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日新又日新/94. 독서편력

[사기의 경영학] 초한쟁패에서 배우는 인재경영과 조직관리

학이시습지야 2020. 6. 24.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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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독서후기를 남기고자 할 때….

웬만해선 같은 책을 두 번 읽지 않는다. 물론 학습용 참고서나 교과서는 예외. 한 번 주-욱 읽고 나서
'아! 나도 이 책을 읽었구나' 하고 덮어버리는 말았던 독서습관. 그러니 읽고 난 뒤 책이 내게 주고자 하는 유의미한 어느 것도 가져보질 못한 거 같다.

블로그에 독서 후기를 남기겠다는 결심을 하고나서 책을 잡게되니 이전과 다른 태도가 자연스레 나온다. 빨리 읽겠다는 마음보다는 글과 글 사이에 숨어있는 행간을 자꾸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자연스레 수반된다.
자연스레 밑줄이 그어지고, 포스트-잇에 메모를 하여 읽어나가다가 앞부분과 연결이 필요할 때 찾아보기도 한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인터넷에 자문(?)을 얻어 글이 내포한 의미를 제대로 찾아가는 노력도 아끼지 않게 된다.

블로그에 독서후기를 남기겠다는 결심. 올해 내가 새로 수확한 선순환 버릇이다.

리더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사기에 담겨있다.

김영수박사는 국내 최고의 “사기” 전문가로 통한다. ‘사기’는 사마천이 2000년 전에 기전체 형식을 빌어 저술한 중국역사서다.
사마천은 친분도 없는 장수의 전투 실패를 변호하다 황제의 미움을 사 사형에 처해질 위기에 처한다. 그는 이미 시작한 ‘사기’ 저술을 멈출 수 없어 사형보다 더 치욕적인 궁형을 자청한다. 결국 남성을 거세당한 채 감옥에서 그리고 풀려나서도 쉬지 않고 저술에 매진한 결과, 불후의 역작 ‘사기’를 완성하게 된다.

특히 중국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웠고, 가장 치열했던 약육강식의 춘추전국시대.. 그 춘추전국시대를 마감하고 중국 최초로 통일을 이룬 진시황. 반세기도 넘기지 못하고 혼란에 빠진 진나라를 대체하기 위해 한나라 유방과 한판 승부를 벌인 항우. 중국 역사 속에 등장하는 진시황, 유방, 항우 그리고 춘추전국시대 각 나라의 임금들이 보여준 리더의 모습을 통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리더가 갖추어야 할 교훈과 덕목들을 일깨워준다.

500년동안 이어진 춘추전국시대는 권위를 상실한 주나라를 대신해 패권을 잡으려는 제후국의 리더들이 등장하고 사라진다. 그리고 그 제후국의 임금을 보필하며 변화무쌍한 책략들을 제시하여 자웅을 겨루는 책사들도 함께 등장하고 사라진다.
김영수박사는 ‘사기’를 통해 회사를 경영하는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다음 네가지 줄기로 분류하였다.

1. 경영전략 : 전력없는 전쟁은 필패다
2. 인재경영 : 사람이 모든 것이다
3. 리더십 : 리더십이 기업의 흥망을 결정한다.
4. 조직관리 : 조직관리 없이 천하제패는 없다.

초한쟁패에서 초패왕 항우가 실패한 이유

‘사기’는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 CEO들의 추천필독서에 늘 포함되어 왔다고 한다. 경영자에겐 회사를 경영하면서 다양한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고, 그 순간순간마다 최상의 선택을 강요 받는다. ‘사기’는 리더에게 실증적인 사례를 통해 경영자에게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지혜의 실타래가 될 수 있다.

김영수교수는 경영전략, 인재경영, 리더십, 조직관리를 관통하는 실증적 사례를 ‘사기’에서 찾았고, 그 중에서 유방과 항우이 보여준 인재관, 리더십 그리고 조직관리에서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정리하였다.

먼저 군사 전력면에서 유방과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우월한 군사력과 리더 스스로 용맹함까지 갖춘 항우가 초한쟁패에서 패하게 될 수 밖에 없었는지 알아보자
사마천은 ‘사기’에서 항우의 실패를 다음과 같이 실랄하게 비판한다.

“항우는 자기 공만 자랑하고, 자신의 사사로운 지혜만 믿으며 과거를 거울삼아 배우려 하지 않는다. 패왕의 공업을 앞세워 무력으로 천하를 정복하고 무력으로 다스리려다가 5년만에 나라를 망치고, 몸은 동성에서 죽으면서도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끝내 깨닫지 못했으니 이것이 잘못이다.”

항우가 거느렸던 기라성 같은 당대의 인재는 왜 항우를 버렸을까?
항우는 거록에서 저물어가는 진나라 군대와 9번의 전투에서 크게 이겨 제후국을 호령하는 상장군이 되고 진나라 희왕을 형식적인 황제로 세워놓고 실권을 장악한 초패왕이 된다. 이때까지만 해도 항우 휘하에는 기라성 같은 당대의 인재가 각 요소에 포진해 항우를 보필하게 된다. 이들은 나중에 유방에게 충성을 다한 장량, 한신, 진평 그리고 경포가 바로 그들이다.

