동형으로 만들어 쓴 문장은 우리말이라 할 수 없다. 잘못 가져다 쓴 중국 글자말과 일본말, 서양말은 글을 어렵게 만들고 뜻을 흐리게 한다.
  • 글은 단문이 좋다. 문장 하나에 뜻을 하나만 담으면 저절로 단문이 된다. 복문은 무엇인가 강조할고 싶을 때, 단문으로는 뜻을 명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울 때 쓰는 게 좋다. 단문이 복문보다 훌륭하거나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뜻을 분명하게 전하는데 편리하기 때문이다.
  • 단문 쓰기만큼 중요한 것이 어휘 선택이다. 어휘가 풍부하다는 것은 단순히 단어를 많이 아는 것과 다르다. 단어의 어울림, 단어의 궁합을 알아야 한다. '거시기 화법' 처럼 뜻이 두루뭉수리 불분명해서 아무 곳에나 넣어도 되는 단어를 쓰지 말아야 한다. 그런 단어를 자꾸 쓰면 어휘 구사 능력이 퇴화한다. 

7. 아날로그 방식 글쓰기

  • 글을 쓰려면 근육을 만들어야 한다. 글쓰기 근육을 만들려면 아날로그 방식으로 훈련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든 글을 쓸 수 있다면 무조건 쓰는게 답이다. 생각은 자유롭고 상념은 스쳐간다. 적어두지 않으면 금방 사라진다. 수첩을 들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수첩에 글을 써보자. 보이는 것에서 시작해서 귀로 듣는 것을 거쳐 마음으로 느끼고 머리로 생각하는 것을 적으면 된다. 시간 날 때마다 수첩에 메모하듯 글을 쓰면 티끌모아 태산이 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글은 길게 쓰는 것보다 '짧게 잘 쓰기가 어렵다'. 같은 내용을 짧은 분량으로 줄이려면 압축하고 군더더기를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해진 원고지 분량 안에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제대로 표현하려는 노력을 반복하면 할 수 있다.
  • 가장 중요한 압축기술은 두 가지다. 첫째, 문장을 되도록 짧고 간단하게 쓴다. 둘째, 군더더기를 없앤다. 글을 압축하려면 단문을 기본으로 하고 특별한 경우에 복문을 쓴다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문장 속에 군더더기는 접속사, 관형사와 부사 그리고 여러 단어로 이루어져 있는 관형사 혹은 부사 역할을 하는 문장 요소이다.
  • 글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수단이다. 실용적인 면에서든 윤리적인 면에서든, 읽는 사람에게 고통과 좌절감을 주는 글은 훌륭한 소통 수단이 될 수 없다. 타인에게 텍스트를 내놓을 때는 텍스트 자체만 읽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게 글 쓰는 사람이 지녀야 할 마땅한 자세라고 한다.그런 자세를 유지하려면 지식과 전문성을 내보이려는 욕망을 버려야 한다.

8. 글쓰기는 축복이다.

  • 글쓰기는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행위다. 표현할 내면이 거칠고 황폐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글을 써서 인정받고 존중받고 존경받고 싶다면 그에 어울리는 내면을 가져야 한다. 그런 내면을 가지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 글은 '손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요, '머리로 쓰는 것'도 아니다. 글은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쓰는 것이다. 
  • 글은 살 수 있지만 글 쓰는 능력은 살 수 없다. 재미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글을 써야 할 때, 사람들은 편법과 반칙을 쓴다. 돈으로 급한 불을 끄는 것이다. 글로 타인과 대화하고 소통하며 교감하려면 스스로 글쓰는 능력을 키우는게 바른 길이다.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문명이 선사한 축복이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한껏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이 축복과 특권이 좌절감과 열등감이 원인이 된다면 그만큼 불행한 일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시대의 축복을 받아들이고 특권을 즐겨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글쓰기 훈련이 덜 고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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