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목) 날씨 구름이 잔뜩 드리워 있다.
올해 첫번째 라운딩인데 잘해보자!!”
잠자리가 바뀌어서인지 아침 다섯 시가 좀 넘은 시간인데 눈이 떠진다. 눈은 떠져 있는데 일어나기는 싫어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면서 한동안 시간을 보내다가 일어났다. 대충 고양이 세수하고, 오늘 일정에 따라 골프 복장으로 차려입고 짐을 챙겨 호텔방을 나섰다. 티업 시간이 07:50분이고 호텔에서 대략 25분정도 걸리니 07:10에는 출발해야 한다는 키타무라의 조언에 따라 1층으로 내려와 밥을 먹고 있는데 키타무라가 밖에서 이미 기다리고 있다. 아침 메뉴가 시골 동네 호텔치고는 상당히 알차고 먹음직스런 다양한 메뉴로 준비되어 있다.
시골길을 아침 일찍 나서서 달리는데 차장 밖으로 시골스런 풍경들이 지나쳐간다. 강가에 흐드러지게 만개한 벚꽃군락도 보이고, 우리나라의 토질보다 더 검게보이는 짙은 흙으로 된 논과 밭이 지나가고, 마을 뒤로 둘러서있는 야트막한 산에는 햇빛이 들어서지 못할 정도로 빽빽한 나무들이 채워져 있다. 마을 어귀에 비석들로 채워져 있는 공동묘지가 보이기도 하고, 석조로 세워진 토리이(烏居)도 대나무와 소나무들로 에워싸인 신사 앞에 우뚝하니 서있는 모습도 보인다.
잔뜩 흐린 날씨 속에서 누구의 안내도 없이 예약된 시간이 되어 드디어 1번홀 티샷 존으로 올라갔다. 오늘은 블루티를 열어놨다. 아휴! 거리도 안 나는데 블루티에서 치려면 오늘은 꽤나 고생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여지없이 맞아떨어졌다. 허리수술을 하고 별다른 재활없이 6개월이 지나면서 친구들과 우연히 스크린 골프를 해보니 별다른 통증이 없어 이번 여행을 감행 했지만, 마음 한 켠에는 걱정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연습도 전혀 안 했는데, 드라이버도 그렇고 아이언은 물론 어프로치도 크게 방향을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놈의 전장이 얼마나 긴지, 파 4에서 드라이버가 잘 맞아도 우드를 잡아야 하다 보니 잘 쳐야 3온이고 대부분 4온이다. 3온을 해도 3퍼트 하기가 일수이고……
바람이 없어 샷을 한 공은 그런대로 제 거리를 내고 날아가지만, 을씨년스러운 날씨가 유쾌한 플레이를 가라앉힌다. 페어웨이와 그린은 파란 잔디색깔을 그런대로 가지고 있지만, 러프나 티샷구역은 잔디 새싹이 조금씩 얼굴을 내밀고 있다. 아웃코스를 마치고 쉼없이 바로 인코스로 들어가 플레이를 이어나갔다. 아웃코스에서 그런대로 보기와 더블로 막는 바람에 50타 아래에서 겨우 방어했는데, 인코스 첫 홀부터 트리플이다. 최사장이 날린 드라이버 샷 거리가 잘 맞힌 내 공하고 백미터는 족히 넘게 차이가 난다. 아직까지 허리가 온전치 못해선지 거리가 좀처럼 나질 않는다. 같은 동행한 키타무라는 잘 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스코어는 늘 보기, 아니면 더블이다. 이따금씩 어느 홀에서 연속된 실수로 타수를 왕창 까먹어 (5~7타 오버)최종스코어는 말도 안되는 숫자를 그린다.
8시도 되기 전에 시작한 18홀 플레이가 12시반 무렵이 되어서야 끝났다. 금년 들어 처음으로 나선 라운딩에서 썩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마무리하였다, 6,600야드의 긴 전장에서 파 2개를 곁들였지만 100타를 넘겨서. 함께 동반한 최사장는 83타를 쳤고, 키타무라와 김과장은 이따금씩 발생하는 황당함 샷으로 말미암아 점수를 많이 까먹는 바람에 110타를 넘기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나오지 안는 스코어이다. 더블 파나 퍼팅의 OK남발로 인해 100타를 넘겨도 창피하다고 난린데, 여기는 자기가 기록한 타수를 가감없이 그대로 적용하다 보니 타수인플레이션이 하염없이 올라간다.
생맥주를 곁들여 점심을 먹고 잠시 쉬고 있으니 아침에 시작한 Queen 아웃코스로 올라갈 시간이다. 18홀 비용에다 500엔만 더하면 9홀을 더 할 수 있는 상품을 선택하였기에 오늘은 1.5라운드, 27홀을 돌게 되어있다. 아침에 이미 한 번 경험한 홀들이라 클럽선택과 코스 공략에 이점이 있어 시작한 첫 홀부터 보기로 산뜻하게 시작했다. 하지만 홀을 더해가면서 자만심이 고개를 들자마자 트리플을 양산하기 시작한다. 역시 골프는 겸허한 자세로 임해야만 스코어가 좋게 나온다. 쉽게 대들면 여지없이 공은 원치 않는 곳으로 날아가고, 집중력이 산만해져 제대로 된 샷이 구사되지 않고, 뒤 땅을 파고 만다. 겨우 파 하나 건지고 9홀을 마쳤다.
