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World Tour/41. APAC

[일본골프여행] 4. Healing with another family at Japan - Round 2

학이시습지야 2015. 4. 20.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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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0() 날씨 부슬비가 하루종일..

일기예보는 가끔 틀려야 좋은데……”

 

당초 예보대로 하늘은 잔뜩 흐리고 비를 머금은 구름이 낮게 내려앉아 있다. 아직 빗방울이 떨어지진 않지만 구름이 걷힐 기미는 전혀 보이질 않는다. 거리도 적게 나가는데다 비까지 오면 대기의 수분 밀도로 인해 더 짧게 공이 날라갈 텐데 하는 걱정을 가지고, 마련해 준 아침을 먹고 두 번째 시합이 예정된 近江(Omi) Hills Golf Country 으로 향했다. 집에서 한 8km 정도의 거리다 보니 20분도 채 안 걸린다. 골프장에 도착도 안했는데 앞유리에 빗방울이 부딪히기 시작한다. 비가 온다는 예보를 알고 왔지만 원래 비옷이 없어 그냥 맞으면서 라운딩을 해야 할 판이다. 27홀로 되어있는 골프장인데 꽤 잘 관리되어 있는 골프장의 인상을 준다.

 

08:20 티업을 시작으로 오늘도 27홀의 두 번째 라운딩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간간이 뿌리는 빗방울을 맞으면서 시작한 첫 홀 파5에서 여섯 번 만에 그린에 올리는 형편없는 경기력이 오늘 하루 고단한 라운딩을 예고하였다. 계속되는 라운딩에 성적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다가 네 번째 홀에서 파세이브를 하고 그 여세를 몰아 다음 홀도 세번째 어프로치가 홀 컵에 붙여 파를 잡아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9홀을 돈 결과 54타를 기록하고 말았다. 동반한 최사장은 오늘 드디어 거리감을 되찾고 스코어카드에 파 행진을 계속하며, 버디를 호시탐탐 노리지만 번번히 퍼트한 볼이 홀 컵을 살짝살짝 외면하고 만다. 키타무라는 어제와 같이 무던한 플레이를 보이는데, 우리의 호프 김과장은 아예 7번 아이언으로 제대로 쳐보겠다고 의지를 보이지만 플레이가 어제보다 더 않좋아보인다.

빗줄기가 시작할 무렵에는 가는 빗줄기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굵어졌다, 가늘어졌다 하니 체온도 조금씩 내려가는 거 같다. 두 번째 코스에서 시작한 10번 홀에서 다시 파를 신고하면 감이 좋았다. 헌데 12번째 홀에서 그만 오비를 내면서 스코어가 다시 나락으로 떨어진다. 사실 어제부터 오늘까지 공을 하나도 잃어버리지 않았다. 드라이버가 제법 방향성을 가지고 제대로 맞아 나가서인지 공을 잃어버릴 일이 일어나질 않았다. 키타무라와 김과장은 여전히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플레이를 보이고, 최사장은 한 수위의 기량으로 우리와는 수준이 다른 플레이를 보여준다. 결국 점심시간이 되며 18홀을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돌아왔다. 최사장은 80, 나는 어제보다 더 쳐서 104. 클럽하우스에 도착하니 젖은 옷을 말릴 수 있는 열풍이 나오는 건조대가 마련되어 있어 젖은 옷과 모자, 장갑 등을 넣고 식당으로 올라갔다.

맥주를 곁들여 점심을 마쳤는데도 여전히 가는 빗줄기가 흩뿌리고 있었다. 점심은 어제와는 다르게 그린피에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 다만 그린피에 포함된 경우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한정되어 있었다. 시간이 되어 남은 9홀을 마무리하기 위하여 클럽하우스에서 코스로 향하는데, 제법 경사가 심한 길을 200미터 정도는 올라간 거 같다. 카트가 과연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오늘의 마무리를 잘 해보자는 다짐으로 시작했건만, 우중 라운딩은 제 실력을 발휘하는 게 무리인 거 같다. 실력도 뛰어나지 못한 걸 감안하더라도 실망스런 스코어가 연속된다. 실망스런 경기도 시간이 지나니 결국 마무리되고 경직된 몸을 따뜻한 탕 속에 한동안 담가 피로를 푸는 것으로 오늘 하루의 라운딩을 무사히 마쳤다. 우려했던 허리에는 크게 통증이 나타나지 않았다. 비용을 정산하고 나가려니 지역에서 사육한 소고기 300g을 각자에게 나눠준다. 어제와 오늘 내방한 손님에게 특별히 준다는 이벤트란다. , 오늘 저녁은 공짜로 받은 고기를 함께 구워먹기로 했지.

