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18일(금) 날씨 그냥 맑다.
공항가는 길....
새벽부터 신나는(?) 부산을 떨어야 했다. 아마 새벽 일찍부터 일어나 일하러 가라하면 못내 몸이 천근만근일터인데 가뿐한 몸을 일으켜 콧노래라도 부를 양 몸단장을 하고 집을 나섰다. 공항까지 가려면 필히 출근시간 정체를 피해야 하는 부담도 흔쾌히 인정하자니 마음이 더 바쁘다. 호형호제하는 이웃사촌 네 커플과 함께 가까운 중국 위해로 여행을 떠난다.
월례행사로 스크린 골프를 즐기던 중 바깥세상으로 한번 나가서 운동을 하자고 의기투합. 물론 명분으로 곧 60갑자를 맞이하는 큰형님을 축하하는 이벤트 삼아서다. 아직까지도 활발하게 현역생활을 하는 멤버들이기에 재정적인 여유가 어느정도 담보되니 얘기가 나오자 신속하게 결정되었다.
국내? 해외?
그린피에 맘먹는 캐디피+카트비+그늘집 폭리를 피해 해외로 결정되고 나니 지역이 문제. 어차피 2박3일 빡세게 공만 치고 와야 하니 출발-도착 하는 날에도 공을 칠 수 있는 지역이어야 했다. 후보지는 중국 산동반도와 일본 큐슈다. 아내와 난 회사 여름 휴가에 큐슈를 다녀올 예정이라 출도착 당일 골프를 할 수 있는 중국 위해로 최종 낙점. 다음은 여행사를 선택해야 했다. 두 군데 여행사를 놓고 며칠동안 가격 협상을 한 뒤 최종적으로 가성비(Cost Efficiency)가 가장 좋은 곳으로 결정했다.
우리가 선정한 여행사는 중국 현지교민이 운영하는 곳으로 골프비용 + 숙박 + 차량에 소요되는 비용만 지불하고 나머지는 우리 스스로 해결하여야 하는 '퓨전여행' 스타일이다. 즉, 항공권, 비자, 여행자보험, 식사비용을 모두 우리가 결정하고 실행해야 하는 형식을 빌렸는데 결과적으로 가성비 Good이었다. 일반 여행상품의 경우 다른 일행들과 뒤섞여 우르르 몰려 다니면서 '가이드 및 기사팁'에 여타 불포함 비용까지 현지에서 지불하다 보면 꼭 그늘집에서 덤태기 쓰는 기분이 따라붙게 된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우리 네 커플만 단독으로 공도 치고 밥도 먹고 술잔도 부딪치는 여유와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 더불어 여행사가 지정하는 싸구려 골프장에서 공까지 잃어버려 기분까지 꿀꿀해지는 허접한 경우마져 피할 수 있었으니 同價紅裳!
날씨마져 우리를 반겨주네 - 好當家(Haodangjia)CC에서 첫 라운딩!
인천공항에서 제주도 가는 축에 속할 만큼 가까운 산동반도 끄트머리 위해에 우리는 내렸다. 비자팔아 나라 곳간을 채우려는 지 비자값 인플레이션이 환율만큼 가파르게 오른다. 한사람당 4만원짜리 별지비자에 적혀있는 순서대로 입국심사를 마치고 이름표를 들고 있는 기사와 조우하여 골프장으로 이동했다. 말도 통하지 않는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칭따오맥주와 함께 점심을 먹고 본격적으로 운동할 채비로 카트를 찾았다.
골프는 내기를 하던지 벌금을 정하고 쳐야 그나마 긴장과 구찌겐세이로 웃음이 살아난다. 벌칙부터 정했다. OECD에 가입한 나라답게 벙커, 해저드, OB는 만원, 멀리건(Mulligan씨가 만들어준 귀중한 기회)은 3만원으로 하고 내기는 제거했다. 오후시간이라 후덥지근한 날씨지만 가끔씩 바다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기운을 느끼는 사이 아쉬운 라운딩이 마무리되었다.
역시 중국은 푸짐해서 좋아~~
클럽하우스에서 샤워를 해야는데 바로 호텔로 직행했다. 탈의실에서 언뜻 본 샤워장이 한국에 여늬 골프장에 비해 너무 초라해서인지 우리 사모님들은 열악한 시설에서 땀이 범벅이 되었는데도 씻고픈 마음이 싹 사라졌나 보다. 역시 한국만한 시설이 없다. 하긴 우리도 미국에서 공칠 때도 샤워장엔 가질 않고 호텔로 와서 닦질 않았나? 호텔로 가던 중 길가 좌판에서 파는 복숭아와 사과를 아주 저렴한 가격에 사, 차안에서 맛나게 먹으며 중국에서의 첫 라운딩을 복기하는 사이 어느덧 차는 호텔 정문으로 들어서고 있다.