오늘의 라운딩을 모두 마치고 샤워장으로 향하면서 따뜻한 탕 속에 싸늘한 날씨에 경직된 몸을 녹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샤워장은 우리나라보다 세련되지 않고 좀 낡아 보이는 시설인데 정갈한 느낌이 든다. 우리는 옷을 벗어 옷장에 넣고 갈아입을 속옷만 챙겨 팬티만 걸친 채 샤워장으로 이동하는데, 일본은 옷가방을 모두 챙겨가지고 샤워장으로 가서 목욕을 마치고 나서 갈아입을 옷을 제대로 갖춰 입고 나온다. 샤워장 파우더룸에 커다란 바구니가 있어 거기에다 가방을 넣어둔다. 샤워장(일본어로 후로, 風呂)은 적당히 뜨듯한 온도의 온탕이 두 개 정도 있고, 우리처럼 냉탕을 따로없다. 또한 청소하는 아주머니는 옷을 훌러덩 벗고 있는 남자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들락거리며 정리정돈을 한다.
계산을 마치고 짐을 키타무라 차에 옮겨싣고 오늘의 숙소인 키타무라의 집으로 향했다. 일본은 손님을 집으로 들이는 것이 우리나라만큼 일반적이지 못하다. 그럴 알고 이번 여행의 숙소도 처음에는 호텔로 정하려고 했는데, 키타무라가 자기 집에서 묵을 것을 권유하는 바람에 4박 중에 2박을
문을 열고 키타무라를 뒤쫓아 들어가니, 현관마루에 키타무라 아내가 나와 무릎을 꿇고 다소곳이 앉아 우리를 반긴다. 무릎꿇고 허리를 굽혀 몇 번을 인사하는데 우리 일행은 너무 당황스러워 엉거주춤한 상태로 인사에 응대하느라 무척이나 당황스러워했다. 안내에 따라 응접실로 들어서니 이번에는 키타무라의 모친이 다가와 또 무릎을 꿇고 반갑게 맞이해주시는 데 이번에는 한 열 번은 허리를 낮추면 연신 인사를 하는데 또 한번 엉거주춤한 상태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인사에 대신하고 말았다. 그 뒤로 막내딸 히로미가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일본사람들은 사람의 인연을 두고 이렇게 표현하는데, 다도에서 비롯된 이 말은 어떤 만남이든 일상의 한 번뿐인 기회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다고 한다. 법정스님이 남긴 길상사에서의 마지막 법어를 되새겨본다.
오늘 핀 꽃은 어제 핀 꽃이 아니다.
오늘의 나도 어제의 나가 아니다.
오늘의 나는 새로운 '나'이다.
묵은 시간에 갇혀 새로운 시간을 등지지 말라.
과거의 좁은 방에서 나와 내일이면 이 세상에 없을 것처럼 살자.
우리는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삶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라.
一期一會,
단 한 번의 기회, 단 한 번의 만남이다.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때 그때 감사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다음은 기약할 수 없다.
모든 것이 一期一會 다.
모든 순간은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며,
모든 만남은 생애 단 한 번의 인연이다.
지금을 어떻게 사는가가 다음의 나를 결정한다.
삶이란 인간에게 주어진 길고 어려운, 그러나 가장 행복한 수행의 길.
매 순간 우리는 다음 생의 나를 만들어 가고 있다.
모든 것은 생애 단 한 번.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순간순간 새롭게 피어나라.
집 소개가 끝나고 식당에서 마련한 봉고를 타고 예약된 식당으로 향했다. 저녁 여섯 시가 갓 지난 시각인데도 벌써 밖은 어둠이 짙게 대지 위에 내려앉았다. 서울은 아직도 해가 서녘 하늘에 걸려있어 어두워지려면 시간이 좀 남아있을 무렵인데, 동경 기준시를 함께 사용하다 보니 여기가 해지는 시각이 30~40분 가량 빠르다. 10여분을 달리다 봉고가 갑자기 가정집처럼 생긴 곳에서 멈춘다. 니시무라(西村) 식당이었다. 정갈하고 소박하게 꾸며진 방으로 안내를 받아 자리를 잡았다. 키타무라 집의 응접실처럼 꾸며진 다다미 방이다. 일본요리 정식을 미리 주문하여 놓았는지 차례로 주문된 음식이 나온다. 사실 여행을 하면서 음식에 대해서 관대하거나, 무관심하여 지역 특산요리를 찾아 다니거나, 유명한 음식점을 지나치면 큰일나는 부류가 되지 못하다 보니 외국어를 할 때도 음식과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 꿀먹은 벙어리가 되기 일쑤다. 하여 야채, 생선 등의 요리에 들러가는 재료들의 이름을 거의 모른다. 또한 맛을 별로 느끼지 못하다 보니 그 맛이 그 맛인 경우가 허다하여 비싸고 유명한 음식은 오히려 돈이 아깝다고 느낄 때가 많다. 오늘도 꽤 이름있는 음식점이고 요리도 맛이 무척 깔끔한 것처럼 느낌이 오지만 그렇다고 감탄사를 지를 정도는 아니다.
맥주를 입을 축이고 나서 쌀을 주정으로 한 일본소주를 4병 시켜서 연이어 나오는 음식을 곁들어 한참을 먹고 나서야 저녁을 마무리하였다.
코타츠가 있는 방에서 키타무라 아내와 딸까지 합세하여 밤이 이슥하도록 먹고 마시다 보니 1.5리터 소주 한 병이 깔끔하게 비워졌다.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오니 술기운이 돌아선지 어질어질하다. 방안에서 마실 때는 전혀 취기를 느끼지 못하였는데 바깥바람이 가슴과 머리로 들어오면서 몸이 제법 휘청거릴 정도로 술기운이 돈다. 아! 내일 아침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면 공은 다쳤다는 걱정을 앉고 잠자리에 들어가자마자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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