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8년 만에 다시 찾은 뉴욕
처음 뉴욕 맨하탄을 찾은 때가 2006년 6월이었다. 아들녀석이 시카고 인근 Rock Valley에 있는 고등학교에 국제교환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유학온 지 2년째 되던 해이면서 둘째인 딸아이가 오빠 뒤를 따라 뉴욕주 Warwick으로 온 지 1년이 갓 넘긴 해였다. 아들은 때마침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였는데, 미국에서 예정된 회사 주관 Leadership Training이 아들 고등학교 졸업식 날짜하고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행운을 얻어 당초 계획에 없었던 아들의 고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하는 기막힌 기회를 얻었다. 시카고에서 아들 고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하고나서 함께 뉴욕으로 건너와 딸아이와 일년만에 재회하였다.
그리고 다시 2년이 흘러 이번에는 딸아이 고등학교 졸업식을 맞아 아내와 함께 다니던 직장에 휴가를 얻어 일가족 여행으로 맨하탄 - 나이아가라폭포 - 그랜드캐년 - 라스베이가스를 돌아보는 여행을 가졌다. 그로부터 다시 8년이 흘러 이번에 아들 덕분에 다시 뉴욕을 찾게 된 것이다.
직장에 출근한 아들을 빼고 오늘은 온전히 아내와 단둘이 맨하탄을 마치 뉴요커인 양 여유롭게 다녀볼 요량이었는데, 샌프란시스코와 날씨가 확연히 다르다. 찌푸렸던 하늘도 맑게 개인 반면 낮에 기온이 30도에 육박할 정도로 덥다. 나갈 채비를 하고 아점으로 한인식당에서 순두부와 된장찌게를 먹고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당초 계획표 상에는 Relax at Central Park - Top of the Rockfeller building - Night of Time SQ 였는데 약간 수정하여 Time SQ - Visitor Center - Metropoitan Museum of Art - Top of the Rock 으로 하였다.
2. 감이 많이 떨어진 여행 스킬
우리가 묵고 있는 뉴저지 펄팍( Palisades Park)에서 맨하탄으로 가는 방법은 166버스를 타고 링컨해저터널을 거쳐 가면 된다. 아들이 버스 시각표까지 문자로 보내주면서 Express를 타라고 조언까지 덧붙였다. 식사를 마치고 정류장에서 얼마기다리지 않아 버스가 왔다. 아들이 준 시각표에 Express 가 오는 시각과 일치하여 올라탔는데, Express치고는 시간이 꽤 걸렸다. 50여분이 지나 Time SQ에서 가까운 맨하탄 종합버스터미널 Port Authority 에 당도하였다. 나중에 아들이 알려준 추가정보. 버스 시간이 그다지 정확하지 않고, Express는 버스 전면에 있는 노선번호에 Express라고 쓰여있는 걸 타야 한단다. 알려준 정보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것이 나의 불찰.
터미널을 빠져나와 폰으로 지도를 검색하여 Time QS로 걸어갔다. 뉴욕의 심장처럼 건물 몸통을 마치 띠를 두르고 연신 혈액을 퍼 날라주는 대동맥처럼 역동적인 광고판으로 꽈 채워져 있는 Time SQ 주변은 공사용 시설과 차단막과 그 사이를 흐르는 사람의 물결로 백주대낮을 달구고 있었다. 아내는 강하게 내리쬐는 태양열에 벌써 지쳐버린 모습이다. Time SQ에 있는 Visitor Center를 찾는데 도저히 인파와 공사자재가 눈높이에 있어야 할 Center 간판을 찾는데 방해만 되었다. 여러차례 폰으로 위치를 조회하였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 포기하였다. 맨하탄 지도와 여행 정보를 얻고자 했던 목적을 접고 지하철 입구를 찾았다.
그런데 이번엔 지도에서 검색한 지하철 입구가 좀처럼 나타나질 않는다. 아! 내가 이렇게까지 지리적 여행 감각이 덜어졌나 싶을 정도로 해매었다. 나중에 알았다. 내가 그토록 해맨 이유를 내가 서울에 있는 지하철 출구를 연상하고 그와 유사한 시설물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뉴욕에 지하철 입구는 지나가는 도로에 눈에 잘 뜨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계단으로 되어 있었다. 정말 여행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심지어 티켓을 구매하는데도 한참동안 매표기와 실랑이하였고, 지하철 행선지도 두번이나 실수하여 갈아타기도 하였다.