재빨리 땀을 닦아내고 여행사 대표가 추천한 한국식당 '늘봄가든'에서 저녁파티를 열었다. 늦은 저녁시간이지만 우리 네 커플은 흑돼지 오겹살, 버섯전골에다 칭따오맥주로 유쾌한 파티를 열고 너나 할 것없이 웃음꽃을 피웠다. 이번 여행에서 나중에 합류한 막내커플은 이 즐거운 파티에 42도짜리 '연분홍' 쭝꿔양주를 찬조하여 흥겨움을 더해주어 참으로 정겹고, 따습고, 행복한 하루를 마감케하여 주었다. 그리고 이 행복함을 사진으로 담아서 추억케하면서. 먹을 때는 부담없이 집어넣었지만 막상 계산서 앞에서 여행은 때로 팍팍해질 수 있는데 정말 마무리까지 상쾌하다. 8명이 푸짐하게 먹어대고도 10만원이라니, 지난 월초에 두커플이 회전초밥집에서 겨우 배를 채우고 낸 돈과 맘먹는 수준이니.....
2017년 8월 19일(토) 새벽부터 비가 많이 내린다.
ICBM을 장착하느라 늦으시나??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이 비록 위해라는 도시에 있지만 중소도시라서인지 영어가 전혀 통하질 않는다. 완전 몸개그가 통화수단이다. 그 정도 수준이라 조식도 기대하질 않았는데 역시나였다. 영 시덥잖은 조식부페를 하고 차에 올랐는데 한 팀이 내려올 기미가 안보인다. 평소 새벽잠이 거의 없어 새벽운동 매니아일 정도로 부지런한 커플인데 늦어진다. 힘을 빼야 공이 잘 맞는다고 넘치는 힘을(?) 소진시키느라 늦어지시나?? 다부진 체격을 가진 우리 지각커플은 늦게 입문했는도 테니스와 골프를 모두 섭렵한 진정한 스포츠맨파워. 그래서 닉네임도 소머즈커플. 제대로 맞으면 드라이버 비거리가 웨지 한클럽만큼 차이가 난다. 조만간 지각 커플이 진정한 강자가 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그래서인가? 해외전훈에서 진면목을 보여주려고 체력를 탕진(?)해 와이파이로 날아가던 샷을 정교한 ICBM으로 가다듬어 온그린에 날려주려고....
늦게 출발했지만 예약된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Stone Bay(石島, Shidao)GC은 원래 한국인 소유였다가 중국에 팔렸지만 시설과 서비스 인력이 한국에 여늬 골프장만큼 훌륭하다. 코스도 아리랑코스 18H과 석도코스 18H로 총 36H인 여기서 오늘 1.5R펼친다.
마누라 말만 잘 들으면 자다가도 숭늉을 얻어먹는다?
출발 전날에 확인한 날씨에도 간간이 비가 오는 것으로 예보를 확인했는데, 짐싸는 과정에서 아내 우비를 빼놨다. 어차피 비가 많이 내리면 골프가 취소될테고, 우비를 입고 치다보면 제대로 된 스윙도 안되니 차라리 비를 맞고 치는게 나을거라는 지극히 내 주관적인 판단에서 빼놓았다. 더우기 평소 골프백이 무거워 우산까지 빼놨으니 오늘같은 빗속에서 아내는 속수무책으로 비를 맞으며 라운딩을 하고 있다. 우리 앞에서 다른 동반자들과 라운딩을 하는데, 볼 스트라이킹이 생각처럼 되질 않는게 여러차례 포착된다. 와이파이는 인터넷검색시에만 터져야지 골프칠 때 팡팡 터지면 안되지 않나. 부질없는 내 고집이 하루종일 우리 마눌을 곤란하게 만들어서 내 기분도 개운치 않다.
비로 인해 늦게 시작한 라운딩에다 18H을 마치니 3시반이다. 얼른 허기를 때우고 9H을 더 돌아야 하기에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메뉴판을 독촉했다. 신라면밖에 안된단다. 엎친데 덮쳐버렸다. 원래는 부페식인데 지금 시간은 Break Time이라 라면밖에 없단다. 우중 골프에 늦은 점심으로 허기까지 엄습한 지경이다. 선택의 여지없이 신라면 급유를 마치고 다시 라운딩을 이어갔다. 비도 그쳐 그나마 라운딩을 이어갈 수 있었다.