장량은 우리에게 친숙한 장가계와 관련된 노회한 전략을 다루는 책사다. 그는 가산을 털어 진시황 암살을 기도할 정도로 정치적 야망을 가진 인물이다. 다만 그는 포악한 리더를 증오했다. 항우의 포악함에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고 유방에게로 간다.

한신은 항우 밑에서 전차와 말을 관리하는 직위에 있으면서 여러 차례 군사적 계책을 항우에게 올리지만 그때마다 퇴짜를 맞는다. 그도 역시 항우에 대한 미련을 접고 유방에게로 간다.

진평은 기발한 모략으로 유방을 위기에세 여러 번 구출한 모략가이다. 진평은 항우 휘하에서 큰공을 세워 지방 수령에 임명되지만 관할하던 지역이 유방에게 빼앗기자 항우의 분노와 처벌에 직면하자 유방의 품으로 달아난 인물이다.

끝까지 항우의 곁을 지킨 충신중의 충신도 있었다. 바로 범증이다. 그는 항우에게 유방을 제거하지 않으면 후일 크게 당할 것이라 진언하지만 항우는 이를 묵살하였다. 결국 범증은 유방에게로 간 진평의 모사로 죽고 말아 항우 곁에는 이렇다 할 인재가 한명도 남지 않게 된다.

결국 항우는 군사전력과 이를 운용할 기라성 같은 인재들에게 에워싸여 있었지만 마지막엔 애첩인 우희 하나만 남고 모두 떠나고 만다.

신뢰가 먼저냐 활용도가 먼저냐를 고민할 게 아니라 경우에 따라 이를 유연하게 운영하는 리더의 능력이 필요하다. 항우는 훌륭한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고 제대로 활용할 줄도 몰랐다. 또한 믿음직스럽지 못한 인재일지라도 활용을 통해 상호간에 신뢰를 구축하여 힘의 극대화를 이끌어 낼 능력도 모자랐다고 사마천은 비판한다.

건달에서 황제가 된 유방의 용인술 나보다 나은 인재를 기용하라

유방은 농민의 가정에서 태어나 농사일은 팽개치고 시정잡배들과 어울려 술과 여자를 탐하던 건달이었다. 얼떨결에 지방에서 들고 일어난 봉기군의 수령으로 추대된 지 불과 7년만에 항우를 물리치고 한나라를 세운 황제로 등극한다. 7년중 5년은 항우와 천하를 놓고 패권을 다툰 초한쟁패기간이었다.

당초 2:8의 절대적인 군사적인 전력 열세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항우를 물리치는 역전승을 거둔 유방은 지난 2천년동안 수많은 리더에게는 연구대상이었다. 대장정을 통해 중국 공산당혁명을 성공시킨 모택동은 장개석에게 끝없이 쫒기면서도 ‘사기’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한다. 유방과 항우의 초한쟁패는 시공을 초월해 결국 2천년 후 모택동과 장개석을 통해 재연되었다. 항우처럼 절대적인 전력 우위에도 불구하고 장개석은 대만으로 패퇴하고 말았다.

황제가 된 뒤 유방이 신하에게 천하를 얻게 된 이유를 묻자 신하가 이렇게 대답한다.

“폐하(유방)은 오만해서 남을 업신여기고, 항우는 인자해 남을 사랑할 줄 안다. 하지만 폐하는 사람을 보내 성을 공략하고 나면 점령한 곳은 그들에게 나누어줌으로써 천하와 더불어 이익을 함께 나눌 줄 안다. 반면 항우는 어질고 재능있는 사람을 시기해 공을 세운 자를 미워하고, 현자를 의심하며, 전투에 승리하고도 그 사람에게 공을 돌리지 않고, 땅을 얻고도 그 이익을 나누지 않는다. 이것이 항우가 천하를 잃은 까닭이다.”

이 말을 들은 유방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라며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
“군영에서 계략을 짜내 천리 밖에서 승리를 결정짓는 일이야 내가 장량만 못하고, 나라를 안정시키고 백성을 달래며 군영의 운송로가 끊어지지 않게 하는 일이야 내가 소하만 못하고, 백만 대군을 이끌고 나가 싸워 반드시 승리하고, 공격하면 반드시 점령하는 일에서 내가 한신보다 나을 수 없다.
이 걸출한 세사람의 인재를 바로 내가 기용했기 때문에 천하를 얻은 것이요, 항우는 범증 한사람이 있었으나 그마저 끝까지 믿지 못하여 나에게 잡힌 것이다”

돌아가신 고 노무현대통령은 항상 “사람이 먼저다” 라고 하셨다. 제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와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전략이 갖추어져 있어도 이를 시의적절하게 운용하고 최적의 판단을 제공하는 인재가 우선한다는 교훈을 준다.
결국 조직은 사람이 움직이고, 리더는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성공의 열쇠가 있음을 항우와 유방에서 실증적으로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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