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日新又日新/94. 독서편력

파울로 코엘류의 연금술사를 읽으며 산티아고 순례길을 꿈꾸어 본다

학이시습지야 2020. 4. 23.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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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을 읽다 보면 일상의 리듬이 잠시 흔들린다. 조정래 대하소설 아리랑을 잡은 뒤로 한20여 일간은 그 소설에 푹 빠져 살았다. 업무에 집중하여야 할 낮시간을 빼고 밤이 이슥하도록 그야말로 소설에 매달렸다. 처음에는 한 권을 읽는데 이틀이나 걸렸다. 소설 중반을 지나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마지막 3권은에 이르자 하루 저녁에 한 권씩 넘길 정도로 소설에 몰입하게 되었다. 밤을 거의 지새우다시피 시간을 쏟았다.

아리랑을 읽느라 기력도 일부 소진된 느낌이다. 다시 일상의 리듬을 되찾으면서 단편이고 비교적 짧은 소설 한 권을 선택하였다. 구매해서 읽지 않고 오랫동안 책장에 묵혀 두었던 책한 권을 꺼내 들었다.

 

파울로 코엘류가 1987년 발표한 연금술사

 

소설 표지에 소설 내용을 함축하여 놓은 걸 먼저 읽어보았다.

연금술이란 무엇일까? 단지 철이나 납을 금으로 바꾸는 신비로운 작업을 가리키는 걸까? 이 작품은 아니라고 한다. 진정한 연금술은 만물과 통하는 우주의 언어를 꿰뚫어 궁극의 하나에 이르는 길이며, 마침내 각자의 참된 운명, 자아의 신화를 사는 것이다. 마음은 늘 우리에게 말한다. “자아의 신화를 살라.

 

평범한 양치기 산티아고는 마음의 속삭임에 귀를 열고 자신의 보물을 찾으러 길을 떠난다. 보물을 찾기까지 그의 험난한 여정은 고로에서 진행되는 실제 연금술의 과정과 닮아있어 신비와 감동을 더한다. 그렇게, 그는 지난한 여정을 통해 만물과 대화하는 하나의 언어를 이해하며 마침내 영혼의 연금술사가 된다. 그러나 사실은 꿈을 찾아가는 매 순간이 만물의 언어와 만나는 순금의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그 점에서 산티아고가 도달한 연금술의 환희는 꿈을 잊지 않으려는 모든 이들의 것이기도 하다.”

 

신부를 꿈꾸던 산티아고는 더 넓은 세상을 알고 싶어’돈이 없어도 두루 여행을 할 수 있는 양치기가 된다. 양떼들과 한 몸이 되어 안달루시아 평원을 다니며 양들에게 물과 먹이를 찾아주는데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양치기생활에 익숙해져 갈 무렵 꿈속에서 피라미드에 숨겨진 보물에 대한 유혹에 이끌린다. 연이어 두 번이나 같은 꿈속에서 피라미드 보물에 이끌린 산티아고는 꿈을 해몽해주는 집시 여인의 권유와 타리파에서 만난 늙은 살렘의 왕의 계시를 받고 양떼를 팔게 된다. 그토록 연모하던 타리파의 양털 가게 소녀를 포기하고 이집트로 보물을 찾으러 떠나기 위하여.

 

인생을 살맛 나게 해주는 건 꿈이 실현되리라 믿는 것이다

 

라는 굳은 믿음을 안고 이집트로 가기 위해 아프리카에 당도한다. 하지만 첫발을 내딛는 순간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사기꾼에 털리고 마는 고난이 시작된다. 하는 수 없이 다시 안달루시아로 돌아가 양떼를 살 돈을 벌기 위하여 크리스털 가게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의 노력과 열정으로 겨우 가게를 유지하던 크리스털 상점은 크게 번창하여 그 전보다 더 많은 양을 살 돈을 손에 쥔 청년은 결심한다.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챙겨 나온 청년의 마음은 기쁨보다 자신이 오랫동안 꾸어 왔던 그 꿈이 여기서 일하는 동안 조금씩 소중함을 잃어버렸다고 망설이는 사이 살렘의 왕이 해준 말을 되새기게 된다.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 내는 것이야 말로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부과된 유일한 의무이지. 세상 만물은 모두 한 가지라네.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다시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이집트로 떠나기로 결심한 산티아고는 사막 횡단을 도와줄 대상이 있는 창고로 간다.

그곳에서 청년은 구리를 금으로 만드는 연금술을 배우는 영국인 화학자를 만난다. 사막의 오아시스가 있는 파이윰에 연금술사가 살고 있고, 그에게서 연금술을 배우겠다는 영국인 동행하며 기나긴 사막 횡단 길에 나서게 된다. 사막을 여행하는 동안 대상 무리는 부족 간의 크고 작은 전투를 피해 파이윰에 당도한다. 오아시스를 거닐던 청년은 파티마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만다. 청년은 피라미드에 묻혀있는 보물을 포기하고 파티마에게 함께 결혼하여 안달루시아로 돌아가자고 말한다. 파티마는 청년을 설득한다. 당신의 꿈을 위해 따나라고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사막의 모래언덕은 바람에 따라 변하지만, 사막은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랍니다. 우리의 사랑도 사막과 같을 거예요.”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일 뿐, 사랑에 이유는 없어요.”