 

집에 도착해서 저녁 준비가 될 때까지 잠시 눈을 붙일 정도의 시간이 있어, 최사장은 잠자리가 마련되어 있는 방으로 갔고, 난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와 마을 고샅을 어슬렁거리며 몇 컷을 찍고 들어왔다. 대략 30여가구가 모여 있는 조용한 시골 마을로 마을 주변은 모두 논과 밭으로 빙 둘러싸인 편편한 들녘 한가운데다. 마을 입구에는 어김없이 신사가 들어서 있고, 한복판에는 절도 있다고 하는데, 길고 높은 기와가 얹혀져 있는 집이 거긴 가보다. 대부분의 가옥은 나무를 재질로 썼고, 이층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문 역할을 하는 문과 문을 잡고 있는 담 아래에는 어느 집이든 꽃과 자그마한 관목 관상수가 심어져 있다. 마을 길은 일방통행 밖에 할 수 없을 만큼 좁은 아스팔트이고 교차지점엔 멈춤이라고 바닥에 쓰여있는데 미국처럼 차량이 지나가다 멈춤에서 일시정지를 습관적으로 한다.

일본은 남한면적의 3.7배에 인구는 두 배를 조금 넘긴다. 산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아 3000미터 고봉들도 즐비하다. 산에는 활엽수와 침엽수가 해를 가릴 만큼 어딜가도 울창하다. 하지만 일본의 강은 길이가 짧고 급류를 이루고 있어 제일 긴 강이 한강의 절반인 367km밖에 안된다. 이러한 지세의 영향으로 옛부터 사람들이 모여사는 촌락이 우리나라의 배산임수와 다르게 강을 끼고 있는 평야지역에 형성되었다. 신생대에 생성되어선지 고생대 풍화가 깊이 작용하여 구릉지역이 많은 우리나라에 비하여 평야가 무척 넓다, 전국토의 70%가 산악지역으로 형성된 것은 우리나라하고 같아도. 강이 짧고 유속이 빠른데다 여름에 몰려오는 태풍과 폭우가 잦기 때문에 촌락의 형성이 평야지대에서 이루어진 건 아닐런지. 몇 년 전에 큐슈에 내린 폭우로 마을이 산사태로 덮여버리는 자연재해를 겪는 것도 이러한 산세의 영향이리라.

 

집에 돌아와 잠시 쉬고 있는데 저녁준비가 되었다고 식당으로 오라는 전갈이다. 자리를 잡고 골프장에서 준 쇠고기와 가족이 미리 준비한 야채, 물고기, 산에서 나는 버섯 그리고 모친이 직접 재배한 호박이며 감자, 고구마 등으로 한 상 그득히 차려졌다. 호박을 좋아한다는 최사장의 한마디에 연신 호박 구운 걸 최사장 접시에 올려다 준다. 고기를 굽고, 갖은 양념과 야채 등을 곁들인 저녁시간이 무르익을 무렵, 기타무라가 벽에다 종이를 4장 나란히 붙이고 이틀 동안의 성적을 발표한다.

 

매 라운딩이 끝나고 스코어카드를 제출하면 골프장 사무실에서 히든 홀과 각자의 핸디캡을 반영한 성적서를 작성하여 주었는데, 키타무라가 이것을 받아두었다가 오늘 저녁 성적발표를 하는 것이다. 성적발표에서 주된 관심은 누가 꼴찌를 차지하느냐고 일등은 라운딩 과정에서 이미 드러난 상태이다. 일등의 영예는 당연히 최사장에게 돌아갔고, 꼴찌를 ‘7번 아이언이 차지하였다.

성적발표가 끝나고 시상식을 거행한단다.

아니, 이런 상상도 하지 못한 상황을 연출하는데 우리 일동은 그만 입을 다물지 못하고 감동 그 자체에 빠져들고 말았다. 일등으로 호명된 최사장에게 키타무라는 미리 준비한 나비 모양의 월계관을 씌워준 다음, 금메달을 목에 걸어주는 동안 키타무라 아내는 휴대폰에 팡파레 음악을 선곡, 계속 반복하여 틀어준다. 이어서 막내딸 히로미가 꽃다발을 수상자에게 건네주고 나서 수상자로 수상소감을 듣는 것으로 영예의 우승자 메달 수여식이 끝났다. 수상한 최사장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기쁘고 고마운 마음을 그대로 만끽하는 표정이다. 수상소감도 전혀 서둘거나 당황함이 없이 아주 여유있고 능숙한, 마치 수상을 여러번 한 것 같이 고수다. 아마 승마경기에서 여러 번 수상한 경험이 바탕에 있어서 일거라고……

성적순으로 차례로 메달 수여식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사진 촬영하는 것으로 오늘의 공식적인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고, 자리를 어제 저녁 술자리를 했던 곳으로 다시 옮겼다. 1.5리터들이 일본소주를 또 한 병 들고나오자 최사장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또 마실건가요라며 놀란다. 사실 오늘 저녁은 더 이상의 음주는 그만두고 바로 자고 싶었는데, 이미 들고나온 술을 사양할 수 없어 다시 잔을 기울였다. 몇 잔의 잔이 돌고 시간이 얼마 정도 지났는데 병 속의 술은 아직도 절반이 넘게 남았지만, 체력이 도저히 따라주지 않아 키타무라에게 사양의 의사표시를 하고 자리를 파했다. 김과장은 키타무라하고 좀 더 마신다며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고. 우리는 내일 아침 가져온 짐을 모두 싣고 이 집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해야 하기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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