골프 핸디하고 바퀴벌레는 때가 되면 반드시 올라온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버디를 4개나 잡았다, 이번 여행의 맏형 주상전하! 독보적인 플레이로 보기 플레이 스코아 카드를 작성하였다. 우리 일행보다 밥을 2천 그릇을 더 드신 양반이 독보적인 플레이를 펼치니 함께하는 우리는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절묘한 페이드 구질로 방향을 조준한 다음, 강력한 우드샷으로 온그린을 하는가 하면,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로 가볍게 홀 컵에다 캘러웨이를 넣어버리는 神功을 발휘한다. 이 형님 스크린을 칠 때 오비가 나면 항상 하는 말 '골프 핸디와 바퀴벌레는 때가 되면 반드시 올라온다'고 하더니만, 스크린에서 플레이할 때보다 필드에서 더 많은 버디를 잡아낸다. 이 형님 하는 말을 뒤집어야겠다. '스크린은 오락이고, 필드는 실전(實錢)이다.' 골프는 투자한 만큼만 돌려주는 정직한 운동이라고 SBS골프 해설가가 하는 말을 여기와서 비로소 깨닫는다.
어제 저녁은 육식을 한지라 오늘은 해산물 요리로 정했다. 예약한 '해물천지'에서 해산물특선 중짜 하나에 찜을 시켰다. 점심에 거지의 식단(?)을 받은지라 저녁은 황후의 밥상을 받아야는데, 너무 빈약하게 시키질 않았나 싶었는데, 종업원이 들고 나오는 해물특선 그릇 사이즈를 보고 우리 모두는 기겁을 했다. 온갖 해산물이 그득히 담긴 솥단지가 나온 줄 알았다. 건져먹는 국자가 거짓말 조금 보태 1미터는 족히 되어보인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푸짐한 만찬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2017년 8월 20일(일) 또 비가 내린다...
뚝배기보다 장맛!!
아침에 일어나보니 카페에서 공수한 커피가 놓여있다. 이번 여행에 추가로 합류한 젊은 피가 여행의 맛을 한층 맛깔나게 해준다. 첫날 라운딩을 시작하기 전에 공을 한 박스씩 선사하더니 라운딩은 물론 저녁 만찬에서까지 젊은 피의 세심한 배려와 줄기찬 희생 속에 우리들은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듬직한 체구와는 달리 무척 세심함의 소유자다. 캐디와 함께 러프로 들어간 선배들의 공을 찾는데 더 많은 열성(?)을 쏟다보니 정작 본인이 가지고 있는 실력을 마음껏 뽐내지도 못했건만 여전히 화이팅이 넘친다. 덕분에 여행을 리드하는 내내 나는 안일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맛깔스런 깨소금이 있어 우리들의 여행은 더없이 고소했다.
호텔 체크아웃하고 마지막 격전장인 BIP Hot Spring GC으로 향했다. 호텔에서 20분, 공항에서 20분거리로 라운딩하고 출국하기에 최적의 위치에 있는 골프장이다.
내년을 기약하면 아쉬운 여행의 마무리
여행은 때로 무척 피곤할 때가 있다. 인터넷도 없던 20여년 전에 회사 동료와 둘이서 큐슈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여행 도중에 서로 의견이 맞지않아 무척 고생한 적이 있었다. 회사 동료이다 보니 서로 얼굴을 붉히고 돌아가면 회사에서 마주치기도 불편한 상태로 남아있을까봐 서로 속으로 끙끙 앓다가 돌아왔다. 첫사랑과 만날 때처럼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떠난 여행이 서로 불편함과 어색함이 뭉개구름마냥 하염없이 부풀어 오르면 참으로 낭패가 아닐 수 없다. 하긴 그때만 해도 팔팔하고 개성이 넘치는 젊은 시절이었었다.
적지않은 8명이 한 팀이 되어 떠난 이번 여행에서 한번도 불편함이나 어색함이 찾아들지 못했을만큼 유쾌하고 행복하였다. 인생을 한바퀴 돌만큼 완숙함까지 더해선지 모두가 더 즐거워싶어하고 더 웃고싶어하였던, 짧은 2박3일의 여행이었지만 중저음 바리톤만큼 울림이 컸던 여행이었다. 여행을 준비하기부터 현지에서 팀을 안내하는 과정내내 내 스스로 만족하고 보너스로 즐거움마져 한껏 누리고 오니 정말 행복했다.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아내가 좋아하는 친구들 부부와 함께였으니 당연히 행복할 수 밖에... 우비를 챙겨가지 못해 힘들었을 우리 마눌이 행복해하니 어찌 즐겁지 않으리...
내년에는 규슈에 있는 아소에서 이 즐거움을 이어볼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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