 

산티아고는 하는 수없이 파티마에게 보물을 찾아서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약속을 한다. 그리고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사막 한가운데 서서 사막과 대화를 나눈다. 안달루시아를 떠나면서 시작된 겪어온 고난과 고난을 이겨내면서 만나게 된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자아의 신화에 대해 자연과 대화를 나눈다. 그러다 우연히 오아시스에 군대가 쳐들어올 거라는 계시를 얻게 된다.그 계시를 준 사람이 바로 영국인이 그토록 찾고 있는 연금술사였다. 청년이 찾아올 것을 알고 있는 연금술사는 청년에게 보물이 있는 피라미드까지 안내해주겠다고 한다. 출발하기 전날 연금술사는 알라의 율법으로 금지된 포도주를 청년에게 권한다. 연금술사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악이 아니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악일세. , 마시고 이 순간을 즐기게. 그대의 마음이 있는 곳에 그대의 보물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게.”

 

연금술사와 함께 산티아고는 보물을 찾으러 이집트로 여행을 다시 이어나간다. 단지 모래언덕이 연이어 밀려오는 파도와 같이 끝없이 펼쳐진 사막을 두 사람은 침묵의 공간을 만들어 나간다. 파티마와 헤어지는 후회를 할 때마다 연금술사는 청년에게 타일렀다.

 

 

"그대 뒤에 두고 온 것들은 생각지 말게. 모든 것은 만물의 정기 속에 새겨져 영원히 거기 머물테니." "사람들은 떠나는 것보다 돌아오는 것을 더 많이 꿈꿉니다"

 

산티아고는 함께 가는 동안 연금술사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어서 기뻐하였으나 연금술사는 좀처럼 가르침은 주지 않고 항상 두 걸음 뒤에서 좇아오기만 한다. 가끔씩 알듯 모를듯함 화법으로 가르침을 주는 게 전부였다. 청년은 때때로 보물을 발견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마음이 그를 잡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럴 때면 사막에 두고 온 파티마를 향한 그리움마저 사무쳐 후회스러운 마음에 혼란해하기도 한다. 청년이 "내 마음은 고통받을까 두려워하고 있어요" 하고 말하자 연금술사는

 

"고통 그 자체보다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더 나쁜 거라고 그대의 마음에게 일러주게. 어떠한 마음도 자신의 꿈을 찾아 나설 때는 결코 고통스러워하지 않는 것은, 꿈을 찾아가는 매 순간이란 신과 영겁의 세월을 만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라고 말일세." 

 

마음의 평안을 얻은 청년은 자연의 정기가 속삭이는 언어를 알아듣기 시작한다. 산티아고의 마음이 만물의 정기로 되돌아왔음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꿈이 향해가는 청년은 이제 바람이 하는 건네는 말과 사막이 나직이 속삭이는 언어까지 알아차리고 있다. 자연의 정기와 합일이 되고 나서부터 산티아고는 피라미드가 있는 방향으로 자신을 이끄는 표지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산티아고에게 연금술사는 다시 가르침을 더한다.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도전은 언제나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되고, 반드시 '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 것이다" 가르침에 청년은 자기 고향의 오랜 속담을 하나 떠올렸다. "가장 어두운 시간은 바로 해뜨기 직전이다"

 

사막에는 여전히 부족 간의 전투가 이어지고 두 사람의 군인들에게 붙들리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여정을 이어나갔다. 결국 두 사람은 군인들에게 붙들려 그들의 막사로 끌려갔다. 부대장은 오아시스에 머물러 있었던 사실이 물어 첩자로 단정하였다. 부대장의 심문에 연금술사는 자신은 사막에서 별자리나 헤아리는 사람일 뿐이고, 청년은 연금술사라고 실토하였다. 청년이 자연과 세상을 주제 할 수 있어하려고만 한다면 바람의 힘만으로도 부대 진지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연금술사는 산티아고 능력을 소개하였다. 이어서 청년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하여 3일간 말미를 주면 청년이 바람으로 변할 것이라고 한다. 부대장은 두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3일간의 말미를 주고 마법의 신비를 보겠다고 약속한다.

 

3일째 되는 날 마법의 신비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커다란 고민을 안은 채 청년은 사막으로 나갔다. 먼저 사막에게 요청한다. 사랑하는 파티마에게 돌아갈 수 있게 자신을 바람으로 변하게 해달라고 한다. 사막은 도움을 줄 수없다며 바람에게 청할 것을 권한다. 청년은 바람에게 자신을 바람을 변하게 하여 사랑하는 파티마에게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청하면서 바람의 자존심을 자극한다. 결국 자신의 능력에 회의를 느낀 바람은 커다란 모래 폭풍을 일으켜 부대에 크나큰 피해를 입히고 청년도 있던 자리에서 벗어나는 마법을 부대장에게 보여준다.