3. Saint Patrick 대성당에서 아내는 활기를 되찾았다.
저녁 일몰 즈음에 Rockfeller 빌딩 옥상, 즉 Top of the Rock에 올라려면 표를 사는데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조언에 따라 표를 미리 사두기로 하였다. 지하 매표소에 가서 일몰 시간에 맞춰 표를 달라고 하니 19:05 입장티켓을 주었다. Rockfeller 빌딩 남쪽 출구로 나오니 눈 앞에 웅장한 고딕양식의 성당이 우리를 막고 서있다.
Saint Patrick 대성당이다. 1906년 지어진 고딕 양식으로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성당이다. 한낮의 더위에 다소 지친 모습을 보이던 아내가 성당을 보고는 콜롬부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갑자기 생기를 되찾았다. 조심스레 사람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들과 유럽 여행을 갔을때 밀라노 두오모성당같은 내부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와 출입구 위에 길게 부설되어 있는 파이프 오르간 그리고 천장을 떠받치고 있는 육중한 기둥이 아주 흡사해 보였다. 마침 일반 관광객을 대상으로 미사가 집전되고 있었다. 자연스레 아내는 미사에 빠져들었고 다소곳이 숙인 고개너머로 아이들의 건강과 소망하는 뜻을 이루질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갈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미사가 끝나고 아내와 함께 성당내부 관람코스를 따라 돌아보았다.
4. Metropolitan Museum of Art
여러번의 보이지 않는 실수(아내가 눈치채지 못한)를 반복한 끝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통상 Met이라고 부르고 있었다)에 도착하였다. 런던의 대영박물관과 파리의 루브르박물관 어깨를 견줄 정도로 약 330만점을 소장하고 있다는 Met은 입장료를 지불하는 방법이 두 박물관과 다르다. 'Recommended' Adult 가 $25이었지만 데스크에 Donation이라고 하면 얼마를 할 것인지 묻는다. 나는 미국에서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2 지폐를 두장 내고 입장권을 받았다. 창구에 있는 친구도 웃으면서 Good Luck!하며 티켓을 건넸다.
아내와 나는 사실 미술에 조예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작품을 감상할 줄 아는 안목도 솔직히 없다. 하지만 국가가 정한 소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동안 미술시간을 통해 서양의 유명한 작가의 그림과 조각에 반복적인 접촉을 통해 낯이 익은 작품들 앞에서는 그나마 발길을 멈출 수 있었다. 이집트에서 가져온 유물을 둘러보고 우리는 2층에 있는 인상파화가들의 작품이 걸여있는 공간으로 올라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10시 경에 아점을 먹고 때양볕을 걸어선지 벌써 출출해오기 시작하였다. 얼른 둘러보고 저녁 요기를 하러 가기로 하였다.
고호, 고갱, 세잔느, 마네, 모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2층으로 올라오니 눈에 익은 작품들이 참 많았다. 빛의 마술사라는 모네의 작품들과 강렬한 색채를 자랑하는 고흐의 작품들 앞에서는 잠시 시간을 멈추고 서기도 하였다. 회화작품관을 나와 조각들이 서있는 공간으로 나왔다. 나와서 눈을 위로 잡아끄는 작품이 올려져 있었다. 바로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보였고 바닥에는 '칼레의 시민상'이 역광을 받고 서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반나절을 투자한다는 Met를 약 두시간 정도 투자하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Met 5층 옥상은 꼭 올라가보라는 아들의 조언에 따라 올라와 보았는데, 너무 강렬하게 내리쬐는 땡볕이라 우리에겐 그닥 매력적이지 못하였다. 사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해가 중천예 있을 때는 카메라를 가방 속에 넣어버린다. 아무리 잘찍어 보려해도 색감이 살아나지 않고 뿌옅게 나온다. 여기 5층도 아침 나절이나 해질 무렵이 올라와 누리기에 적당한 시간대인거 같다. 더구나 기왕 올라온거 센트럴 파크와 고층빌딩의 조합을 배경으로 투샷을 남기려고 삼각대를 펼치려고 하니 득달같이 달려와서 안된다고 제지한다. 실내에 전시되어있는 작품을 삼각대를 받쳐놓고 찍어가지 못하게 하는 건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이건 좀 너무하다 싶었다. 우리는 지체없이 인증샷만 찍고 내려왔다. 배가 무척 고프기도 하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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