 

 

"무엇을 하는가는 중요치 않네. 이 땅 위의 모든 이들은 늘 세상의 역사에서 저마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니. 다만 대개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지"

 

부대에서 풀려난 두 사람은 남은 여정을 이어갔다.

피라미드에 다다를 무렵 연금술사는 산티아고에게 이 얘기를 해주며  헤어지기로 한다. 수도승 집에서 동행하는 마지막 밤을 지내며 연금술사는 청년에게 연금술의 마법을 시현하여 얻은 금을 나누어준다. 헤어지면서 연금술사는 청년에게 로마 티베리우스 황제 시절 어느 착한 사람의 두 아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두 아들 중에서 장교였던 둘째 아들이 하인에게 베풀어준 희생과 사랑이야기로 헤어짐을 대신하였다. 병에 걸려 죽어가는 하인의 병을 고쳐주고자 명의인 랍비를 찾아 먼길을 나선다. 둘째 아들을 맞이한 랍비는 하인을 향한 그의 사랑과 희생을 감복하여 바라보고 있는데, 아들이 랍비를 향해 이렇게 기도한다.    

 

"주여, 주께서 제 집에 들어오시는 영광이 제게는 과분할 따름입니다. 부디 한 말씀만 해주시옵소서... 그리하면 제 하인이 나으리이다"

 

혼자가 된 산티아고는 자신의 마음이 속삭이는 얘기에 귀를 기울이며 계속 사막을 달려갔다. 마음은 청년에게 여기까지 오면서 그동안 겪었던 사건들,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해주고 있었다 . 청년이 모래언덕을 오르려 할 때 그의 마음이 그에게 속삭이길,

 

"네가 울음을 터뜨리게 될 장소를 지나치지 마라.그 자리가 바로 내가 있는 곳이고 네 보물이 있는 곳이다."   

 

마침내 산티아고는 장엄한 피라미드를 마주하고 서있다. 달빛에 환히 빛나는 피라미드와 마주하자 그의 가슴은 억누를 수조차 없을 정도로 박차올라 그만 그자리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흐르는 눈물에 젖은 땅 위로 신의 상징으로 여겨지는(이집트에서) 풍뎅이가 지나가자 청년은 '아! 이것이 신의 계시이고, 보물이 있다는 표지이다'라며 젖은 땅을 파기 시작한다. 한참동안 구덩이를 파던 청년에게 병사가 다가와 몸수색을 한자. 연금술사가 헤어지면서 쥐어준 금을 보자 구덩이에 금이 있을거라 믿고 청년을 제치고 구덩이를 파기 시작한다. 하지만 끝내 금이 나오지 않자 화풀이하듯 청년을 두들겨팬다. 두들겨 맞고있던 청년의 생각에 죽음의 그림자마져 어른거린다. 그때 연금술사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

 

"목숨을 잃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돈으로 죽음을 미룰 수 있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아"

 

산티아고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친다. "난 보물을 찾고 있었어요!" 하며 그동안 보물을 찾아나서게 과정을 병사들에게 얘기해주자, 병사 중 우두머리가 청년이 가진 금은 이게 전부라며 그를 놓아주고 떠난다. 떠나면서 우두머리는 이년전에 여기에서 꿈을 꾼적이 있다고 했다. 스페인 어느 평원에 다 쓰러져가는 교회가 있고, 그 교회 성물 보관소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꿈을 두번이 꾸었다며 양치기 하던 산티아고가 꾼 꿈 때문에 사막을 건너 여기까지 온 행동을 비웃었다.

 

산티아고 몸을 일으켜 피라미드를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를 보낸다. 그는 이제 자신이 그토록 찾으려 고생한 보물이 어디에 있는지 온몸으로 느낀다. 마침내 산티아고는 양치기 시절 양떼와 함께 하루밤을 묵으면서 보물을 찾는 꿈을 꾸었던 그 교회에 당도하여 보물을 찾게된다. 보물을 얻은 산티아고는 아프리카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마주서서 파티마에게 달려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작년 가을 유튜브를 통해 스페인 산티아고 순레를 다녀온 분들의 경험담을 접하였다. 프랑스 생장에서 출발하는 코스는 대략 30여일을 걸어야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당도할 수 있다고 한다. 800여Km를 걸어가면서 자연과 교감도 하고 내면이 속삭이는 마음을 목소리를 듣고 또 스스로 대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그 순례길에 오른다고 한다.

 

물질이 가져다 주는 편리함에 익숙해져 많은 현대인들은 어린시절 자신이 진정으로 바랐던 꿈이 무엇이었는지를 잃어버리고 산다. 꿈을 좇는 대신 사회적 성공에 더 목매어 한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좀더 성공하고 싶어하고, 좀 더 많은 재산을 가지고 싶어한다. 그러는 한편으로 꿈을 잃어버린 공허함과 허망함이 내면에서 고개를 들기라도 할까봐 얼른 회피하고 만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진정되어 마음놓고 여행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아내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떠나려고 한다. 어린 시절 꿈을 다시 꺼내어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물질과 동화되어 '사막을 떠난' 내면의 마음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마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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